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2023년 직장인별곡➌
팬데믹과 코스닥의 변화
2019년 제약·바이오
2022년 2차전지가 주도
4년 사이 달라진 시총 순위
증시에 영원한 주도주 없어

2019년 코스닥 시장을 장악한 건 제약·바이오 기업이었다. 그해 시총 순위 100대 기업 중 37개가 제약·바이오 업종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훌쩍 흐른 지금, 제약·바이오는 여전히 위용을 떨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제약·바이오의 위상은 예전과 같지 않다. 그 자리를 꿰찬 건 2차전지 관련주다. 더스쿠프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시장의 체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분석해봤다.

코로나 국면을 지나면서 2차전지가 코스닥의 주요 업종으로 떠올랐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국면을 지나면서 2차전지가 코스닥의 주요 업종으로 떠올랐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상을 송두리째 흔든 코로나19는 경제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호텔·관광·레저 등 대면 중심의 기업은 뿌리가 흔들릴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재택근무·화상회의 등 비대면 생활이 활성화하면서 관련 기업의 몸값은 껑충 뛰어올랐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업 생태계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시총 및 순위의 변화를 살펴봤다. 비교 시점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과 코로나19의 위세가 약화한 2022년으로 잡았다.

코스닥 상장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갑작스러운 위기와 산업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참고: 코스닥 시총 순위 기사의 비교 시점엔 올해 6월도 포함했다. 최근 코스닥 시장 주도주로 떠오른 2차전지의 영향력도 살펴보기 위해서다.]

■ 변화➊ 영원한 주도주는 없다 = 기업이 처한 경영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이런 변화는 기업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꾸준히 성과를 내는 우량기업도 있지만 퇴행이나 쇠퇴를 피하지 못한 기업도 숱하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예측하기 힘든 이슈가 터질 땐 더욱 그렇다. 이는 2019년 시총 순위 100대 기업만 봐도 알 수 있다. 

2019년 시총 상위 100대 기업 중 아직까지 코스닥시장을 지키고 있는 곳은 모두 92곳이다. 코스닥에서 종적을 감춘 기업은 8곳이다. 이중 4곳(SK머티리얼즈·GS홈쇼핑·녹십자셀·한국아스트라비엑스)은 흡수합병으로 상장폐지됐다. 나머지 4곳(PI첨단소재·비에이치·엠씨넥스·LX세미콘)은 코스피 시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남은 기업 92곳이 모두 시총 순위 100위권을 유지한 것도 아니다. 분석 대상인 92곳 중 2022년 시총 순위 100위권을 유지한 기업은 60개뿐이었다. 산업의 변화를 좇지 못하거나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한 기업이 32곳이나 됐다는 거다.

이런 기조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올해 더 심해졌다. 92곳 중 올해 상반기까지 시총 순위 100대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건 48곳이었다. 역시 증시엔 ‘영원한 주도주’가 없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2차전지 관련 기업이 크게 증가했다.[사진=뉴시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2차전지 관련 기업이 크게 증가했다.[사진=뉴시스] 

■ 변화➋ 제약·바이오 흥망성쇠 = 그렇다면 2019년 시총 상위 기업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9년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은 셀트리온헬스케어였다. 이 회사의 시총은 7조6281억원으로 상위 100대 기업 시총(93조6449억원)의 11.2%를 차지했다. 

2위는 또 다른 제약·바이오기업 HLB(4조9107억원)였다. 두 기업뿐만이 아니다. 2019년 100대 기업 중 제약·바이오 업종은 37개에 달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시총은 43조8744억원으로 전체의 43.5%를 차지하며 100대 기업 시총(100조6792억원)의 절반가량을 점유했다. 2018년 국내 증시에 불었던 ‘바이오 열풍’의 영향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제약·바이오 종목은 ‘꽃길’을 걸었을까.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쳤다는 걸 감안하면 제약·바이오 종목의 몸집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 개발 열풍에 관련 종목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인 신풍제약의 주가는 2020년 초 7230원에서 그해 9월 18일 19만8000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수익률은 2638.5%에 달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제약·바이오 업종은 힘을 쓰지 못했다. 2019년 시총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36곳(2021년 11월 17일 흡수합병으로 상장 폐지된 녹십자셀 제외) 중 13곳은 2022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같은 기간 이들의 시총은 43조3063억원에서 38조5925억원으로 감소했다. 2년 만에 4조7138억원의 시총이 증발한 셈이다. 비교 시점을 올해 6월 30일로 넓히면 제약·바이오 업종의 부진은 더 뚜렷해진다. 36개 중 절반인 18개 기업만 시총 순위 100위권을 유지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열풍 이후 증가했던 제약·바이오 기업 중 소기의 성과를 올린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며 “신약 임상시험 결과 등이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기업의 시장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변화➌ 신흥강자 2차전지 = 제약·바이오의 빈자리를 꿰찬 건 2차전지 관련 종목이다. 2019년 당시엔 시총 100대 종목에서 2차전지 관련주는 4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아이티엠반도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난 2차전지 열풍을 반영하듯, 2차전지 기업의 시총 변화는 가장 드라마틱했다. 

올해 6월 30일 기준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은 2차전지 기업 에코프로비엠이다. 2019년 24위였던 이 회사의 시총 순위는 23계단이나 상승했다. 1조원을 겨우 넘겼던 시총은 24조3525억원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주가는 1만3096원(수정 주가 기준)에서 12만3741원으로 943.8% 올랐다.

2023년 6월 기준 시총 2위 기업은 주가가 최근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로 등극한 에코프로다. 에코프로의 상승세는 에코프로비엠보다 더 가파르다. 이 회사의 시총 순위는 2019년 82위에서 2022년 7위, 올해 6월엔 2위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의 시총은 4959억원에서 2조5866억원, 20조772억원으로 40배 이상 증가했고, 주가는 1만4532원에서 10만3000원을 넘어 600% 넘게 치솟았다.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세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다.[※참고: 지난 7월 21일 에코프로비엠(38만1500원)과 에코프로(114만3000원)의 시가 총액은 각각 37조3112억원, 30조43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30일 대비 10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2차전지 관련주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을 반영하듯 시총 상위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도 크게 늘었다. 올해 6월 30일 기준 시총 상위 100대 기업 중 2차전지 관련주는 모두 20개다. 2019년(4개) 대비 5배가 됐다. 이들이 차지하는 시총도 엄청나다. 20개 기업의 시총은 75조1792억원으로 전체(193조3266억원)의 38.8%에 달했다. 

이처럼 2019년 이후 코스닥 시총 100대 기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위기와 2차전지 부흥이 산업의 변화를 이끌었다. 문제는 코스닥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쥔 2차전지 관련주가 왕좌를 계속해서 지킬 수 있느냐다.

2차전지를 향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반반이다.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기업의 변화를 섣불리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한때 코스닥을 호령했던 제약·바이오주 관련 기업이 힘을 잃은 것처럼 2차전지도 어느 순간 쇠락의 길을 걸을지 모른다. 

[※참고: 실제로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는 최근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황제주에 등극했지만 고점 논란이 일었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지난 7월 27일 98만5000원까지 하락했다. 이날 다른 2차전지 관련주도 일제히 큰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행히 에코프로의 주가는 바로 100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다른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는 지금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차전지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과도하게 오른 주가는 주목해야 한다”며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는 언제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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