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댓글에 답하다
석유제품 수출가격 팩트체크➊
국제 석유제품 가격 내릴 때
수출가격보다 내수가격 덜 내려
환율 적용하면 달라진다는 업계
실제 적용해보니 달라지지 않아

# 더스쿠프는 최근 정유사의 1~7월 석유제품 수출가격과 내수공급가격을 비교 분석해 “정유업계가 해외엔 좀 더 싸게, 국내엔 좀 더 비싸게 기름을 팔았다”는 내용을 담은 두건의 기사(통권 562호)를 보도했습니다. 

# 그러자 대한석유협회와 일부 독자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놨습니다. “환율을 적용해서 다시 분석해야 한다.”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을 비교하려면 환율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 지금부터 이 댓글에 관한 답을 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지적은 타당하지 않은 데다, 설사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더스쿠프의 ‘댓글에 답하다’, 이번엔 석유제품 수출가격 논란입니다. 그 1편입니다. 

국제시장에서 유통되는 국산 휘발유 가격과 내수시장 휘발유 가격의 등락률은 다르게 나타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국제시장에서 유통되는 국산 휘발유 가격과 내수시장 휘발유 가격의 등락률은 다르게 나타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왜 환율을 적용하지 않았나?” 지난 9일 우리가 정유사의 1~7월 석유제품 수출가격과 내수공급가격을 비교 분석해 “정유업계가 해외엔 좀 더 싸게, 국내엔 좀 더 비싸게 기름을 팔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뒤 달린 댓글입니다. 정유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석유협회에선 반론 자료까지 보내 ‘환율적용론’을 펼쳤습니다. 

기사에서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가격은 ‘톤(t)당 달러’로, 내수가격은 ‘리터(L)당 원’으로 비교한 것을 문제 삼은 의견이었죠. 그렇다면 정말 환율을 적용해야만 답이 나올까요? 이들의 의견을 좀 더 받아들여서 환율을 적용하면 결과가 크게 달라질까요?

자! 지금부터 댓글에 답해보겠습니다. 우선 환율을 적용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은 따져볼 점이 많습니다. 간단한 이유에서인데,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국제시장에서 1개당 1달러에 팔리는 빵이 있다고 해보죠. 한달 전에도 1달러, 지금도 1달러입니다. 그런데 그사이에 원ㆍ달러 환율이 1달러당 1200원에서 1300원으로 변했다고 해봅시다. 가격은 1달러로 똑같은데, 달라진 게 뭘까요? 다름 아닌 빵을 수출한 국내기업이 손에 쥐는 돈(이익)입니다. 이걸 흔히 ‘마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환율은 수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이 가져가는 ‘마진’에 영향을 주는 겁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수출기업들의 수익률이 더 좋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다시 말해 ‘가격’과 ‘마진’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더스쿠프는 이를 감안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가격은 국제시장에서 통용되는 달러로 계산하고, 내수가격은 원화로 계산했습니다. 만약 정유사들이 환율 변동치까지 고려해서 수출가격을 책정한다면 환율 변동에 따라 차익이나 손실을 보는 정유사는 단 한곳도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더스쿠프는 환율까지 적용해서 살펴보라는 지적을 받아들여 다시 한번 분석해봤습니다. 지난번 분석보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봤는데요. 또다른 오해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분석했는지를 잠깐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이번 분석은 휘발유만 했습니다. 경유의 가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고, 왜 격차가 크지 않은지는 ‘정유사, 국제유가 오를 때 수출가격보다 내수가격 더 올렸다’ 기사를 통해 이미 밝혔습니다.

둘째, 환율은 월평균을 적용했습니다. 수출가격은 일일 단위로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내수가격도 월평균으로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셋째, 정유사의 내수공급가격을 세전稅前, 세후稅後로도 살펴봤습니다. 일부 댓글에는 “유류세 인하분은 왜 빼먹느냐”는 지적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질 때, 내수 휘발유의 고점 대비 하락폭은 수출 휘발유보다 훨씬 작았다.[사진=뉴시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질 때, 내수 휘발유의 고점 대비 하락폭은 수출 휘발유보다 훨씬 작았다.[사진=뉴시스]

넷째,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비교 국가를 7개국(일본ㆍ필리핀ㆍ싱가포르ㆍ호주ㆍ뉴질랜드ㆍ말레이시아ㆍ미국)으로 좀 더 늘렸습니다. 우리나라가 휘발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들입니다.

