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지니뮤직 역대 최대 실적 경신
본업인 음원 스트리밍은 주춤
유튜브뮤직 넘어서기 쉽지 않아
본업 외 사업 성장 가도 달려
본업 약해진 지니뮤직 괜찮을까

지니뮤직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본업은 정작 부진을 겪고 있다. 유튜브 뮤직에 2위 자리를 내준 데다, 혁신성을 품은 새 서비스도 찾아보기 힘들다. 본업이 잘 풀리지 않는 가운데도 성장했다는 건데, 이게 지니뮤직으로선 좋은 일일까 좋지 않은 일일까.

지니뮤직의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니뮤직의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니뮤직에 2022년은 뜻깊은 해다. 1991년 창립한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해서다. 그해 매출은 28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1.6% 증가한 138억원을 기록했다.

비결은 수익 다각화다. 주력사업인 음원 스트리밍 외에 음원유통사업 확장, 공연 신사업 추진 등 다양한 먹거리에 힘을 쏟은 게 알찬 결실로 이어졌다. 여기에 부진했던 일부 사업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도 호실적의 이유 중 하나다. 2021년 9월 인수한 독서 플랫폼 서비스 ‘밀리의서재’가 대표적이다.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매출 458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달성해 2019년부터 이어지던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에도 기분 좋은 소식이 꽤 있다. 지난 5월 27일 지니뮤직은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체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그룹(이하 텐센트)’과 손을 잡고 중국시장에 음원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텐센트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계약이 지니뮤직의 해외 음원유통 실적에 긍정적인 결과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8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악보 편곡 서비스 ‘지니리라’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사업도 순조롭다. ‘지니리라’의 장점은 작곡 경험이 없는 일반인도 AI를 이용해 손쉽게 작곡·음원 발매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를 통해 음악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어넣겠다는 게 지니뮤직의 미래 플랜이다.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데다 신사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니, 이렇게만 보면 지니뮤직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지니뮤직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본업’이다. 음원 스트리밍 사업에서 오랫동안 강자로 군림해온 지니뮤직의 위상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구글이 만든 ‘유튜브 뮤직’이 국내에서 급성장하면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유튜브 뮤직은 월간활성사용자수(MAU) 581만명을 기록, 전년 동기(459만명) 대비 85.4% 증가했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일찍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만큼, 유튜브 뮤직의 성장은 경쟁 업체들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업계 1위를 수성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멜론’의 MAU는 지난해 7월 744만명에서 올해 7월 665만명으로 79만명 줄었다. 3위인 지니뮤직도 같은 기간 367만명에서 327만명으로 10.8% 줄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유튜브 뮤직에 2위 자리를 내준 이후로 점유율까지 계속 빠지고 있으니, 음원 스트리밍 사업이 어느새 지니뮤직의 ‘아픈 손가락’이 된 셈이다. 이 때문인지 지니뮤직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신통치 않다. 매출 1349억원, 영업이익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9.6%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지니뮤직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유튜브 뮤직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 유튜브 뮤직이 유튜브와 연계한 풍부한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한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고 가정해 보자. 지니뮤직에선 정식 음원 유통을 거친 음원만 들을 수 있다. 반면 유튜브 뮤직에선 ▲일반인이 따라부른 ‘커버곡’, ▲악기로 연주한 버전, ▲노래에 맞춰 춤을 춘 댄스 버전 등 유튜브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유튜브 뮤직이 지니뮤직보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거다.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국내에 정식 유통되지 않는 일부 음원도 마찬가지다. 지니뮤직에선 청취가 불가능하지만, 유튜브 뮤직은 방대한 자료를 갖춘 유튜브와 연동된 덕분에 어렵지 않게 찾아 들을 수 있다.

유튜브 뮤직의 새로운 기능도 지니뮤직에 위협을 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1일 유튜브 뮤직은 음악에 관한 의견을 댓글로 달 수 있는 서비스를 한국을 제외한 일부 국가에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유튜브의 댓글 기능이 유튜브 뮤직에도 생겼다고 이해하면 쉽다.

댓글 기능은 플랫폼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이용자들이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니뮤직에도 앨범에 댓글을 다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이용자 간의 소통보단 해당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데 제한적으로 쓰인다.

그렇다고 지니뮤직이 유튜브 뮤직 외의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 뚜렷한 강점을 가진 것도 아니다. 과거 지니뮤직은 품질을 무기로 인지도를 쌓아왔다. 2014년 1월 음질이 손상되지 않는 ‘오디오 파일 형식(FLAC)’ 스트리밍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 다른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후 멜론·벅스뮤직 등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FLAC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뛰어난 음원 품질’이란 강점이 사라졌다.

물론 지니뮤직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긴 하다. 오디오 서비스 ‘지니뮤직 오디오’와 아티스트 소식을 다루는 매거진 등이다. 최근엔 주목할 만한 오리지널 콘텐츠 ‘레전드’도 선뵀다. 이는 국내 최고 디바를 초청하는 오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영 첫날엔 인기 가수 인순이를 초대해 그의 음악 인생 이야기를 콘텐츠에 담았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들은 어디까지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부가 서비스’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 지니뮤직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흐름을 뒤집기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 뮤직처럼 방대한 음원을 확보하든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든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데, 지니뮤직에선 이런 행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니뮤직은 하반기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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