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개미의 반격➋ 공매도의 함정
모건스탠리 투자 등급 하향에
개미들 “공매도 전형적 패턴”
2차전지주 공매도 전적 있어
에코프로비엠이 대표적 사례
포스코홀딩스 공매도 흔적도
주가 하락 예견한 모건스탠리
매수세로 맞서는 개미 팽팽해

# 우리는 심층취재 추적+ ‘개미의 반격’ 첫번째 편에서 글로벌 투자사 모건스탠리와 개인 투자자들의 논리싸움을 살펴봤다. 개미들은 포스코홀딩스의 주가 하락을 예견한 모건스탠리를 향해 “신사업 고평가론에만 치중해 되레 철강 사업의 가치는 배제했다”며 “기업가치 평가가 잘못됐다”고 반격했다. 

#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개미들은 모건스탠리가 부정적 투자 의견을 제시한 건 공매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포스코홀딩스 주식에 공매도를 걸어 놓곤 의도적으로 주가 하락을 유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거다. 허술한 근거의 주장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의심의 시선을 떨쳐내지 못하는 데엔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모건스탠리의 투자 의견 하향에 맞서 포스코홀딩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개인 투자자들이 모건스탠리의 투자 의견 하향에 맞서 포스코홀딩스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개인 투자자들이 철강ㆍ첨단소재 전문기업 포스코홀딩스의 주식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8월 1~10일 포스코홀딩스의 주식 85만9085주를 사들였는데, 이는 올 1월 총 매수량(56만주)의 1.5배 수준이다. 

개미들이 포스코홀딩스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공매도 세력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방아쇠를 당긴 건 지난 7월 31일 포스코홀딩스의 투자등급을 ‘비중 축소’로 낮춘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다. 그러자 개미들은 “모건스탠리가 공매도를 위해 의도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접지 않고 있다. 

이를 개인 투자자의 추측쯤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일단 모건스탠리가 국내 2차전지주의 공매도 포지션에 진입한 정황은 쉽게 찾을 수 있다. 2차전지 양극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2020년 1월 21일 처음으로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목록에 나타났다. 그해 5월 13일을 끝으로 모건스탠리는 이 리스트에서 사라졌는데, 이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51.6% 급등했다. 그 이후에도 주가는 상승가도를 달리며 12월 30일엔 종가 17만100원을 기록했다. 

1~5월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통계만으론 모건스탠리가 이 시기에 공매도 물량을 100% 청산했는지는 알 수 없다. 5월 이후 새로 공매도에 나섰는지도 마찬가지로 알 수 없다. 다만, 1년 내내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떨어지기는커녕 고공행진했으니, 모건스탠리의 공매도 베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6월부터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로 등장했던 2022년의 상황은 반대다. 2022년 2월 한때 7만8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3월부터 급등하더니 6월 27일 연고점(13만5900원)을 찍고 하락세를 탔다. 12월 29일 이 회사의 주가는 9만2100원으로 추락했다.

모건스탠리는 국내 2차전지주를 공매도한 정황이 있다.[사진=연합뉴스]
모건스탠리는 국내 2차전지주를 공매도한 정황이 있다.[사진=연합뉴스]

모건스탠리가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목록에 있었던 건 6월 24일부터 12월 30일까지 6개월인데, 주가 하락 시기와 완전히 겹친다. 이땐 모건스탠리가 공매도로 ‘재미’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도 1월 2일부터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대열에 있었는데, 당시 9만3400원이었던 주가는 2월 들어 치솟기 시작하더니 3월엔 20만원 선을 돌파했다. 두달 사이 주가가 140.4%(1월 2일 9만3400원→3월 31일 22만4500원) 뛰어오른 셈이다. 공매도 물량이 많은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 폭등이 반가울 리 없다.

공교롭게도 모건스탠리는 올 3월 30일 발표한 투자보고서에서 에코프로비엠의 투자등급을 ‘비중 축소’로 낮췄다. 비중 축소는 말 그대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종목의 비중을 줄인다는 뜻이다.

모건스탠리는 당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3월 30일ㆍ22만65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13만원을 목표가로 제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최근 주가 상승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양극재 분야에서 가장 가까운 동종업체인 엘앤에프와 유사한 사업구조를 고려할 때 에코프로비엠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주가를 부양할) 새로운 단기 촉매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통상 투자기관의 매도 리포트는 주식시장의 악재로 꼽힌다. 개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관투자자의 매매 동향을 따라가면서 ‘대량 매도세→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아서다.

특히 국내 증시에선 이런 구조가 오랫동안 굳어진 탓에 모건스탠리의 매도 리포트에 개미들이 반발하며 ‘저의’를 의심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모건스탠리 vs 개미 = 포스코홀딩스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한 모건스탠리에 개인 투자자들이 경계심을 높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무엇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4월 13~19일 일주일 연속 포스코홀딩스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모건스탠리가 포스코홀딩스의 투자등급을 낮춘 건 7월 30일이다. 모건스탠리가 7월 이전 공매도 물량을 모두 청산한 게 아니라면, 지금도 여전히 공매도 잔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 경우 모건스탠리는 “공매도 잔고는 쌓이는데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니 고의적으로 투자 하향 의견을 낸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개미들은 계속해서 모건스탠리에 따가운 시선을 보낼 거다. 이미 에코프로비엠이란 전례가 있으니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투자자의 매매 동향을 그대로 추종하던 시대는 저물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투자자의 매매 동향을 그대로 추종하던 시대는 저물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건스탠리의 ‘문제적 예언’ 이후 13일이 지났다. 그사이 64만2000원(7월 31일ㆍ종가)이었던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8월 11일 57만7000원까지 떨어지며 상승가도를 멈췄다. 언뜻 모건스탠리에 승기가 기우는 듯하지만 결과를 예단해선 안 된다. 내일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건스탠리의 비관론과 개인 투자자들의 반기, 이 둘 사이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어디로 향할까. 확률은 반반이다. 다만, 이쯤에서 우리가 들여다볼 만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공매도 세력과 개미들의 1라운드 격이었던 에코프로비엠의 사례에선 개미들이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지난 3~4월 모건스탠리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관들이 잇따른 투자 하향 의견을 냈지만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고, 7월 25일 고점(46만2000원)을 찍었다.

익명을 원한 투자 전문가는 “공매도 세력은 손절 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들은 매수세로 대응한 것이 주가를 떠받쳤다고 본다”면서 “그간의 전례와 달리 공매도 세력과 개인 간 시소게임이 팽팽하게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짚었다.

[※참고: 8월 들어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모건스탠리가 제시했던 목표가(13만원)보단 여전히 높은 주가(8월 11일ㆍ종가 32만3500원)를 유지하고 있다.]

격전지는 이제 포스코홀딩스로 옮겨졌다. 9일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1조170억원으로 코스피 상장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개미들은 8월 1~10일 열흘 동안 포스코홀딩스의 주식 524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의 불씨를 댕기고 있다. 

공매도 세력과 개미들의 2라운드는 어느 쪽의 승리로 돌아갈까. 여기저기 공매도의 흔적을 남겨온 모건스탠리의 예측이 이번엔 맞아떨어질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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