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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은행 韓 성장률 하향
日 노무라 가장 비관적 전망
하지만 韓 소비심리 회복세
물가 전망도 하락세 타고 있어
노무라 비관론 근거 무엇일까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이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마이너스로 예상한 후 두차례 상향 조정했지만, 그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0.2%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한국의 소비심리는 개선되고 있다. 노무라의 비관론은 맞아떨어질까.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들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사진=뉴시스]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들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사진=뉴시스]

■ 노무라의 비관=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14일 보고서에서 JP모건‧메릴린치 등 주요 8개 외국계 IB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9%로 0.1%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들 8개 IB가 지난 6월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은 2.0%였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은 성장률이 올해 1.6%, 내년 2.6%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골드만삭스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은 올해 0.2%, 내년 1.5% 상승을 예상한 노무라다. 8개 투자은행은 JP모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바클레이스, UBS, HSBC, 노무라증권이다. 

한국 경제에 가장 박한 평가를 매긴 건 노무라다. 노무라는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이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무라는 그 근거로 “(한국의) 가계 부채 문제로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실질 소비가 0.2~0.3%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노무라는 지난 3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 역성장’으로 제시하며 “한국 경제성장률을 분석하는 전용 측정 모델은 분기·월간이 아니라 수출·투자·생산·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측정에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노무라의 주장대로라면 조만간 ‘한국 전용 측정 모델’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IB들과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자료 | 국제금융센터]
[자료 | 국제금융센터]

노무라의 경제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노무라는 지난해 12월 ‘2023 일본 거시경제 예측’에서 “일본 경제가 올해 경기부양책과 관광 수요 증가로 불황을 피해가며 1.9%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무라는 지난해 공개한 ‘2023 아시아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각국 경제성장률을 중국 4.8%, 인도네시아 4.4%, 필리핀 4.3%, 태국 3.8%, 한국 -0.6%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노무라의 비관적인 전망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노무라가 예상한 대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된다면 그건 노무라가 이익을 받아야 하고, 우리 예상치에 가깝다면 노무라가 매출이 많이 줄겠다”며 “본인들 책임하에 견해를 제시했으니 어떻게 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정부의 낙관=우리 정부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해외 IB들과는 다소 다르다. 정부는 지난 7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로 2.3%를 점찍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내년 경제성장률이 2.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경제동향을 발표하면서 “하반기에 물가상승세가 둔화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과 고용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지난 10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과 동일한 1.5%로 유지했다. 

KDI는 지난 7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제조업의 생산 감소세가 둔화하고, 재고가 감소했으며, 반도체 수출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재고가 4월 79.1%에서 5월 80.7%, 6월 49.1%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출물량지수가 5월 8.1% 상승에서 6월 21.6% 상승으로 개선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노무라의 비관적 전망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노무라의 비관적 전망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한국의 2016~2022년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42.3%를 차지한 반도체 수출이 회복하는 데까진 갈 길이 멀다. 반도체 회사들의 재고가 소진되고, (반도체) 가격이 상승해 다시 증산에 나서야 본격적으로 한국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31조9481억원,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5조6647억원이다. 

여건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7월 기준으로 2개월 연속 100을 넘어섰고,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향후 전망을 긍정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경제주체들이 향후 물가 수준을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5월 3.5%, 6월 3.5%에 이어 7월에는 3.3%로 낮아졌다. 향후 물가는 낮아지고, 소비 여력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경제주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매판매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지만, 6월에는 내구재 판매가 8.2% 늘어나면서 1.4% 증가했다. 

결국 올해 하반기 한국은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를 적극적으로 키워서 ‘수출 보릿고개’를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과잉저축을 해소해야 한다. 최근 2년 이상 가계 저축률이 3%포인트 이상 상승하면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0%, 명목 민간소비의 12.4%가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했다. 사진은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했다. 사진은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모습. [사진=뉴시스]

현재 한국의 초과저축은 빚을 갚는데도 사용되지 않고 현금성 자산에 투입돼 있다. 미래의 소득 감소를 예상한 ‘예방적 저축’은 소비로 연결되기 힘들다. 소비를 살리려면 가계의 미래 불안감을 줄이는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등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서 “가계 초과저축은 부채상환에도 크게 사용되지 않아 예금‧주식 등 금융자산의 형태로 주로 보유 중”이라며 “기대변화 등에 따라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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