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기초과학 솔루션 기업 모비스
주간 주가 상승률 130.41%
3거래일 연속 상한가 달성
중입자 암 치료 성공 소식에
치료기 부품 개발로 테마주 묶여
최근 극성부린 기술 테마주와 유사
개인투자자 투자 유의해야

올해 증시에선 각종 테마주가 극성을 부렸다. ‘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로 테마의 유행도 빠르게 바뀌었다. 결말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고점에서 뒤늦게 추종 매매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이어졌다. 최근엔 중입자 치료가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에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그 중심엔 ‘모비스’가 있다. 

캡션/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암 치료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내부.[사진=뉴시스]
캡션/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암 치료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내부.[사진=뉴시스]

9월 셋째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모비스’다. 18일 주당 2565원에 장을 시작했는데 22일엔 5910원에 마감했다. 무려 130.41% 상승률을 기록했다. 5일 만에 세자릿수 넘게 주가가 뛰었단 거다. 모비스는 19일과 20일 21일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가 회사 주식 1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모비스는 우리가 익히 아는 자동차 부품기업 현대모비스가 아니다.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초과학 특수정밀 제어회사다. 사실 주가가 껑충 뛰어오른 기간에 모비스에 호재라고 할 만한 공시는 없었다.

그런데도 주가가 급등한 건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가 ‘암 조직 제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연세대의료원 연세암병원은 “전립선암 2기 진단 후 지난 4월 중입자 치료를 받은 환자의 치료 후 검사에서 암 조직이 제거됐다”고 밝혔다. 

중입자 치료는 초정밀 최첨단 방사선 치료법이다. 치료엔 ‘중입자 가속기’를 활용하는데, 무거운 탄소 입자를 사용해 빠르고 강하게 암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꿈의 암 치료기’로도 불린다. 기존 방사선 치료나 각종 암 치료와 견줘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크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어 그간 국내에선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4월부터 연세암병원이 중입자 치료센터 개소식을 열면서 국내 최초로 중입자 가속기를 도입했다. 

모비스는 중입자 치료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 회사가 핵융합발전, 대형 입자가속기 같은 빅사이언스(기초과학) 시설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을 개발하고 공급하고 있어서다. 모비스는 가속기용 정밀 제어시스템을 개발해 국산화했고, 방사광 가속기에서 방사광을 생성하는 장치인 언듈레이터(Undulator) 제어시스템과 가속기 전체를 통제하는 중앙통제시스템도 만들었다.

중입자 치료 성공 소식에 주가가 들썩인 기업은 또 있다. 비츠로테크다. 19~21일 주가 등락률 69.94%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가속기용 부품을 생산하는 비츠로넥스텍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모비스·비츠로테크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건 중입자 치료가 대중적으로 확산하면 이들 회사의 실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마주에 투자할 땐 신중해야 한다.[사진=뉴시스]
테마주에 투자할 땐 신중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자료 | 한국거래소]
[자료 | 한국거래소]

이들 업종의 주가 급등은 최근의 과학기술 테마주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7월부터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와 연관된 기업들의 주가 급등락이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이들 테마주는 해당 기술에 호재가 발생하면 단기 급등했다가 끝내 ‘차익 실현 매물’로 전락하는 형적인 패턴을 반복했다.

테마주 열풍의 끝엔 항상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만 남았다. 공교롭게도 모비스는 초전도 코일 관련 시스템 설계를 수주했다는 이유로 당시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여 한차례 급등락을 겪었다.

중입자 치료 테마주 열풍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치료에 쓰인 중입자가속기에 두 회사가 직접 부품을 납품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치료법이 대중화하는 데까진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모비스의 실적은 뛰어나지 않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전년 동기(17억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모비스의 주가 급등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한국거래소는 21일 “모비스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고 추가 상승시 매매 거래가 정지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하길 바란다”고 지정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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