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용산서 본 오피스텔의 현주소
2022년 8월부터 가격 하락세
그런데도 팔리지 않는 이유

침체에 빠진 건 아파트 거래뿐만이 아니다. 아파트만큼 거래가 뚝 끊긴 건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매매가는 활발하게 거래되던 때보다 떨어졌다. 그럼 저렴한 가격이 문제가 됐던 걸까. 용산구 일대 오피스텔에서 답을 찾아봤다.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원효로 일대에서는 오피스텔 십수 동이 만들어지거나 시공 중이다. [사진=뉴시스]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원효로 일대에서는 오피스텔 십수 동이 만들어지거나 시공 중이다. [사진=뉴시스]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에서 시작하는 원효로는 지하철 1호선 남영역 교차로에서 끝난다. 이 길 옆엔 오래된 5층 이하 건물이나 단층 건물이 즐비하다. 개발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용산 그대로의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이 길에도 변화가 생겼다.

1층짜리 공장이나 창고였던 건물에 공사 펜스가 쳐졌다. 그로부터 1~2년 뒤엔 근린생활시설과 오피스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효대교 앞을 기점으로 원효로를 따라 1.2㎞가량을 걷다 보면, 코로나19 이후 만들어지거나 시공 중인 오피스텔을 10동 넘게 만날 수 있다.

오피스텔을 분양하기 위한 광고 문구도 화려하다. 반경 1㎞ 이내에 있는 용산정비창 부지가 용산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앞 오피스텔’이란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만들어진 원효로 일대 오피스텔 중 일부는 여전히 공실이라는 데 있다. 서울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오피스텔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거다. 

실제로 2021년 준공한 A 오피스텔의 1층엔 여전히 ‘상가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전세 세입자’를 찾는다는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수년 전 준공된 오피스텔에 공실이 있다는 건 결국 가격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공실이 빠른 시일 안에 해소될 수 있느냐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매매 거래가 여전히 활발하지 않아서다. 2022년 5월 서울에서 오피스텔이 매매된 건 1900건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23년 5월 매매 건수는 638건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다. 용산 일대 오피스텔의 매매 가격이 되레 싸다는 게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월 6일 용산 일대에서 사들인 매입임대주택 36호(오피스텔)의 예를 들어보자. 오피스텔 1개 동의 48%를 차지하는 이들의 전용면적은 각각24.58㎡(약 7.4평)로 매입 가격은 3억9140만원에서 4억325만원까지 다양하다.

1㎡당 매매가로 계산하면 1611만원이다.[※참고: 매입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나 청년ㆍ신혼부부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하기 위해 LH나 SH가 매입한 주택을 말한다.] 

그럼 용산 내 오피스텔의 매매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원효로 일대 오피스텔이 시공 중인 현장 일대에서는 ‘1평당 4000만원대’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1㎡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500만원 선인데 LH가 사들인 매입가보다도 낮다. 

비슷한 시기 용산에서 거래된 다른 오피스텔의 1㎡당 매매 가격 역시 1085만원으로, LH가 사들인 매입임대 가격보다 낮은 수준이다. 용산 오피스텔이 매입임대주택보다 싸게 매매된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매 가격이 떨어져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된 건 사실이지만 ‘임대 문의’ 현수막이 보여주는 것처럼 수요가 떠받쳐 주지 않는다는 거다. 저렴하다고 매입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추가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짙다.

용산역 일대 공인중개사는 “공실이 있지만 여전히 원효로 일대 오피스텔은 비싼 편”이라며 “계속 오피스텔도 공급되고 있어 지금 가격에는 팔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오피스텔 시장은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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