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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주담대 연체율 급증
증권사 PF 연체율 15% 껑충
빚내 투자 나선 사람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산 매입)’이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20대 투자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계는 돈이 있어도 소비 대신 투자를 선택해 초과저축이 발생했다. 최근 이 자금이 다시 주식·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악순환이 관측됐다. 영끌의 악순환을 분석했다. 

주식시장 대기자금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식시장 대기자금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끌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먼저 2010년대 후반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멈추지 않았고, 이에 따라 투자 기회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FOMO·Fearing Of Missing Out)가 확산했다. 이때 등장한 영끌 투자자들은 부동산 등 자산을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자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곳곳에서 연체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FOMO 심리가 작용해 사람들은 빚을 갚는 대신 다시 투자에 나서고 있다.[※참고: 어떤 현상에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포모증후군(FOMO)’이라고 한다.] 


■ 영끌의 역습➊ 20대 주담대 연체율=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0.44%로 1년 전 0.12%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주담대의 연령대별 통계를 집계한 201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대는 빚의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대 이하의 6월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34조2500억원으로 5년 3개월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7.5배가 됐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뛰었는데도, FOMO 심리에 빠진 20대가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면서 연체율 급등 등 부작용은 이미 예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이하 주택소유자 증감률은 지난 10년 중에서 2018년(1.8%), 2020년(6.0%), 2021년(9.9%) 3개 연도만 순증가했다. 

[자료 |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자료 |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그런데 이 시기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치솟던 시기와 맞물린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8.01% 상승했고, 2020년에는 22.46%, 2021년엔 13.03%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직 오지 않았다. 부동산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가격도 함께 추락했기 때문이다. 2021년 최고가를 기록한 전세의 만기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전세를 끼고, 차액을 대출받아 주택 구매에 나선 이들의 ‘갭투자’가 부실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금리 인상기 수반되는 부채축소 기회를 외면하면서까지 올해 초 부동산 연착륙 조치를 대거 취했다. 그러나 가격 하락세를 잡진 못했다. 

■ 영끌의 역습➋ 부동산 PF 부실=정부가 2010년대 후반 이후 지난해 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서 건설사·금융회사들은 일제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했다. 이 분야의 영끌족은 증권사다. 증권사들의 영끌 규모는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부동산 PF 사업이 속한 투자금융(IB) 부문 수수료의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증권사의 전체 수수료 중 IB 수수료 비중은 집값 급등기 초기인 2019년 36.0%(3조4122억원)를 기록한 이후 28~37%대를 오갔다. 분기별로는 2022년 1분기가 39.6%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최고치를 기록한 지 1년 만인 2023년 1분기 이 비중은 27.3%로 급락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5.88%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0%를 넘긴 이후 줄어들지 않았다. 

예금이 줄고,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금이 줄고,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익도 쪼그라들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PF를 통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개발 자금을 마련한다. 그런데 부동산 PF 자체가 부실해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유동화증권의 금리는 지난해 11월 A2 등급 3개월물 기준 15~20%까지 치솟기도 했다. 유동화증권 가격이 급락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19일 증권사 10곳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를 호출해 부동산 PF 대출의 상각·매각 등을 통한 부실 관리를 주문한 이유다.

■ 영끌의 역습➌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모습이 관측된다는 점도 문제다. 시작은 초과저축이다. 모든 저축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초과저축은 때론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의 경로를 막아선다.

가계의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늘지 않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경제 주체들이 경기·인플레이션에 불안한 심리를 가지면 기대 인플레이션, 경기심리지수에 영향을 준다. ‘경제는 심리’라고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심리가 경제 지표로 쓰이고, 경기 변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계 저축률은 2015~2019년 연평균 7.1%에서 2020~2022년 10.7%로 3.6%포인트나 상승했다. 초과저축 규모는 129조원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0%, 명목 민간소비의 12.4%에 달하는 자금이 소비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는 ‘불황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은 6월 경상수지가 58억7000만 달러로 두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상품 수출이 9.3% 감소했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었기(10.2%) 때문에 발생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다만, 한은은 6월 경상수지를 발표하면서도 “불황형 흑자라는 용어가 학계나 한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면서 불황형 흑자를 부인했다. 

6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였다. [사진=뉴시스]
6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였다. [사진=뉴시스]

르비우 보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유럽 경제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초과저축은 과거의 손실을 만회하는 보장성 저축과 미래의 손실을 대비하려는 예방적 저축으로 나뉜다. 이중 예방적 저축은 소비로 전환되지 않는다. 경제 주체의 불안감이 소비를 막기 때문이다.  

한국의 초과저축도 미래를 불안하게 여긴 데서 기인한 예방적 저축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BOK 이슈노트에서 “(우리나라 가계는) 초과저축을 부채상환에도 크게 사용하지 않고, 예금이나 주식 등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초과저축이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되면 앞으로 여건 변화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최근 예금과 대출금이 다시 주식·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관측되면서 영끌 투자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금융투자협회는 8일 투자자예탁금이 6개월 만에 16% 증가해 1일 기준 57조160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에 투자하기 위한 대기자금이다.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예금 잔액은 1개월 만에 3.89% 감소했는데,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9755억원 늘어났다. 지난 6월 전국 주택매매량은 올해 1월의 2배 이상 늘어난 5만2592건이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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