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지역화폐 나쁜 꼬리표➋ 역설
지역화폐 올해 국고 지원 반토막
2023년 예산안에서도 현재 ‘제로’
하지만 활성화 나선 지자체 많아
그중엔 여당 소속 지자체장 있어
지역화폐 손익계산서 재분석해야

우리는 視리즈 1편에서 탁상 위에선 파악하기 어려운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를 따져봤습니다. 이번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상당수 지자체가 지역화폐의 발행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국고 지원액을 삭감한 데다 정부가 정책을 전개하는 데 제한을 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지자체는 생태계 확산을 위해 혜택을 늘리고 소비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지자체장 중에선 여당 소속도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화폐의 효과는 진영논리를 떠나 다시 한번 분석해 봐야 한다. [사진=뉴시스]
지역화폐의 효과는 진영논리를 떠나 다시 한번 분석해 봐야 한다. [사진=뉴시스]

■ 실증된 지역화폐 효과 = 올해 지역화폐를 둘러싼 환경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여야 줄다리기 끝에 예산이 책정되긴 했지만 전년보다 반토막(2022년 6052억원→2023년 3525억원)이 났기 때문입니다. 

각 지자체는 올해 들어 발행규모 축소, 할인율 조정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그간은 국고 지원 예산과 지자체 예산을 적절히 혼합해서 지역화폐의 핵심동력인 캐시백 혜택을 유지해 왔는데, 국고 지원이 줄다 보니 혜택이 감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지역화폐 정책의 범위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초 지역화폐 지침 개정안을 수립해 각 지자체에 전달했습니다. 지역화폐 정책을 펼칠 때 참고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는데요. 

행안부는 1인당 지역화폐 구매한도를 낮췄고(월 100만원→월 70만원), 보유한도(최대 150만원)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현행법상 중소기업이면 허용했던 사용처도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가맹점’으로 제한했습니다. 할인율도 과거엔 15%까지 적용할 수 있었는데, 이를 10% 이내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바꿨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윤석열 정부가 지역화폐 정책을 활성화할 의도가 없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을 뚫고도 지역화폐 활성화에 나선 지자체가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인천시입니다. 인천시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역화폐 ‘인천이음’을 발행하는 도시입니다. 인천이음은 지난해 발행액 4조원을 돌파했고, 가입자 수가 239만명으로 인천시 경제활동인구 규모(167만명)를 넘어설 만큼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인천시도 올해는 국비 지원이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습니다. 시가 정부에 요청한 지원액은 720억원이었는데 절반 수준(339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였던 캐시백 혜택도 하향 조정했습니다.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캐시백 비율은 기존대로 10%로 하되, 연매출 3억원이 넘는 가맹점의 캐시백 비율은 5%로 낮췄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정책을 활성화할 생각이 딱히 없다.[사진=뉴시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정책을 활성화할 생각이 딱히 없다.[사진=뉴시스]

올해 발행 실적이 전년에 비해 신통치 않자 인천시는 특단의 대책을 꺼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일시적으로 캐시백 비율을 상향 조정(매출 3억원 이상 매장 캐시백 비율은 7%)하고, 캐시백 지급 소비한도(30만원→100만원)를 끌어올렸습니다. 인천시는 추석이 낀 9월에도 한시적으로 캐시백 혜택을 확대하는 이벤트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지난 6월 ‘상생가맹점’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하고 지역화폐 기업간거래(B2B)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상생가맹점에 가입한 곳엔 ‘상생가맹점 카드’를 발급하는데, 이 카드로 소상공인끼리 거래할 경우 월 300만원 범위에서 거래금액의 2%를 캐시백으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지역화폐 정책의 효과를 의심하는 정부나 여권과 달리 정책 효능을 체감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활성화에 나선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을 확대하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당적이 여당인 국민의힘이란 점입니다. 

인천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세종시, 여주시, 오산시, 영동군 등도 최근 지역화폐 캐시백 혜택이나 보유한도를 상향했는데, 이곳 자치단체장 역시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여당이 예산을 제로로 만들든 말든 지역화폐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 소속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소속 당과 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겠지만 인천시, 세종시 등은 실리를 선택한 사례다. 지역화폐 정책이 국민의힘 가치 체계와 맞지 않더라도 지역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목적인 지자체장 입장에선 지역화폐만큼 효율성이 좋고 효과가 뚜렷한 카드가 없다. 여야 정치권은 당론에 묶여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많은 지방정부 수장이 지역화폐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중엔 지역화폐 활성화가 지역경제의 살길이란 소신을 갖고 있는 이들도 숱하다.” 

■ 지역화폐의 미래 = 물론 언제까지나 지역화폐에 국고를 쏟긴 어려울 겁니다. 관官 주도의 경제 정책은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지금처럼 국고 지원을 아예 끊는 게 미래를 내다본 결정인지는 의문입니다. 그 이유가 이전 정부를 상징하는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이를 공론화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국가 발전의 축을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건 여야를 가리지 않는 모든 정부의 비전일 겁니다. 지역화폐가 이 비전을 실행하기에 효과적인 카드라는 건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지방의 한 여당 의원은 “올해 지역화폐 국비 투입액만큼을 전액 삭감한다 해도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면서 “지역화폐 정책의 만족도와 정책 효율성을 감안해 예산을 제로로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애초에 민생에 ○○표 사업은 따로 없습니다. 더구나 지역화폐가 ‘진영논리’를 판치는 정쟁의 영역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윤 정부가 제시한 ‘지역화폐 무용론’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중엔 여당 사람들도 숱합니다. 윤 정부는 과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까요?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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