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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급상승한 화웨이
자체 개발 5G 반도체 덕인데
원활한 공급 어려울 수도
애플 아이폰15 인기 변수

화웨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올랐다.[사진=뉴시스]
화웨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올랐다.[사진=뉴시스]

중국 소비자의 ‘화웨이 사랑’이 뜨겁다. 자체 개발한 5G 반도체 칩을 탑재해 신제품을 출시한 게 중국인의 ‘궈차오國潮(애국소비)’와 맞물린 결과다. 관건은 화웨이가 오랜만에 불어온 열풍을 이어갈 수 있느냐다. 시장 안팎엔 긍정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그 중심엔 아이폰15도 있다.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화얼제젠원에 따르면 9월 4~10일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7.0%로 1위를 기록한 ‘아너(17.2%)’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둘째주(11~17일) 집계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점을 미뤄볼 때 화웨이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화얼제젠원의 분석이다.

화웨이의 최근 상황을 생각하면 뜻밖의 결과다. 2020년 미국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에 5G용 반도체를 수출하는 걸 금지했다. 모든 반도체 업체가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나 제조 장비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이런 이유로 화웨이는 지난 3년간 5G용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없었고, 나름대로 구축해왔던 입지도 좁아졌다.

궁여지책으로 보급형 4G 스마트폰을 유통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한물간 4G기술 만으론 상황을 뒤집을 수 없었다. 그 결과, 2019년 중국 시장점유율 1위(33.1%·이하 IDC)를 차지했던 화웨이는 올해 2분기 오포(17.7%), 비보(17.2%), 아너(16.4%), 애플(15.3%)에 밀려나 5위(13.0%)로 추락했다.

[자료 | 화얼제젠원, 참고 | 9월 4~10일 시장 점유율 기준, 사진 | 뉴시스]
[자료 | 화얼제젠원, 참고 | 9월 4~10일 시장 점유율 기준, 사진 | 뉴시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화웨이가 반전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지난 8월 29일 깜짝 출시한 5G 스마트폰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5G용 반도체 칩(기린 9000S 5G)을 탑재하는 것으로 반도체 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 중국 젊은 소비자층의 소비 트렌드인 ‘궈차오國潮(애국소비)’가 더해지면서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 유명 배우 청룽(성룡)도 제품을 사지 못해 매장을 전전했다는 목격담이 나올 정도다.

자체 반도체 기술을 탑재한 화웨이의 신제품은 자국 브랜드와 기술력에 자부심을 가진 젊은 소비층의 지갑을 열어젖히기에 충분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판단에서인지 화웨이는 메이트 60 프로의 하반기 출하량을 기존보다 20% 늘린 60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관건은 화웨이가 모처럼 찾아온 ‘반등의 불씨’를 계속 살릴 수 있느냐다. 무엇보다 이 인기가 지속하려면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신제품에 들어간 5G용 반도체를 꾸준히 생산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현재 화웨이는 중국의 파운드리(위탁제조) 업체인 SMIC를 통해 7㎚(나노미터)의 초미세 공정으로 5G용 반도체 칩을 생산 중이다. 품질은 차치하더라도 칩을 원활하게 양산하려면 60~70%의 수율收率(총 생산량 대비 양품의 비율)을 확보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SMIC의 기술력으로는 7㎚ 공정 수율이 50%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가 5G용 반도체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지 못할 공산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화웨이 돌풍의 동력인 애국소비 열기가 식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또 있다. 애플 아이폰이다. 지난 22일 애플이 중국 시장에 출시한 신제품 ‘아이폰15’이 폭발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 고가 모델인 아이폰15 프로와 아이폰15 프로맥스는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공무원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도, 중국 소비자들의 ‘애플 사랑’은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애국 소비’란 말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과연 화웨이는 지금의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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