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댓글에 답하다
석유제품 수출가격 팩트체크➋
환율 적용해도 큰 변화 없는 결과
세후가격 하락률 세전가격의 절반 
유류세 인하 성과 점검 필요할 듯

# 최근 우리는 “정유업계가 해외엔 좀 더 싸게, 국내엔 좀 더 비싸게 기름을 팔았다(통권 562호)”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 기사에는 “환율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댓글이 달렸고, 우린 ‘댓글에 답하다-석유제품 수출가격 논란’ 1편을 통해 답을 해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그럼에도 혹자는 ‘환율을 적용하면 결괏값이 달라질 것’이란 의문을 제기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정유사의 수출가격을 세가지 방식으로 환율을 적용해 다시 분석해 봤습니다. 1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첫번째 방식은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이 공개한 국가별 휘발유 수출가격을 L당 원화로 변환해 내수가격과 비교하는 거였습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휘발유 내수가격 하락률은 여전히 수출가격 하락률보다 낮았습니다. 

# 자, 이번엔 1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또다른 두가지의 비교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더스쿠프의 ‘댓글에 답하다-석유제품 수출가격 논란’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환율을 달러로 통일하든, 원화로 통일하든 국제유가 하락기의 휘발유 수출가격은 내수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사진=뉴시스]
환율을 달러로 통일하든, 원화로 통일하든 국제유가 하락기의 휘발유 수출가격은 내수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사진=뉴시스]

우리는 1편에서 페트로넷이 공개한 국가별 휘발유 수출가격을 L당 원화로 변환해서 내수가격과 비교했습니다. 전문에서도 언급했듯 ‘정유업계가 해외엔 좀 더 싸게, 국내엔 좀 더 비싸게 기름을 팔았다’는 주장이 입증됐습니다. 

2편에선 반대로 내수가격을 달러로 변환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비교 데이터에 따라 다르다’는 댓글도 받아들여, 이번엔 페트로넷이 아닌 관세청에서 제공한 자료도 근거로 활용해 봤습니다. “환율을 적용해서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 타당할 만큼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을까요?

■ 환율 적용➋ 페트로넷 기준(달러) = 이번엔 내수가격을 달러로 변환해서 페트로넷이 제공하는 정유사의 국가별 수출가격과 비교(달러로 통일)해보겠습니다(표➋). 이렇게 비교했을 때는 싱가포르와 미국만 6월에 저점을 찍고,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5월에 저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번에도 1월 대비 5ㆍ6월(저점 기준) 등락률을 국가별로 살펴봤습니다. 일본 -9.96%, 필리핀 -10.21%, 싱가포르 -5.69%, 호주 -6.47%, 뉴질랜드 -10.43%, 말레이시아 -9.82%, 미국 -7.74%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평균 수출가격의 저점은 5월이었고, 평균 등락률은 -6.76%였습니다. 

내수가격 역시 5월이 저점이었습니다. 1월 대비 등락률은 세전가격 기준 -6.82%였습니다. 이번엔 전체 수출가격 평균 하락률보다 내수가격 하락률이 좀 더 높게 나옵니다. 다만 비교 국가 중 내수가격 하락률보다 수출가격 하락률이 더 낮았던 곳은 싱가포르와 호주뿐입니다. 이들 두 나라를 제외한 수출가격 하락률은 내수가격 하락률보다 더 큽니다. 두 나라가 수출가격의 평균 하락폭을 줄였다는 겁니다. 

이번에도 고점 대비 저점 기준 등락률을 살펴봤습니다. 전체 수출가격 평균 하락률은 -10.17%였고, 국가별로는 최저 -9.83%(싱가포르)~최고 -14.19%(말레이시아)로 나타났습니다. 싱가포르와 뉴질랜드만 -9%대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내수가격의 고점 대비 저점 기준 등락률은 세전가격일 때 -9.31%였습니다. 세후가격 기준 하락률은 -5.89%였습니다. 세전이든 세후든 수출가격 하락폭이 내수가격보다 훨씬 큽니다. 

정유업계가 미국과 일본에 수출한 고품질의 휘발유 가격 하락률도 국내가격 하락률보다 높았다.[사진=뉴시스]
정유업계가 미국과 일본에 수출한 고품질의 휘발유 가격 하락률도 국내가격 하락률보다 높았다.[사진=뉴시스]

■ 환율 적용➌ 관세청 기준(원화) = 이번엔 관세청 자료를 기준으로 한 수출가격을 원화로 통일해서 비교해보겠습니다(표➌). 여기선 페트로넷 자료로 비교했을 때와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고점과 저점 시기부터 다릅니다. 수출가격은 대부분 4월에 고점을 찍고(말레이시아ㆍ미국 각각 2월ㆍ3월 고점), 5월부터 크게 떨어졌는데 저점 시기는 5~7월로 다양했습니다. 필리핀ㆍ싱가포르ㆍ호주는 6월에 저점을 기록했고, 특히 일본과 미국 수출가격은 7월까지 줄곧 하락했습니다.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는 5월이 저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출가격의 1월 대비 저점 기준 등락률은 일본 -5.81%, 필리핀 -3.00%, 싱가포르 -9.73%, 호주 1.75%, 뉴질랜드 -3.46%, 말레이시아 -6.69%, 미국 -3.08%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선 전체 수출가격 평균치를 알 수 없습니다. 앞서 내수가격(원화 기준)의 1월 대비 등락률이 세전가격 기준 -0.77%, 세후가격 -0.45%였다는 걸 감안하면 수출가격 하락률이 훨씬 높았던 겁니다. 

이번엔 고점과 비교해볼까요? 국가별 수출가격의 고점 대비 저점 기준 등락률은 최저 -7.81%(뉴질랜드)~최고 -15.49%(미국)였습니다. 내수가격의 고점 대비 저점 기준 등락률(세전 -8.75%, 세후 -5.31%)과 비교하면 뉴질랜드를 제외한 다수의 국가별 수출가격 하락률이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볼까요? 어떤 비교치를 갖다 대더라도 연초 대비 저점 혹은 고점 대비 저점을 기준으로 한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폭은 내수가격보다 수출가격에서 압도적으로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정유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반론도 펼칩니다. “국가별로 요구하는 석유제품 품질의 수준이 각각 다르다.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의 품질은 최상품이다. 따라서 품질이 좀 떨어지는 제품을 수출하면 가격이 낮을 수도 있다.” 어떤 국가에는 낮은 품질의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폭이 더 크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 반론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품질 기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 김생기 전 대한석유협회 회장이 모 언론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를 보실까요.

“국내 정유사들은 휘발유 소비가 많은 미국이나 일본 등으로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휘발유 품질 기준이 높다는 걸 감안하면 우리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품질 경쟁력이 대단히 우수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정유사들이 미국과 일본의 기준에 맞춰 좋은 휘발유를 공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의 수출가격 하락률은 내수가격 하락률보다도 훨씬 컸습니다. 이런데도 국내 소비자만 ‘호갱’이라는 주장이 과한 걸까요?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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