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엔씨, 2분기 저조한 실적
단지 신작 부재 때문일까
과거에도 있었던 과금 논란
실적 악화에 영향 미친 듯해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까

# 엔씨소프트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2년째 신작이 나오지 않은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만, 이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리니지식 과금 요소’를 갖춘 게임들의 실적이 하나같이 저조해서입니다.

# 문제는 엔씨소프트가 신경써야 할 게 이뿐만이 아니란 점입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경쟁사인 웹젠과 저작권 침해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2021년 6월 엔씨소프트가 “웹젠의 게임 R2M이 자사 게임인 리니지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게 시작이었죠. 

# 18일 1심에서 법원이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주긴 했습니다만, 문제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웹젠이 곧바로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까지 저조하니, 엔씨소프트로선 답답한 상황임에 분명합니다. 그럼 하반기엔 반등의 가능성이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엔씨소프트의 현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리니지2M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펼친 트럭 시위.[사진=뉴시스]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리니지2M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펼친 트럭 시위.[사진=뉴시스]

‘리니지’로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을 주름잡았던 엔씨소프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실적이 신통치 않습니다. 지난 9일 엔씨소프트는 2분기에 매출 4402억원, 영업이익 35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0%, 71.3% 줄어든 수치입니다.

1분기 때도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매출 4788억원, 영업이익 816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7903억원·영업이익 2442억원)보다 각각 39.4%, 66.5% 감소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2분기 연속으로 나쁜 성적표를 받아든 셈입니다. 이 때문인지 올해 초 43만1500원(1월 2일)을 기록했던 엔씨소프트 주가도 현재 25만7500원(8월 16일)으로 40.3%나 빠졌습니다.

물론 감안해야 할 변수가 있긴 합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오프라인 소비문화가 활발해지면서 게임시장이 위축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게임사가 엔씨소프트처럼 침체의 늪에 빠진 건 아닙니다. 그 와중에도 알찬 열매를 거둔 게임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3N’이라 불리는 넥슨의 2분기 실적은 매출 9028억원, 영업이익 2640억원으로 10.4%, 19.7% 증가했습니다. 그라비티도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47.5%, 138.3%나 늘어난 매출 2389억원, 영업이익 527억원에 달했습니다.

또다른 3N인 넷마블이 매출 6033억원, 영업적자 372억원으로 6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게 역설적으론 엔씨소프트에 위안을 줄 법합니다.

엔씨소프트는 어쩌다 이런 암울한 성적을 거둔 걸까요? 증권가에선 ‘신작의 부재’를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않은 게 실적 저하로 이어졌단 겁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 17일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기존 44만원에서 38만원으로 낮추면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지난 3·4월 경쟁업체들의 신작이 쏟아지면서 리니지2M·리니지W의 앱 매출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7월에 신작들의 파급력이 떨어지면서 순위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하반기에 극적인 매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증권가의 분석은 일견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8월 ‘블레이드앤소울2’를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눈에 띄는 신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준비 중인 차기작이 없는 건 아닙니다. 리니지와 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앤리버티(TL)’를 준비 중이긴 합니다만, 론칭 시점을 수차례 연기한 탓에 올 하반기에나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최근 휘청이고 있는 게 단순히 신작이 없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기존 게임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도 나쁜 변수입니다. 엔씨소프트의 간판 게임 중 하나인 ‘리니지W’의 1분기 매출이 1225억5700만원으로 67.1%(이하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다른 ‘리니지류’ 게임인 ‘리니지2M’도 730억5900만원으로 42.6% 줄었고, ‘블레이드앤소울2’도 79.2% 쪼그라든 50억22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리니지M이 1301억4800만원으로 12.3% 증가한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다른 게임들의 부진을 상쇄할 만큼의 증가폭은 아닙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이 부진을 겪는 이유가 뭘까요? 흥미롭게도 이 게임들은 모두 ‘페이 투 윈(Pay to Win)’ 요소가 짙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페이 투 윈은 과금을 통해 상대방보다 우위에 올라설 수 있는 특징과 시스템을 갖춘 게임을 뜻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많이 쓸수록 게임 내 자신의 캐릭터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깁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속에선 돈을 더 지불하도록(과금) 만드는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엔씨소프트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상대방 캐릭터를 죽일 수 있는 PK(플레이어 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이용자들 간의 경쟁 구도가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이는 곧 ‘과금’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의 캐릭터가 해를 입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더 빨리 강해져야 하니까요.

이 때문인지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은 ‘악명 높은 과금 시스템’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이렇게 과금 요소가 짙은 게임들을 가리켜 ‘리니지라이크(like)’란 이름을 따로 붙일 정도죠. 조금 오래되긴 했습니다만,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자료도 있습니다.

2018년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당시 리니지M 이용자의 1인당 결제 금액은 평균 21만5000원이었습니다. 이는 리니지M이 속한 ‘게임-롤플레잉 카테고리’ 이용자의 1인당 평균 결제액(3만335원)보다 7배나 많은 돈이었죠.

이런 엔씨소프트 게임들의 성적이 최근 눈에 띄게 나빠졌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기피하는 이용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서입니다.

비약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리니지식 과금 시스템에 이용자들이 반감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블레이드앤소울2는 2021년 8월 론칭 당시 746만명의 사전예약자를 모을 정도로 이용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엔씨소프트 제공]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엔씨소프트 제공]

하지만 리니지 게임의 과금 시스템 중 하나인 ‘아이템 뽑기’를 탑재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죠. 같은 해 출시한 트릭스터M도 2003년 출시된 동명의 게임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만, 게임을 체험한 이용자들로부터 “과금 구조부터 게임 시스템까지 리니지M과 다를 게 없다”는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두 게임 모두 흥행에 실패했고,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5월 23일 최문영 엔씨소프트 수석개발책임자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개발자 노트에서 “(이용자들이) 게임 속 비즈니스 모델(BM)을 우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최선의 BM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루 뒤 열린 TL의 베타 테스트를 체험해본 이용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확실히 과금 시스템 부담이 덜했다’ ‘무無과금 유저도 즐길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리니지식 과금 요소가 여전히 존재했다’는 평도 적지 않았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완전히 ‘리니지의 그림자’를 떼버리진 못했단 겁니다.

엔씨소프트는 지금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기존 게임들은 과금 시스템 탓인지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신작은 뜨뜻미지근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는 하반기에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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