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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모빌리티 상반기 흑자 함의
우여곡절 끝 경영 정상화 시동
다양하지 않은 라인업은 한계
미래차 시장 대응 상황도 아쉬워
에디슨모터스 인수는 기회일 수도
중고차 산업 진출도 고려해야

KG모빌리티가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다. 무려 7년 만이다. 수차례 주인이 바뀌면서도 독자 생존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이 회사로선 반가운 성적표다. 다만 진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손볼 곳이 많다. 옛 쌍용차의 라인업이 SUV에 편중돼 있었다는 점은 KG모빌리티의 태생적 위험요인이다. 곡절을 워낙 많이 겪다보니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여전한 고민거리다. 

KG모빌리티가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KG모빌리티가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옛 쌍용차 KG모빌리티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2조904억원, 영업이익 28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KG모빌리티가 상반기에 흑자를 기록한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도 창사 이래 최대치다. 그만큼 차를 많이 팔았다. 국내외에서 총 6만5145대를 팔았다. 2019년 상반기(7만277대)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판매고다. 

KG모빌리티로선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성적표다. 한때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는데, 지금은 경영 정상화에 다가서고 있어서다. 

KG모빌리티는 과거 국내 SUV 시장을 호령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인을 잘못 만나면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국 상하이차, 인도 마힌드라그룹 등은 약속했던 지원을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경쟁력만 갉아먹었다. ‘작은 SUV’ 티볼리가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2016년 반짝 흑자를 내긴 했지만, 그 외엔 매년 적자만 기록했던 게 이를 방증한다. 

그러던 지난해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부턴 반전극을 쓰고 있다. 티볼리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차 ‘토레스’는 가격ㆍ디자인 파격을 통해 국산 SUV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KG모빌리티의 국내 판매량은 3만8969대였는데, 이중 토레스 판매 비중은 66.1%(2만5775대)였다. 순식간에 KG모빌리티의 베스트셀링카로 등극했다. 

이런 ‘신차 효과’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KG모빌리티는 조만간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 ‘토레스 EVX’를 시장에 내놓는다. 중국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가격 경쟁력이 충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고 KG모빌리티가 지금처럼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 나쁜 변수들 = KG모빌리티의 가장 큰 단점은 판매 차종이 너무 적다는 거다. 출시와 동시에 주력모델로 올라선 준중형 SUV 토레스와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ㆍ칸’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이 문제다. 냉정하게 보면 경쟁사 차종을 압도하는 상품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대세’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인기차종만 남기고 정리하는 분위기가 있다곤 하지만, KG모빌리티는 상황이 다르다.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차 개발에 역량을 쓰지 못하느라 라인업 자체가 빈약해서다. 쉽게 말해, ‘정리를 운운할’ 정도로 라인업이 탄탄한 게 아니란 소리다. 

KG모빌리티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미래차 대응이 절실하다.[사진=뉴시스]
KG모빌리티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미래차 대응이 절실하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시대에 맞춰 디젤차 감소세가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KG모빌리티엔 부담이다. SUV가 주력인 KG모빌리티는 강력한 동력성능과 높은 연비에 강점을 지닌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 많다. 앞으로 내연기관차를 새롭게 내놓으려면 가솔린 엔진이나 LPG 엔진을 얹어야 하는데, 두 엔진은 SUV나 픽업트럭을 끌기엔 연비와 성능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토레스 EVX만으론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는 다양한 크기와 용도로 무장한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반면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 단일 모델로 승부해야 한다. 

중장기 미래를 보고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같은 신기술엔 막대한 연구ㆍ개발(R&D) 비용을 쏟아야 한다.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KG모빌리티 입장에선 미래차 기술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KG모빌리티 입장에서 분기마다 조 단위 R&D 비용을 쓰는 현대차ㆍ기아 같은 수준의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KG모빌리티가 토레스 EVX를 개발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아닌 중국의 BYD와 협력관계를 맺은 것도 고육지책의 일환이었다. 기본적인 차량 사양에서 경쟁 전기차를 압도하기 어려우니, 좀 더 저렴한 배터리를 얹기 위해 BYD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시장엔 KG모빌리티 차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수두룩하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KG모빌리티 대신 다른 완성차 브랜드를 선택한다면, 이 회사의 잔혹사가 종언을 고했다고 보긴 어렵다. 

■ 괜찮은 변수들 = 이런 측면에서 KG모빌리티가 최근 에디슨모터스 최종 인수 예정자에 꼽힌 건 시사하는 점이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개발에 상당한 역량을 축적한 회사다. KG모빌리티로선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통해 전기버스로 라인업을 단숨에 확장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절반 넘게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데, KG모빌리티 역시 가격 경쟁력과 성능만 갖추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그만큼 전기버스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틈새시장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현재 적잖은 전기버스 보조금이 중국 기업에 쏠리는 걸 우려하고 있는데, KG모빌리티가 시장에서 우위에 서면 이런 고민도 해소할 수 있다. 전기버스 경쟁력을 더 끌어올려 세계시장의 문을 노크하는 시나리오도 그릴 수 있다.

KG모빌리티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지켜봄 직하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보다 규모가 큰데도 허위ㆍ미끼 매물 문제로 불신의 늪에 빠져 있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지난해 정부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도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발판을 마련했다. 당장 현대차ㆍ기아가 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KG모빌리티가 중고차 시장에 나서더라도 현대차ㆍ기아만큼의 파급력을 갖추진 못하겠지만, 틈새시장은 노려볼 만하다. KG모빌리티는 넓은 실내 공간 덕에 거주성과 실용성이 뛰어난 SUV를 주로 만든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이런 기능을 더 특화하면 매출처를 충분히 다변화할 수 있다. 

물론 전기버스 시장에서 자리 잡고, 중고차 산업을 새롭게 개척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KG모빌리티로선 반드시 진출해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 과연 KG모빌리티는 SUV 명가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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