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HMM
HMM 매각 위한 두가지 숙제
현금 많지 않은 인수 후보기업들
가격 높으면 ‘승자의 저주’ 우려
영구채 전환 안 하면 배임ㆍ특혜
매각 후 영구채 전환 쉽지 않아
해운업 시황 나빠 매각 불투명
공기업화 등 다른 방법 고려해야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대어가 나왔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을 매물로 내놨다. 그러자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HMM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에 쏠린다. 하지만 중요한 사안은 따로 있다. HMM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담보하고, 산은과 해진공이 가진 HMM의 영구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HMM 인수전에 현금성 자산이 많지 않은 중견기업들이 뛰어들었다.[사진=뉴시스]
HMM 인수전에 현금성 자산이 많지 않은 중견기업들이 뛰어들었다.[사진=뉴시스]

“HMM을 누가 가져갈까?” 국내 최대 해운업체 HMM이 매물로 나오자 가장 많이 나오는 분석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HMM의 인수ㆍ합병(M&A)이란 점에서 관심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누구에게 팔리냐보단 ‘잘 파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 잘 판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답은 간단하다. M&A 후에도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에 매각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갖고 있는 HMM의 채권도 회수할 수 있다. 언급했듯 유동성 위기를 겪던 HMM은 공적자금을 발판으로 살아났다. HMM이 무너질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기업이 매각 후 안정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HMM을 공적자금까지 투입해 살려낸 의미가 사라진다. 여차하면 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대우건설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문제는 HMM의 매각 과정에선 이 숙제를 푸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인수 후보기업들의 현금 동원력이 변변치 않은 데다 산은과 해진공이 갖고 있는 HMM 영구채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HMM의 영구채 상황부터 보자. 영구채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률의 이자만 지급할 수 있는 채권이다. 만기는 30년가량으로 길다. HMM은 2016년 7월 산은 지배체제로 바뀐 후 막대한 유동자금을 영구채로 조달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사준 건데, 금액으로 따지면 2조68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 영구채에는 HMM의 주식(주당 5000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2조6800억원어치 영구채를 HMM 주식 5억3600만주(2조6800억원÷5000원)와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전제로 현재 진행 중인 HMM 매각 과정을 다시 살펴보자. 이번에 산은과 해진공은 기존에 보유한 주식(1억9879만156주ㆍ40.65%)에 더해 영구채 1조원어치도 주식 2억주(신주 발행)로 전환해 함께 매각하기로 했다. 총 3억9879만156주(57.87%)를 판다는 거다.

물론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영구채를 전환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럼 7일 종가(1만7410원)를 기준으로 HMM의 매각가는 ▲기존 주식만 팔 경우 3조4609억원, ▲영구채 2억주를 포함할 경우 6조9429억원이 된다. 향후 주가에 따라 변동성이 있겠지만,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가격은 여기서 1조원가량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영구채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영구채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쟁점❶ 승자의 저주 = 하지만 인수 후보 기업들의 현금 동원력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기존 주식(약 4조5000억원)만을 인수하기에도 벅차 보인다. 현재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으로부터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곳은 SM그룹,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글로벌세아그룹 등이다. 대부분 해운업이나 물류업 계열사를 갖고 있어 시너지를 노릴 수 있지만, 하나같이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먼저 SM그룹은 SM상선ㆍ대한해운ㆍ대한상선ㆍ창명해운 등을 보유하고 있어 HMM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운업 계열사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곳이 SM상선인데,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과 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ㆍ2022년 말 기준)은 6094억원에 불과하다. 지주사 격인 삼라나 삼라마이다스의 현금성 자산은 턱없이 적다. 

하림그룹의 경우 벌크선(화물전용선) 중심 해운사인 팬오션에 컨테이너선 중심 해운사인 HMM을 더하면 해운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 하림지주와 팬오션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각각 1조7141억원과 7193억원이다. 

동원그룹은 동원로엑스(육상 물류)와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항만)을 갖고 있어 HMM을 추가하면 종합물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은 많지 않아 지주사 격인 동원산업이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그마저도 현금성 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6760억원이다. 

LX그룹은 종합상사인 LX인터내셔널과 종합물류기업인 LX판토스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LX인터내셔널과 LX판토스의 현금성 자산은 1조3938억원과 4753억원(2022년 기준)이다. 지주사인 LX홀딩스는 2058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쌍용건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운 글로벌세아그룹은 물류계열사로 동림로지스틱을 갖고 있다. 계열사의 덩치가 작은 만큼 지주사인 글로벌세아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535억원이다. 

이처럼 자체 현금만으로 HMM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재무적투자자(FI)와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FI는 HMM의 안정화나 인수기업과의 시너지보단 투자수익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FI의 참여 비중이 높을수록 ‘승자의 저주’에 빠질 공산도 커지기 마련이다. 

■ 쟁점❷ 영구채 딜레마 = 또다른 문제는 산은과 해진공의 영구채 딜레마다. 일단 기존 주식마저 온전히 매입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부담을 키우면 ‘승자의 저주’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산은과 해진공 입장에선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3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HMM을 먼저 매각한 후 영구채를 나중에 전환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앞서 밝힌 것처럼 모든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총 5억3600만주로, 산은과 해진공이 다시 최대주주에 오른다. 현재 HMM의 전체 주식수(4억8903만9496주)보다도 많다. 그렇다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기도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장에선 당분간 해운업 시황이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HMM의 실적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HMM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57.7% 줄었고, 영업이익은 94.5% 감소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은 산은과 해진공의 편이 아니라 인수기업들의 편이라는 얘기다. 업황이 좋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고, 그때 가서는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산은과 해진공으로선 큰 이익을 볼 수 없다.

그러자 일부에선 제3의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M&A 전문가인 송호연 ESOP 피에이지앤컨설팅 대표는 “반드시 민간기업에 HMM을 매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산은과 해진공이 무리한 M&A로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공기업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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