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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치솟은 중국
도시에서 일자리 못 구해
고향 돌아와 ‘풀타임자녀’
집안일·심부름 하는 대신
부모로부터 달마다 임금
양질의 일자리 구축 과제
中 정부 취업난 해소할까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중국 국가통계국, 참고 | 16~24세 도시청년 기준]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중국 국가통계국, 참고 | 16~24세 도시청년 기준]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부모가 집안일, 심부름, 노인ㆍ친척 돌보기 등에 성인 자녀를 ‘노동자’로 고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풀타임자녀(全職兒女ㆍ전업자녀)’의 등장이다.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이 발행하는 영문 잡지 ‘식스톤(Sixth Tone)’의 보도를 통해 풀타임자녀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이 매체와 인터뷰를 한 22세의 중국 청년 청쥔은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지난해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중국 동부 장쑤성江蘇省에 있는 부모의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쥔은 여동생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가족을 위한 심부름을 하는 대가로 부모에게서 매달 4000위안(약 73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풀타임자녀가 화두에 오른 건 지난해 말부터다. 소셜플랫폼 더우반(douban)에 풀타임자녀들이 직접 토론 포럼을 개설하면서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풀타임자녀의 대부분은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경쟁이 치열한 중국의 대학원 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싶어 하는 대학졸업생들이다. 

풀타임자녀를 향한 중국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켄라오가 따로 없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켄라오는 ‘노인을 갉아먹는다’는 뜻으로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의 연구원 리우웬롱은 “현재 중국 청년들은 감당할 수 없는 집값에 더해 경직된 노동시장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는 청년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가족에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가정에서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낙인에 맞서기 위해 가정 내 풀타임 노동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 6월 중국의 도시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 정부는 7월부터 연령별 실업률 데이터 공개를 중단했는데, 이 때문에 “청년실업률 수치가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장단단 베이징대(경제학) 교수는 “풀타임자녀가 실업자로 간주된다면 실제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인 21%의 두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와 전업자녀가 되는 중국 청년들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와 전업자녀가 되는 중국 청년들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통신사 AP에서는 풀타임자녀가 등장한 근본적 원인은 중국 청년들이 만족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P는 “농업ㆍ건설 등 다른 분야에선 인력이 부족하지만 젊은 대학졸업생을 고용하는 첨단기술ㆍ교육산업 분야에선 되레 대량해고가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졸업생은 육체적으로 덜 힘든 사무직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독일 막스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장 시앙비아오는 “중국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할 기회는 있지만 일자리의 질은 낮다”면서 “소위 풍족한 시대에 자라고 교육받은 집안의 외둥이가 그런 직업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풍부한 양질의 일자리는 집권당과 중국 청년 사이 일종의 계약이었다”고 꼬집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중국의 정치ㆍ경제 모델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보다 우월하다는 공산당의 주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의 공식 보고서에 “대학생들의 불안, 실망, 혼란이 커지면서 중국 경제의 미래를 향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내용이 등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 정부는 과연 풀타임자녀의 시대를 헤쳐 나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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