국가경쟁력 2년 연속 하락
정부 효율성 부문 낙제점
관료주의 · 정치 불안의 대가
재정건전성 확보해야 하지만
총선 앞둔 정치권 포퓰리즘 경쟁
‘매력 국가’ 구축에 힘 모아야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정부의 효율성이 약화한 탓이었다. 재정을 덜 쓰면서도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정부의 효율성이 약화한 탓이었다. 재정을 덜 쓰면서도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해 평가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4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평가에서 네 계단 하락한 데 이어 올해 한 계단 더 내려앉았다.  2년 연속 뒷걸음질했다.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놓고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대만은 6위, 한국의 중간재 수출기지인 중국은 21위였다. 같은 아시아권이자 경쟁 관계인 이들보다 우리 국가역량이 처진다는 방증이다. 말레이시아(27위)에도 순위가 밀려 충격을 더한다. 

IMD 평가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163개 통계지표와 함께 기업인들이 대상인 94개 설문지표를 반영하는 평가방식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IMD는 국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역량이 있는지를 주로 따진다. 따라서 우리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점검·보완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IMD의 4개 주요 평가 항목 중 경제 성과, 기업 효율성, 인프라 부문은 개선되거나 지난해와 같았다. 문제는 정부 효율성이다. 36위에서 38위로 두 계단 미끄러졌다. 이 분야 순위는 3년째 하락했다. 그만큼 정부의 경제운용 역량이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효율성과 관련된 세부 항목을 보면 우리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공 재정(32→40위), 환율 안정성(3→45위), 정치적 불안(45→52위)이 크게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 매력도와 노동 관련 규제, 경쟁법 효율성 등을 따지는 기업 여건이 53위로 하위권이다. 특히 관료주의는 지난해 57위에서 올해 최하위권인 60위로 추락했다. 반기업·반시장 정책들과 지지부진한 구조개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환율 불안정은 글로벌 통화긴축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환율 변동성이 커진 탓이니 우리의 노력만으로 어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낙제 점수를 받은 다른 항목들은 재정건전성 악화와 관료주의, 정치 불안으로 우리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재정 분야 순위는 한꺼번에 8계단 미끄러지며 40위로 주저앉았다. 이 순위는 2018년 22위 이후 5년째 하락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가 9위에서 24위, 일반정부 부채 실질증가율이 34위에서 최하위권인 56위로 곤두박질쳤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1067조원으로 급증했다. 국가채무는 하루에 1800억원씩, 1분에 1억원씩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기도 했지만, 정부가 나랏빚을 늘리며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한 후유증이 국가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재정 상황은 쉬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들어 경기 악화와 자산시장 침체로  역대급 세수 펑크가 나타나고 있다. 4월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5조원으로 벌써 올해 예상치의 78%에 이르렀다. 중장기 재정건전성이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럼에도 재정적자를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안은 32개월째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은 날로 극심해져 걱정을 더한다. 양곡관리법 통과와 노인 기초연금 인상, 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 계층과 연령대를 망라한 현금 살포 입법전을 벌이고 있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으로 분류하면서 국가 위상이 올라갔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국회는 재정준칙 입법을 서둘러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나라 안팎에 보여줘야 마땅하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기업의 생산성 저하도 걱정스럽다. 중위권(33위)인 기업 효율성 부문에서 생산성 순위는 41위에 머물렀다. 2021년 31위, 지난해 36위에 이어 해마다 5계단씩 추락하는 모습이다. 이미 가파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성장 동력이 약화하는 마당에 기업의 생산성마저 떨어지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다. 

후유증이 큰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투입 확대보다 더 효과적인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기업이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생산성을 높이려면 정부가 관료주의를 버리고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은 기업 몫이다. 반反시장 규제와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중국을 탈출하는 외국 자본이 늘고 있다. 한국을 이들 외국인 투자 자금이 오고 싶어 하는 지구촌 ‘매력 국가’로 만드는 데 민관정이 힘을 모으자.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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