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2023년 직장인별곡➍
팬데믹 후 업종별 분석-반도체
코로나 시기 반도체 수요 폭등
호황 속 세력 불린 K-반도체 기업
코로나 이전 대비 평균 연봉 증가
반도체장비업 성장세 두드러져
기업들 설비 투자 확대 주요 배경
엔데믹 이후 과잉 재고 문제 발생
2분기 부진했던 장비업 살아날까
잘나갈 땐 거침이 없었다. 위기가 찾아오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래도 한창때 몸집을 제법 불려둔 덕분인지, 결과적으론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 전후로 호황과 불황의 극명한 대비를 겪고 있는 반도체 업종의 얘기다. 2019~2022년 지난 4년간 코스닥 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은 어떤 변화를 마주했을까.
2022년 반도체 산업은 한마디로 고군분투의 장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도체 칩 수요가 엔데믹(endemicㆍ풍토병) 국면에선 ‘과잉 재고’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은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넓혀 보면 체면치레는 했다는 점이다. 반도체산업협회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17.7%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 부분에선 60.5%의 점유율 기록하며 시장지배력을 유지했다.
그래서일까. 2019년 코로나19 출현→2020 ~2021년 코로나19 특수→2022년 엔데믹 불황으로 이어지는 4년간 K-반도체 기업들은 되레 세를 불렸다.
통계를 살펴보자. 2019년 코스닥 3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반도체 기업은 34곳이었는데, 도합 1만6744명이었던 이들 기업의 임직원 수는 2022년 2만768명으로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연봉은 5788만원(2019년)에서 6371만원(2022년)으로 10% 늘어났다.
반도체 업종 중에서도 지난 4년 동안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반도체장비업이었다. 34개 기업 중 2019년 대비 2022년 평균 연봉이 오른 회사는 26곳이었는데, 이중 10개사가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였다. 이들 기업의 4년간 평균 연봉 상승률은 12.9%로 반도체 업종 평균치(10%)를 뛰어넘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리포트(기계산업 2022년 성과와 2023년 전망)에 따르면 반도체장비 시장은 2019~2021년 3년 연속 성장했다. 반도체 수요 증가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반도체장비 업계도 호황을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시기에 이뤄진 시장 확대가 장비 제조업체들엔 몸집을 불리는 기회가 된 셈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세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반도체장비업의 기세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스마트폰ㆍPC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고 반도체 칩 주문이 줄어들면서 설비투자도 정체기에 들어선 탓이다.
일례로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중 코로나19 전후로 가장 높은 연봉 상승률을 기록했던 리노공업(2019년 6469만원→2022년 8654만원ㆍ33.8%)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 54% 감소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종의 관건은 반도체장비 부문의 업황이 개선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반도체장비 업계가 올해도 전자기기 재고 증가→반도체 수요 위축이란 악순환의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장비 투자액도 지난해 980억 달러(약 125조원)에서 22.4% 쪼그라든 760억 달러(약 97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