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스마트폰 세대론과 갤럭시Z➊
갤럭시Z5 폴더블 최대 사전판매고
디자인‧기능성 갖춘 플립 인기몰이
이례적으로 젊은층에 어필 성공
‘MZ=아이폰’ 공식, 갤럭시에 위기
다섯번째 접는 폰이 위기 해소책 될까

# 사회 곳곳에서 ‘세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묶고, 그럴듯한 특성을 갖다 붙인다. 가령, 청년층은 “MZ스럽다”며 깎아내리고, 기성세대는 “꼰대”라면서 비꼬는 식이다.

# 공교롭게도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도 세대론이 등장했다. 나이 든 기성세대는 삼성전자 갤럭시를 선호하고, 젊은 세대는 애플의 아이폰만 쓴다는 거다. 앞서 언급한 ‘세대 논쟁’처럼 갤럭시는 아저씨 세대만 쓴다고 해서 ‘아재폰’, 아이폰엔 힙한 젊은 친구들이 주로 쓴다는 이유로 ‘아힙폰’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 세대론이 틀린 것도 아니다. 갤럭시는 한국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지만, 20대 이하에선 아이폰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 문제는 이 세대론이 삼성전자 갤럭시의 ‘위기론’으로 이어진다는 거다.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는 제품은 미래를 낙관할 수 없어서다. 갤럭시 브랜드를 이끄는 삼성전자의 노태문 사장 역시 “특정 연령에서 선호도가 높고 다른 연령에서 떨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더스쿠프가 분석한 ‘스마트폰 세대론과 갤럭시Z’ 그 첫번째 편에서 자세히 보자.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다섯번째 ‘접는 폰’이 흥행 궤도에 올라탔다. 최근 출시 행사를 열었던 ‘갤럭시Z 플립ㆍ폴드5’는 일주일간(8월 1~7일) 진행한 국내 사전예약에서 102만대를 팔아치웠다. 전작(갤럭시Z 플립4ㆍ폴드4)의 97만대를 넘어선 수치로, 역대 폴더블 시리즈 중 가장 많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의 사전예약 판매량(109만대)과도 맞먹는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전체 산업에서 점유율이 1% 안팎에 불과한 ‘니치마켓’에 머물러 있다는 걸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 1500만대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지금 추세라면 목표 달성은 수순이다.

눈에 띄는 지표는 또 있다. ‘갤럭시Z 플립5’의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작에선 플립과 폴드 판매 비중이 6대 4였지만, 이번에는 플립이 7, 폴드는 3으로 플립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조개껍데기처럼 위아래로 접는 게 특징인 플립 시리즈는 폴드 시리즈와 견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감각적인 색상과 디자인을 내세워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끄는 제품이다. 플립의 판매 비중이 늘었다는 건,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젊은 소비자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사전 예약자 중 62.0%가 2030세대였다. 갤럭시Z 플립5의 경우 유행에 민감한 30대 이하 여성 고객의 비중이 35.0%나 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 플립5에서 외부 스크린 크기(1.9인치→3.4인치)를 확 키웠는데, 이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외부 스크린 노출로 감각적인 디자인을 뽐낼 수 있는 데다 휴대전화를 접은 상태에서도 다양한 앱을 활용할 수 있어 기능성도 끌어올렸다.

이처럼 이번 제품이 젊은 세대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는 건 반가운 지표다. 요즘 10대 사이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쓰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젊은층 사이에서 아이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갤럭시는 아저씨들이나 쓰는 스마트폰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아재폰’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세대론’인 셈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5·폴드5 판매 목표로 1000만대 이상을 제시했다.[사진=뉴시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5·폴드5 판매 목표로 1000만대 이상을 제시했다.[사진=뉴시스]

안방인 한국 시장에서 잠재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일종의 위기론은 갤럭시Z 플립ㆍ폴드5의 언팩 행사에서도 지적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호도가 평균 대비 떨어지는 부분을 열심히 분석하고 있고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위기론을 수긍했다. 

