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올해 서울 원룸 월세 69만원
대학가 일부는 80만원 육박
신축 주택 월세 상승 이끌어
청년 주거 지원책 더 필요해

서울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 청년에게 가장 큰 부담은 주거비다. 특히 올해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69만원으로 50만원대에 머물던 지난 9년간의 흐름을 완전히 벗어났다. 일부 대학가의 원룸 평균 월세는 서울 평균치를 벗어나 더 급등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층을 위한 주거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놨지만 민간임대주택의 월세 급등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2023년 기준 69만원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2023년 기준 69만원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서울에 사는 1인 가구가 ‘숨만 쉬는’ 데 필요한 금액은 얼마일까. ‘숨만 쉬는’ 비용이기 때문에 먹는 것(식비)과 움직이는(교통비) 비용은 제외한다. 쉽게 말해, ‘숨만 쉬는 비용’의 일반적인 뜻은 주거비다. 그중에서도 월세가 대표적이다.

■ 월세 분석➊ 서울 평균 = 2023년 서울 원룸(연립ㆍ다세대 주택 전용면적 33㎡ 이하ㆍ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69만원이다. 부동산 매물 광고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49만원에서 2021년 53만원까지 8년간 4만원 내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그러던 2023년 평균 월세가 69만원으로 오르면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으로 대표되던 원룸 월세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원룸 월세의 가파른 상승은 매매가 상승폭을 뛰어넘는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 연립ㆍ다세대주택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 평균 상승률은 10.3%였다. 같은 기간 서울 연립 다세대주택(전용면적 33㎡ 이하) 매매가 평균 상승률은 9.6%로 월세 상승폭보다 작았다. 최근 4년간 매매가보다도 월세 부담이 더 무거웠다. 가파른 월세 상승폭은 2023년이 이끌었다. 2022년 56만원이었던 평균 월세는 2023년 69만원으로 23.2% 뛰었다.

월세 급등 흐름 속에서 가장 월세가 높았던 곳은 강남구였다. 10년 전 72만1000원이었던 강남구 원룸 평균 월세는 2023년 91만5000원으로 26.9% 올랐다.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한 건 중랑구였다. 중랑구 원룸 평균 월세는 2013년 43만6000원에서 2023년 78만7000원으로 80.5% 상승했다. 

■ 월세 분석➋ 대학가 시세 = 그럼 청년층이 모여 있는 대학가 원룸 월세의 변화는 어땠을까. 스테이션3이 분석한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1년 새 대학가 임대료는 3.5% (57만9000→59만9000원) 뛰었다. 서울 평균 원룸 월세 상승폭을 다시 보자. 1년 새 23.2%(56만→69만원) 올랐다. 이 급등세와 비교하면 대학가 원룸 월세 상승폭은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두자릿수 월세 상승률을 기록한 대학가도 있다. 연세대 근처가 대표적이다. 2022년 8월 56만2000원이었던 평균 월세는 2023년 8월 79만원으로 50.1% 올랐다. 서울 평균 월세 상승폭(23.2%)의 2배 이상이다. 연세대 인근 원룸 월세가 평균치를 한참 벗어나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거래가 자료를 확인하면 그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연세대 인근에서 100만원 이상의 월세로 거래를 진행한 곳은 대부분 2022년과 2023년에 준공한 새 주택이었다.  새로 완공한 연립다세대 주택의 소유주가 기존보다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 실거래가에 반영됐다는 거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듯 기존 연립다세대 주택 원룸 중 일부도 2022년보다 5만원가량 오른 가격에 2023년 월세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신축 주택이 월세 상승을 이끈 셈이다.

이 정도 가격대는 대학생에게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대학생들의 월세 상승 체감 수준을 가늠해 보기 위해 월평균 임대료와 연세대 기숙사 비용을 비교해 봤다. 2023년 2학기 기숙사 비용(대학원생ㆍ1인실)은 4개월 기준 233만원으로 월평균으로 따지면 58만여원이다.[※참고: 기숙사 면적이나 무보증금 조건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 월 지출 주거비만 비교했다.] 연세대 인근 원룸 평균 월세(79만원)가 가장 비싼 기숙사 비용보다도 36%가량 더 높은 수준이었다. 

■ 월세 분석➌ 엇갈린 정책 효과 = 이처럼 대학가 월세 수준은 지역별로 달랐다. 대체로 서울 평균보다 월세 상승 폭이 작았지만, 연세대 주변처럼 급등한 곳도 적지 않았다. 이는 대학가 인근 원룸의 고가 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청년주거대책’이 일괄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운영하는 주거 대책은 서울을 기준으로 ▲행복주택, ▲희망하우징, ▲역세권 청년주택(청년안심주택), ▲청년매입임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우선 공급), ▲기존주택 전세임대(특별공급),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등 7개다. 금융 지원 정책은 제외하고 주택을 직접 제공하는 정책들인데, 그 효과를 하나씩 살펴보자. 

2015년 도입한 행복주택은 도시 가까이에 만드는 임대주택이다. 민간 분양 아파트의 일부를 이용하거나 별도로 공공주택 단지를 만들어 공급한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비교적 도심과도 가깝지만 매년 물량이 들쭉날쭉하다는 게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낸 공고를 통해 행복주택 공급 물량을 확인한 결과, 2020년 행복주택 중 대학생ㆍ청년을 위한 물량은 926호(LH), 700호(SH)로 총 1626호가 공급됐다. 2021년에는 586호(LH), 187호(SH)로 총 773호를 기록해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이번엔 기숙사 형태인 희망하우징을 보자. 정부는 2014년부터 매년 수십호에서 많게는 수백호 규모로 희망하우징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주거대책은 아니다. 

공공기숙사여서 임대료가 저렴하고 관리비도 없지만 외진 곳에 있거나 소음 문제, 시설 노후화 문제로 공실이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이 숱하다. 주거 대책으로 마련했지만 청년들로부터 외면받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시작한 역세권 청년주택(청년안심주택)은 지하철역 가까이에 있는 데다 고층 공동주택으로 인기가 뜨겁다. 민간임대와 공공임대 두가지 형태로 공급하는데, 민간임대는 시세의 75~85% 수준, 공공임대는 시세 대비 30~ 70% 수준이다.

공급 규모는 2021년 1015호, 2022년 1023호, 2023년 863호로 매년 1000호에 육박한다. 대단지 아파트 1개 규모(약 1000호)가 매년 시장에 풀렸다는 얘기다. 적지 않은 역세권 청년주책이 공급된 건 사실이지만, 일부 대학가 원룸 시세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청년의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공급이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 대학가 골목 사이로 파고들 청년 주거 대책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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