다섯째, 이전 기사에선 1월 대비 5월 하락률을 비교했는데, 이번엔 5~7월을 다양하게 비교했습니다. 환율을 적용하지 않았을 땐 5월이 저점으로 나왔지만 환율을 적용하면 저점 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각 시기에 맞춰 하락률을 비교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비교 분석은 총 세번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먼저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정보사이트인 페트로넷이 공개한 국가별 수출가격을 L당 원화로 변환해 내수가격과 비교했습니다. 다음은 내수가격을 달러로 변환해 페트로넷의 국가별 수출가격과 비교했습니다. 어떤 화폐로 통일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논란을 풀어보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끝으로 페트로넷이 아닌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자동차 휘발유(HS코드 2710121000)’의 수출가격(t당 달러)을 원화로 통일해서 비교했습니다. 관세청 자료냐 페트로넷 자료냐에 따라 가격 변동률이 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수출물량 단위를 t에서 L로 변환하면 오차가 커지기 때문에 그대로 뒀습니다. 어차피 변동률만 따지면 되니까요. 

환율 적용해 세차례 분석해보니… 

이 지점에선 반드시 공개할 내용이 있습니다. 더스쿠프는 당초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을 비교할 때 관세청 자료를 토대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유업계에서 “페트로넷의 자료가 더 정확하다”며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관세청과 석유공사에 따르면 관세청 자료는 통관을 거쳐 수출한 내역을 그대로 올린 겁니다. 반면 페트로넷 자료는 석유사업자(정유사 등)가 제공한 통관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입니다. 둘 다 통관 자료를 기초로 삼았지만, 페트로넷 자료엔 이해관계자인 정유사가 껴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면 이해관계자가 빠진 자료를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관세청과 석유공사 측은 “어떤 자료가 더 정확하다고 하긴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정부의 정확한 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 이제 결과를 보겠습니다. 비교의 핵심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4월에 고점에 이르렀다가 5월엔 저점을 기록하는데, 그사이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의 변동률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입니다. 

■ 환율 적용➊ 페트로넷 기준(원화) = 먼저 페트로넷의 국가별 수출가격(올해 1~7월 기준)을 L당 원화로 변환해서 내수가격과 비교(원화로 통일)했을 때입니다(표➊). 정유사의 수출가격이 5월에 저점이었던 국가는 4곳(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ㆍ말레이시아), 6월에 저점을 찍은 국가는 3곳(필리핀ㆍ싱가포르ㆍ미국)입니다.

1월 대비 5ㆍ6월(저점 기준)의 국가별 수출가격 등락률을 보면 일본 -4.12%, 필리핀 -5.16%, 싱가포르 -1.95%, 호주 -0.40%, 뉴질랜드 -4.62%, 말레이시아 -3.97%, 미국 -4.08%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평균 수출가격이 저점을 찍은 것도 6월이었는데, 평균 등락률은 -0.79%였습니다. 

내수가격은 어땠을까요? 정유사 내수공급가격은 5월이 저점이었고, 1월 대비 등락률은 세전가격 기준 -0.77%였습니다. 전체 수출가격 평균 하락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비교 국가 중 내수가격 하락률보다 더 낮은 하락률을 보인 국가는 호주뿐입니다. 특히 내수 세후가격 기준 하락률은 -0.45%에 그칩니다. 유류세 인하분이 과연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1~7월 사이 고점(4월) 대비 저점(5ㆍ6월) 기준 수출가격 등락률도 살펴봤습니다. 고점에서 저점까지 얼마나 가격이 빠졌느냐죠. 전체 평균은 -9.69%였고, 국가별로는 최저 -8.55%(뉴질랜드)~최고 -13.74%(미국)로 나타났습니다. -8%대를 기록한 건 뉴질랜드뿐입니다.

반면 내수가격의 고점 대비 저점 기준 등락률은 세전가격에선 -8.75%였습니다. 전체 수출가격 평균치보다 하락률이 낮습니다. 세후가격에선 하락률이 -5.31%에 불과했습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정말 우리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자, 그럼 내수가격을 달러로 변환해 페트로넷의 국가별 수출가격과 비교한 데이터와 페트로넷이 아닌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자료에서 수출가격을 원화로 통일해서 비교한 데이터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2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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