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촬영 민간 현장으로 확대
실시간 감독 가능하지만
불법 공사 영상 촬영해도
처벌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파트 부실 시공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공공 공사에 적용하던 영상 촬영 방식을 민간 건설사에도 확대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영상 촬영을 하는 만큼 실시간 대응이 가능해지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거나 선제적으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영상 촬영의 강점이다. 하지만 영상 촬영이 건설업의 모든 고질병을 해결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 내 민간 건설사에 공사 현장을 촬영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 내 민간 건설사에 공사 현장을 촬영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사진=연합뉴스]

높게 서 있는 공사장 펜스 너머를 지켜보는 눈이 늘었다.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여파가 컸다. 몇몇 미디어가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지역에서 드론을 띄워 공사 현장을 촬영하자, 건설사들이 지자체에 ‘드론 촬영을 자제시켜달라’고 요청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건설사 현장의 촬영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사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100억원 이상의 공공 공사 현장을 영상으로 촬영해 왔다. 이를 민간 현장으로 확대하기로 한 건데, 지난 7월 19일 민간 건설사에 촬영 협조를 위한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근거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영상 촬영 대상이었던 공공 공사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했었다”며 “뒤늦게 감독하기보단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빠르게 대처하는 덴 영상 촬영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022년 서울시가 발간한 ‘공사 촬영 매뉴얼’을 보면 영상 종류는 ▲공사 전경, ▲중요 공정, ▲검측 과정, ▲상시 촬영 등 크게 네가지다. 그중 공사 전경, 중요 공정, 검측 과정 영상은 타임랩스 등으로 편집해 한달에 한번씩 서울시에 제출한다.

이 영상들은 준공 시까지 시공사가 보관한다. 준공 후 3년까지는 시행사가 보관하고 그 기간이 지난 후에도 서울시 담당 부서가 영구 보관한다. 열람은 쉽지 않다. 공공시설물 정보이기 때문에 악용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상시 촬영은 한달만 보관한다. 영구 보관 대상은 아니다.  

공공 공사에서 효과가 있었으니 민간현장까지 영상 촬영을 확대하면 부실시공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상으로 증거가 남는 데다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해져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영상 촬영이 민간 공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건설현장에서 지금껏 묵인한 불ㆍ편법적 관행은 카메라 렌즈에 찍히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사실 건설 현장의 ‘품질’ 문제는 불ㆍ편법적 관행을 끊으면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건 ‘불법 하도급’이다.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원청은 전기 공사, 배관 공사 등을 전문건설업체에 맡긴다. 이럴 때도 전문건설업체가 모든 것을 다 수행하는 건 아니다. 또다시 다른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이렇게 되면 ‘100’에서 시작했던 공사 비용은 실질적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면 ‘56’까지 줄어든다. 그럼 10명이 필요한 현장에 그 절반의 인력만 투입할 수 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불ㆍ편법’을 가늠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불ㆍ편법’ 공사 현장이 담긴 영상물을 입수한 정부기관이 이를 묵살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 사례도 있다. 우리는 2020년 6월 ‘장대비에 시멘트 줄줄 쓸려갔지만… 국토부 “안전하다”(통권 393호)’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한 적 있다. 촬영된 영상물을 보면, 폭우가 쏟아지는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불법 공사’다. 익명의 제보자는 이 동영상을 국토부에 제공했다. 국토부 측은 특별점검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이 건축물은 별 문제 없이 올라갔고, 시공사는 법적 처벌은커녕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았다. 어느 정부에서든 국토부 공무원들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참고: 영상은 더스쿠프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듯 서울시도, 건설사도 영상물의 활용 방안을 두고는 말을 아끼고 있다. 서울시가 요구한 공사 현장 촬영에 참여 의사를 밝힌 한 민간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민에게 영상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난처함을 표했다. 영상은 반영구 보존을 할 계획이지만 열람 조건과 관련해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을 세워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비옷을 입고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이렇게 작업을 했는데도, 이 현장은 아무런 법적 조치를 받지 않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폭우가 쏟아지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비옷을 입고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이렇게 작업을 했는데도, 이 현장은 아무런 법적 조치를 받지 않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 1년간 공공부문 현장을 촬영해온 서울시 역시 “우리가 사정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시간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19년간 건설업계에 종사한 익명의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가장 큰 숙제는 건물의 품질도, 노동자의 안전도 아닌 오로지 공기 단축을 통한 이익 극대화”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숱한 불법들이 자행되는데, 어떻게 품질 관리가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감리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하는데, 감리 담당자는 자신의 고객인 건설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다”면서 “감리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늘에 떠다니는 드론과 밤낮 가리지 않고 촬영하는 카메라가 있다 해도 결국 처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서울시가 늘리려는 건설 현장의 눈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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