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G 3.5㎓ 기지국 설치맵 분석➊
거짓으로 끝난 진짜 5G 논쟁
공정위는허위‧과장 광고 결론
이통사 28㎓ 주파수 허가 취소
3.5㎓ 인프라 구축되고 있지만
품질 불만 많은 5G 소비자들
더 많은 기지국 필요하단 얘기
하지만 기지국 추가 구축 난제
옥외 기지국 혐오시설로 꼽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거짓말이었다. 이론에서나 가능한 속도였다. 기지국을 제대로 못 깔아서 주파수마저 회수당했다. 5G가 대세가 될 거라더니,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요샌 LTE에 새롭게 가입하는 국민들이 5G 가입자보다 많다. 내년엔 5G 전국망을 구축할 거라는데, 이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5G 기지국을 훨씬 더 많이 늘려야 하는데, 설치할 곳이 마땅찮아 LTE 기지국과 중복으로 설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통3사는 아직 5G 전국망 구축을 달성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이통3사는 아직 5G 전국망 구축을 달성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없다. 5G가 상용화한 지 4년이 흐른 지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월 13만원에 달하는 최고가 5G 요금제에 가입하더라도 이런 속도를 누릴 수 없다. 지난 6월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5G가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홍보문구는 과장”이라고 못 박았으니, 논란의 여지가 없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자. 2019년 4월 5G 상용화 당시 이통3사는 5G 서비스 속도를 20Gbps(초당 20기가비트)라고 광고했다. 이전 세대 통신 서비스(LTE -A)의 이론상 최대 속도(1Gbpsㆍ초당 1기가비트)의 20배에 달하는 속도를 누릴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실제론 평균 0.8Gbps(2021년 기준)에 그쳤다. 20배에 달하는 속도는커녕 LTE 최대 속도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 문제로 이통3사에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사상 두번째로 중한 제재였다. 배기가스 조작으로 전세계에 충격을 줬던 ‘디젤게이트’ 때 폭스바겐에 부과한 과징금이 373억원으로 가장 컸는데, 그에 맞먹는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로선 이통3사의 과장 광고가 그만큼 심각한 기망 행위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기망 행위를 앞으로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이통3사에 할당한 5G 주파수 대역은 두가지다. 고대역 주파수 28㎓와 중대역 주파수인 3.5㎓. 이중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건 28㎓ 주파수다. 주파수는 대역폭이 넓을수록 빠른 속도로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데, 초고주파 대역인 28㎓가 속도에 강점을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말엔 KTㆍLG유플러스의 28㎓ 주파수를 회수했고, 올 5월엔 SK텔레콤의 28㎓ 주파수를 회수했다. 이 대역대의 주파수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한 거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통3사 28㎓ 기지국을 약속대로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5G 주파수 3.5㎓ 대역과 28㎓ 대역을 각각 할당하면서 기지국 의무 수량 대비 구축 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할당을 취소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28㎓ 대역의 경우 2021년 말까지 각각 1만5000개씩, 총 4만5000개의 기지국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통3사 모두 약속한 기지국의 10%가량만 설치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앞으로도 이들이 실적을 채울 계획이 없음을 확인하고 ‘주파수 회수’란 사상 초유의 고강도 제재 조치를 꺼냈다. 이통사가 주파수 이용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에 반납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만약 이통3사가 정부와 약속한 대로 28㎓ 기지국을 총 4만5000대 설치했다면, 우리가 20배 빠른 속도를 누릴 수 있었느냐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28㎓로 대표되는 초고주파 대역은 속도가 빠른 만큼 부작용도 뚜렷하다. 다름 아닌 회절률(전파가 휘어지는 성질)이 나쁘다는 점이다. 전파 도달거리가 극단적으로 짧고, 장애물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28㎓ 대역은 전파 도달거리는 3.5㎓의 10~15% 수준에 불과하다. 장애물을 만나면 쉽게 끊기기도 한다. 그래서 28㎓ 대역은 도시에 건물이 촘촘히 있고 국토의 70%가 산악 지형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엔 애당초 맞지 않는 주파수란 평가가 많았다.

특히 끊김 없이 네트워크가 이뤄져야 하는 개인용 모바일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통3사가 28㎓ 기지국을 약속대로 구축하지 않은 데엔 이런 배경도 깔려 있었다. 기지국을 구축하더라도 마땅히 쓸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애초부터 허상이었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이런 약점을 이통3사뿐만 아니라 정부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국정감사에서 28㎓ 기지국의 부진한 구축 실적 문제가 제기됐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결책을 제안하지 못했다.

반면 ‘세계 최초 5G 상용화 달성’의 타이틀에 목말랐던 정부 역시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강조했고, “상용화 69일 만에 5G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며 자축했다. ‘진짜 5G’의 실패는 정부와 기업의 ‘대환장 컬래버’였던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3사의 5G 광고가 소비자들을 기만한 거짓 광고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3사의 5G 광고가 소비자들을 기만한 거짓 광고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 3.5㎓는 괜찮나 = 어찌 됐든 ‘20배 빠른 속도’ ‘진짜 5G’의 상용화는 물 건너갔다. 과거는 지나갔고, 지금은 5G 정책의 미래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5G의 현주소는 어떨까. 5G 서비스는 3.5㎓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28㎓ 주파수를 취소했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다. 

