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국내 창고형 할인점 현주소
홈플러스 스페셜 간판 줄어 들고
롯데마트 맥스는 6개에서 멈춰
트레이더스 매출 목표 달성 못해
잘나가던 창고형 할인점 첫 위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던 창고형 할인점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스페셜’이란 간판을 바꾸고 있고, 빅마트에서 이름을 바꾼 롯데마트 맥스는 정작 ‘간판 바꾸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왜 그러는 걸까.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은 ‘2022년 매출 4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사진=뉴시스]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은 ‘2022년 매출 4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사진=뉴시스]

# 2018년 홈플러스는 하이브리드(hybrid) 점포를 새롭게 도입했다.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상품을 한번에 고를 수 있도록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이 매장엔 ‘홈플러스 스페셜’이란 이름이 붙었다.

대구점과 서부산점을 테스트베드 삼아 창고형 할인점을 운영한 홈플러스는 나름 의미 있는 실적을 냈다는 자체 평가를 근거로 그해 7월 홈플러스 스페셜 3호점이자 서울 1호점인 목동점을 리뉴얼 오픈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이를 발판으로 전국 주요 핵심 상권의 기존 점포들을 빠르게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해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달성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그로부터 6개월 후엔 “누적 방문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유통실험이 통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 2010년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 뛰어든 이마트는 2019년 3월 처음으로 서울에 트레이더스(2022년 10월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으로 명칭 변경·이하 트레이더스) 매장(월계점)을 론칭했다.

당시 이마트는 “월계점 오픈을 계기로 트레이더스가 국내 최고의 창고형 할인점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2022년까지 점포 수를 28개까지 확대해 매출 4조원을 달성하고, 2030년에는 점포 수를 50개까지 늘려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

# 롯데마트는 2022년 1월 19일 전주 송천점, 21일 광주 상무점, 27일 목포점 등 3곳을 내리 창고형 할인점 ‘맥스(MAXX)’로 선보였다. 2021년 9월 영업을 종료한 롯데마트 매장을 맥스로 리뉴얼한 것이었다. 두달 후인 3월에는 창원 중앙점도 맥스로 옷을 갈아입었다. 롯데마트 측은 “빅(VIC)마켓으로 운영 중인 영등포점과 금천점도 곧 맥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맥스는 ‘단위당 가격은 저렴하지만 대용량이라 비싸다’는 창고형 할인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용량을 3~4인 가족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2023년까지 20개 매장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자신감을 갖고 창고형 할인점에 힘을 쏟은 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시장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창고형 할인점은 2020년까지 연평균 18.8% 성장세를 이어왔다.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돌입한 백화점·대형마트와 비교하면 그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선 더 탄력을 받았다. 외식 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창고형 할인점이 수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장하던 창고형 할인점이 엔데믹(endemic·풍토병) 국면에선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트레이더스는 2022년까지 점포 수를 28개까지 확대해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재 전국의 트레이더스 매장은 21개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매출 역시 3조3867억원에 그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롯데마트 맥스는 어떤가. 2022년 맥스로 전환하며 “2023년까지 2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현재 맥스로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6개뿐이다. 그중 영등포점과 금천점은 지금도 빅마켓 간판을 달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간판만 바꿔 달지 않았을 뿐 내부는 이미 맥스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리뉴얼 일정에 맞춰 간판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일정이 정확히 언제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롯데마트 측의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어떨까. 홈플러스 스페셜은 2019년 이후 존재감을 잃었다. 창고형 할인점 전환 1호점인 대구점은 홈플러스 스페셜 폐점 1호점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썼고, 서울 1호점인 목동점은 2024년 11월 문을 닫을 예정이다.

각각 ‘부지 매각’ ‘임대차 만료’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홈플러스 스페셜이 잘됐다면 과연 폐점에 이르렀겠냐”는 뒷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일부 매장을 홈플러스 스페셜이 아닌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실상 스페셜 카드를 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잘나가던 창고형 할인점은 왜 기세가 꺾인 걸까. 한쪽에선 “팬데믹 기간에 워낙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 실적이 상대적으로 악화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면서 역기저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또다른 쪽에선 “실제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론을 내놓는다. 절대 강자로 여겨지던 코스트코코리아마저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게 반론의 근거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해(회계연도 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이 3.2% 증가했는데, 1994년 코스트코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두번째로 낮다. 직전 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이 18.3%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르게 꺾였다. 흔들릴 거 같지 않던 코스트코가 휘청거린 이유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꺾인 영향을 코스트코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스페셜 서울 1호점인 목동점은 내년 폐점 예정이다.[사진=뉴시스]
홈플러스 스페셜 서울 1호점인 목동점은 내년 폐점 예정이다.[사진=뉴시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소득 1· 2·3분위의 실질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5%, 2.4%, 2.1% 감소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당연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창고형 할인점은 단위당 가격은 저렴하지만 대용량 위주여서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지출해야 할 비용이 크다. 창고형 할인점이 얇아진 지갑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물론 “경기가 반등할 내년쯤엔 창고형 할인점도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하는 긍정론자들도 있지만, 경기가 언제 반등할지 점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창고형 할인점의 침체 원인을 ‘소상공인’에서 찾았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창고형 할인점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보단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가 더 많다. 소상공인들이 위험에 빠지면 그들을 고객으로 하는 창고형 할인점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불황이 심하다는 게 창고형 할인점의 현주소로 나타나고 있는 거다.” 성장만 이어오던 창고형 할인점은 과연 사실상 첫번째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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