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국민연금 고갈론의 모순➊
국민연금 적립금 2041년부터 고갈
2055년 국민연금 적립금 ‘0원’
적립금 중 투자금도 ‘0원’이란 건가
수백조원 투자금 회수해야 하는데
정부와 공단 기금 회수 계획 있나

국민연금 기금 회수 과정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지 모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 기금 회수 과정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지 모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국민연금제도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슈가 있다. 바로 ‘기금 소진(고갈)’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모두 사라져 ‘제로’가 된다는 뜻이다. 여기엔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외 상품에 투입한 ‘투자금’도 들어 있다. 

# 그런데 지금껏 역대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이 소진된다고만 했지, 곳곳에 투자한 기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는 설명한 적이 없다. 투자금 규모가 적은 것도 아니다. 기금이 소진된다는 2055년 국내 투자금은 57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 더스쿠프가 視리즈 ‘국민연금 소진론의 모순과 난제’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외에 투입한 ‘투자금’의 알 수 없는 미래를 세차례에 걸쳐 분석해본다.[※참고: 국내 미디어가 국민연금 적립금이 줄어드는 문제를 다룰 때 ‘고갈’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공식 용어는 ‘소진’이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선 ‘소진’으로 용어로 통일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목에선 ‘고갈’을 그대로 사용했다.]


“2041년부터 재정수지 적자가 시작되고, 2055년엔 기금이 소진된다.” 올해 3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내놓은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의 핵심 내용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인해 2041년부터 수입(보험료 수입+투자 수익)보다 지출(연금급여액)이 더 많아진다는 게 기금 소진의 이유다. 

기금이 소진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국민연금공단의 설명을 인용하면 “기금 적립금이 0원이 된다는 것”이다. 2023년 4월말 기준 기금 적립금(이하 기금)은 1084조7920억원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에 따르면 2040년 기금은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기금 재정수지 적자는 2041년부터다.

이를 감안하면 기금 소진이란 ‘2041년부터 2055년까지 14년 안에 1755조원의 기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참고: 물론 그 전에 상황이 달라지면 기금 소진 시점도, 적립금 규모도 달라진다. 여기서는 현재 전망치로만 한정했다.]

이런 기금 소진 전망을 두고, 누구도 거론하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다. 기금의 일부인 국내외 투자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기금이 ‘제로’가 된다는 건 국내외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을 회수해서 모두 지출한다는 건데,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느냐는 얘기다. 약간 복잡한 논쟁거리여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거다. 이 질문을 하나씩 풀어보자.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국내 기업들에 60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국내 기업들에 60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쟁점➊ 국내 기업 투자금 = 먼저 공단이 기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부터 보자. 공단은 기금을 다양한 곳에 투자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올해 4월말 기준 공단이 운용하는 총 투자금은 전체 기금의 89.9%인 975조5830억원이다.

투자처는 국내주식(14.4%)과 국내채권(33.1%), 해외주식(28.8%)과 해외채권(7.3%),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와 같은 대체투자(16.1%), 단기자금 등 기타(0.3%)로 나뉜다. 


국내주식(140조6970억원)과 국내채권(322조6160억원)에 투입한 자금만 463조3230억원이다. 2021년말 기준 1249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변동성을 감안해도 투자 기업은 1000개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공단의 지분율이 5% 이상인 기업은 264개, 1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459개다. 국내채권 투자금 중 177조770억원은 국내 기업 회사채 등에, 145조5390억원은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종합하면, 317조7740억원(국내주식+국채 외 채권·총 투자금의 32.6%)을 국내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체투자를 통해 투입한 자금도 상당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 공단은 대체투자 내역을 국내와 해외로 구분하지 않는 데다, 투자 내역도 공개하지 않는다. 투자금 운용을 위탁받은 펀드운용사들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투자처를 공개하면 관련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이렇게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40년 기금이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때까지다. 다른 변수 없이 현재의 국내 기업 투자금 비율(32.6%)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2040년 기준 국내 기업 투자금은 대략 572조원으로 늘어난다. 

■ 쟁점➋ 주식 = 이런 투자 현황을 토대로 처음 언급했던 기금 소진 상황을 가정해보자. 기금이 최고조에 이르는 2040년까지도 공단은 수익을 내기 위해 어떻게든 기금을 운용할 것이다. 따라서 기금이 소진되는 기간은 2041년부터 2055년까지 14년이다.

실제 재정수지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도 2041년으로 설정돼 있다. 이 기간에 모자라는 보험료 수입을 메우려면 공단은 국내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꾸준히 회수해야 한다. 앞서 말한 추정치를 대입하면 그 규모는 572조원 정도다. 

문제는 그런 회수 작업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572조원의 투자금을 14년간 차곡차곡 거둬들이려면 연평균 40조8571억원씩을 회수해야 한다. 공단이 가진 주식이나 채권을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638조7000억원)의 6.4%에 달하는 규모다. 과연 이 정도의 매물을 받아 줄 곳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 국내주식 투자금만 해도 140조6970억원이니까 매년 10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건데, 주식시장이 멀쩡할 리 없다. 게다가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공단이 자랑해온 수익률까지 챙겨야 한다.

어떤가. 체감이 되는가. 이 문제는 視리즈 ‘국민연금 소진론의 모순과 난제’ 2편에서 공단의 삼성전자 주식과 국내 기업 채권의 처분 과정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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