아쉽지만 3.5㎓는 28㎓보다 속도가 느리다. 언급했듯, 주파수는 대역폭이 넓을수록 빠른 속도로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속도가 형편없는 건 아니다. 3.5㎓도 LTE보단 훌륭한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3.5㎓ 대역의 이론상 최대 속도는 1.5Gbps인데, 이는 2GB HD영화 한편을 약 10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LTE의 이론상 최대 속도인 1Gbps보다 0.5배 빠르다.

실제 속도로 따져 보면 3.5㎓의 위력은 더 상당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이통3사의 5G 다운로드 전송속도는 평균 896.10Mbps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에 조사한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151.92Mbp)와 견줘 5.6배가량 빠른 속도다.  

더구나 구축 실적이 기준에 못 미쳐 주파수를 뺏긴 28㎓와 달리, 이통3사의 3.5㎓ 기지국 구축 실적은 비교적 우수하다. 정부는 2018년 이통3사에 3.5㎓ 대역을 할당하면서 2025년까지 통신사별로 15만국, 총 45만국 구축 조건을 내걸었다.

단기적으론 2021년 말까지 회사별로 2만2500국, 2023년 말까지 4만5000국을 구축해야 했다. 현재 3.5㎓ 대역 무선국은 28만개 이상 구축됐다. 정부의 조건보다 기지국을 초과 구축했다는 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5G 품질을 둘러싼 국민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0배 빠른 속도’가 거짓말인 게 들통난 지금도 그렇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란 거다. 대표적인 불만은 5G 요금을 내고도 LTE 네트워크를 쓴다는 점이다. 국내 이통사는 5G 커버리지가 닿지 않는 ‘음영지역’에선 LTE 네트워크로 자동 전환한다.

[※참고 : 이를 기술적으로 비非단독모드(NSAㆍNon Stand Alone)라고 한다. 데이터 통신은 5G망, 단말기 제어는 LTE망을 쓰는 식이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 방식은 단독모드(SAㆍ Stand Alone)인데, 모든 데이터 송수신이 5G 인프라에서 작동한다. SA는 현재 KT만 일부 상용화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5G에서 LTE로 전환하는 비율(다운로드 기준)은 1.34%다. 100번 중 1.34번꼴로 5G가 아닌 LTE에 연결된다는 뜻이다. 언뜻 미미해 보이지만 고객들이 체감하는 비율은 더 높다. 

5G 집단소송을 대리 중인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의 말을 들어보자. “5G 불통사건을 준비한 게 2년 전이었는데, 현재도 5G 가입자 소송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20배 빠른 5G가 어렵다면, LTE로 전환하는 비율이라도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 조사에서 나온 전환율은 낮을지 모르지만, 내부 건물이나 수도권 외곽으로 십중팔구 LTE로 바뀐다. 상용화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음영지역이 있다는 게 문제다.” 

정부와 약속한 기지국 숫자보다 더 많이 구축했고, 3.5㎓는 회절률도 좋아 상대적으로 멀리 전파가 갈 수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정우기 청강문화산업대(이동통신학) 교수는 “기지국의 밀도는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며 “개수만큼이나 기지국이 얼마나 촘촘하게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통3사는 3.5㎓ 대역 기준으로 아직 ‘전국망’을 구축하지 못했다. 많이 설치하긴 했지만 5G로 전국을 다 덮지 못했다는 거다. 결국 3.5㎓ 기지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나야 국민들이 ‘5G의 효과’를 그나마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3.5㎓ 기지국마저 늘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설치 장소를 확보하는 거다. 3.5㎓는 28㎓보단 전파 도달거리가 길지만, LTE보단 짧다. 특히 주파수 간섭 문제 때문에 건물이 밀집한 도심 번화가 지역의 기지국은 훨씬 더 촘촘한 간격으로 놓여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동통신 기지국을 혐오시설로 취급하는 건물주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지국을 설치하려고 해도 옥상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하기 일쑤다. 이동통신 장비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서울의 경우 임대료를 수백만원씩 내겠다고 설득해야 간신히 설치할 수 있다. 설치를 해놨더라도 엄청난 전자파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며 시도 때도 없이 철거 민원이 들어온다. 기지국 숫자가 부족하고 음영지역이 숱해도 5G 기지국을 폭발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이통사가 5G 기지국을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건 더스쿠프의 분석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LTEㆍ5G 기지국 주소를 입수해 LTE 기지국과 5G 기지국의 주소가 얼마나 겹쳐있는지를 따져봤다. 그 흥미로운 결과는 5G 기지국의 비밀 두번째 편에서 확인해보자.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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