다만 상황이 조금은 과장됐다는 진단도 내렸다. 노태문 사장은 “글로벌 관점에서는 계층별 선호도 차이가 한국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을 역으로 풀어보면, 한국의 연령별 아이폰 선호도 현상이 심한 게 사실이지만 해외에선 덜 그렇다는 얘기다. 과연 노 사장의 말처럼 한국의 젊은층만 유난스럽게 갤럭시를 외면하고, 세계 각국의 젊은층은 갤럭시의 신제품에 열광하고 있을까. 국내 상황부터 살펴보자.

■ 점검➊ 안방 = “갤럭시 선호도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평균 대비 떨어지고 있다”는 노 사장의 발언은 여러 조사에서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내놓은 ‘스마트폰 사용률’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의 69.0%는 삼성전자 갤럭시, 23.0%는 애플의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안방답게 갤럭시의 인기가 상당했지만, 세대별 격차가 컸다. 

20대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65.0%는 애플 아이폰, 32.0%는 삼성전자 갤럭시를 쓰고 있었다. 지난해 조사에선 20대 스마트폰 사용자 중 아이폰 사용자는 52.0%, 갤럭시 사용자는 44.0%였는데 불과 1년 만에 격차가 더 벌어졌다. 

30대에게선 갤럭시 56.0%, 아이폰 41.0%로 비교적 각축 양상을 보였다. 갤럭시 사용이 두드러지는 건 40대 이상부터다. 40대는 78.0%, 50대는 86.0%, 60대는 85.0%, 70대 이상은 71.0%가 갤럭시를 쓰고 있었다. ‘갤럭시는 아재폰’이 헛말은 아니었던 거다.

다만, 지금은 과반인 갤럭시의 국내 시장점유율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2030세대 중 더 많은 이들이 갤럭시 대신 아이폰을 선택할 가능성이 충분해서다. 더구나 아이폰은 충성도가 높아 ‘사용비율’이 웬만하면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아이폰 사용자 중 열에 아홉(86.0%)은 다음에도 아이폰을 재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일상에서 다양한 스마트폰 기반 플랫폼 서비스 사용 경험과 데이터가 누적되면서 다른 운영체제(OS)의 스마트폰으로 쉽사리 이전하지 못하는 락인 효과가 뚜렷해졌다”며 “결국 저연령대의 스마트폰 브랜드 선택이 제조사 미래 점유율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만 세대론이 드러난 게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석을 보자. 국내 30세 미만 스마트폰 사용자의 85.0%가 첫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 중 53.0%가 지금은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거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대부분이 갤럭시 시리즈란 점을 고려하면, 갤럭시를 쓰던 청년 세대 절반이 다음 스마트폰으론 아이폰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들의 첫 스마트폰이 갤럭시였던 이유는 부모님 같은 실제 구매력 있는 세대의 선호도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청소년기엔 부모가 사준 갤럭시를 첫 스마트폰으로 쓰다가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춘 나이로 성장하면 아이폰으로 변심한다는 얘기다.

반면 첫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구매했던 청년 중 92.0%는 여전히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기존 아이폰 사용자의 충성도 굳히기까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소위 ‘Z세대(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로 불리는 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와 소비를 책임질 동력이다. Z세대가 집단으로 갤럭시를 외면하고 아이폰을 추앙하면 삼성전자가 안방에서 경쟁사에 점유율을 내주는 건 시간문제다. 

아이폰은 한국에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세력을 넓혀가는 중이다.[사진=뉴시스]
아이폰은 한국에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세력을 넓혀가는 중이다.[사진=뉴시스]

물론 노태문 사장의 말처럼 “글로벌 관점에선 계층별 선호도 차이가 한국만큼 급격하지 않다”는 게 사실이면 심각한 위기는 아닐 수 있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연간 12억대를 팔아치운 글로벌 마켓과 비교하면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연간 1200만대 수준으로 비중이 높지 않다. 

과연 노 사장의 설명대로 세계 주요 국가에선 스마트폰 세대론이 작동하지 않는 걸까. 그 답은 ‘스마트폰 세대론과 갤럭시Z’ 두번째 편에서 확인해 보자.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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