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외식업에 기술 더한 푸드테크
자영업자 위한 ‘사이렌 오더’
노쇼 방지하는 예약앱 등 다양
자영업자 위한 서비스 표방
몇몇 업체 이용료 인상 움직임
수수료 논란 겪는 배달앱처럼 될까

‘자영업자 위한 서비스.’ 2010년대 초반 ‘배달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또다른 기업들도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외식업체의 주문·예약·대기 관리 등을 해주는 이른바 ‘푸드테크’ 기업들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도 잇따른 수수료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원성을 사고 있는 배달앱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의 점포 운영을 효율화하고 인건비를 줄여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됐다.[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의 점포 운영을 효율화하고 인건비를 줄여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됐다.[사진=연합뉴스]

“동네 카페도 스타벅스처럼 ‘사이렌 오더’를 할 수는 없을까” “예약하고 오지 않는 ‘노쇼(no show)’ 고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자영업자들의 이런저런 고민을 해결해줄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고객이 모바일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고 받아가기만 하면 되는 ‘스마트 오더’부터, 식당 자리에 앉아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테이블 오더’, 식당 대기 목록을 키오스크로 관리하는 ‘웨이팅 서비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서비스는 외식업에 기술을 더한 ‘푸드테크(food tech)’의 한 종류로 꼽힌다. 푸드테크란 식품산업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바이오테크 등 기술을 결합해 식품의 생산·제조·가공·유통·소비 전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걸 의미한다. 이젠 없어서는 안 될 플랫폼으로 성장한 ‘배달앱’은 대표적인 푸드테크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는 푸드테크는 정말 혁명적일까. 한가지씩 살펴보자. 

■ 푸드테크❶ 종류 =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가 ‘테이블 오더’다. 이른바 ‘태블릿 메뉴판’이라 불리는 서비스로 고객이 앉은 자리에서 태블릿으로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 직원이 직접 메뉴판을 들고 오갈 필요가 없고, 고객은 주문벨을 누르고 직원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테이블 오더에 결제부터 더치페이 기능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업체 중 하나가 ‘티오더(업체명 티오더)’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티오더는 누적 설치 대수 10만대(이하 2023년 1월 기준), 월평균 이용 고객 2000만명에 달한다. 

자영업자를 위한 스마트 오더 서비스도 자리 잡고 있다. 고객으로선 바쁜 시간대에 줄 서지 않고 모바일 앱으로 주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점주로선 주문받는 시간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여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인 ‘패스오더(업체명 페이타랩)’는 2018년 모바일 앱을 론칭한 이래 이용자 100만명을 모았다. 

노쇼를 방지하는 예약 앱 ‘캐치테이블(업체명 와드)’은 2020년 공식 론칭해 7000여개 식당과 30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캐치테이블의 경우 고객이 전화나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 앱으로 편리하게 식당을 예약할 수 있다. 점주는 예약 고객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다. 

식당 대기 고객을 관리해주는 웨이팅 서비스도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테이블링(업체명 테이블링)’이다. 테이블링은 모바일 앱을 통해 고객이 ‘원격 줄서기’를 할 수도 있고, 식당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대기할 수도 있다.

키오스크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입장 순서가 됐을 때 고객에게 알림을 보내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처럼 언뜻 보기에 푸드테크 서비스는 고객도 점주도 만족할 만한 서비스처럼 보인다. 

■ 푸드테크❷ 기대 = 점주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때 기대하는 효과는 별다른 게 아니다. 고객에게 편의성을 주고,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이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푸드테크 사용의향 조사’ 결과를 보자.

‘무인주문기’ 사용의향의 이유로는 ‘인건비 절감(41.2%)’ ‘매장 운영 효율화(29.4%)’ 등이 꼽혔다. ‘예약앱’은 ‘매장 운영 효율화(46.2%)’ ‘고객 편의(20.5%)’를 위해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한식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은 커진 데다 고된 일을 꺼리는 추세이다 보니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인력 관리가 늘 고민이다 보니 인력을 줄이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푸드테크❸ 우려 = 관건은 푸드테크 서비스를 통해 점주가 기대하는 효과를 정말 누릴 수 있느냐다.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발했지만 몇몇 업체는 수수료나 이용료를 인상하고 있어서다. 지속적인 수수료 인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배달앱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중개수수료 0%를 앞세웠던 패스오더는 지난해부터 매출액의 5.9%를 중개수수료(카드수수료 별도)로 받고 있다. 3000원짜리 커피 한잔을 팔면 177원이 중개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어떻게든 손님을 모아보려고 패스오더를 신청했는데 수수료가 올라 고민이 많다”면서 “패스오더를 이용하는 고객을 잃을까 싶어 해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푸드 테크 업체들이 이용 비용을 인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몇몇 푸드 테크 업체들이 이용 비용을 인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패스오더뿐만이 아니다. 대기 관리 서비스 테이블링도 지난해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당초 기기 설치비용만 지불하면 이용료는 무료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월 9만9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치솟은 원재료 가격, 공과금, 인건비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어깨에 또다른 부담이 올라온 셈이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이들 서비스는 결국 소비자와 점주를 연결해주는 ‘거간居間(사고파는 사람에게서 돈을 받고 흥정을 붙이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수수료(이용료)를 인상하겠지만, 점주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아닌 과도한 수수료 인상은 점주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개수수료 0%”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를 앞세웠던 푸드테크 기업들은 과연 첫 약속을 지킬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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