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원, 현실주의자의 공상
제주 아라리오뮤지엄서 개막
사진 콜라주한 작품들 소개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망라

‘현실주의자의 공상’ 전시 전경.[사진=아라리움 뮤지엄 제공]
‘현실주의자의 공상’ 전시 전경.[사진=아라리움 뮤지엄 제공]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공간이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만 존재하는 ‘공상의 세계’다. 이는 무의식일 수도, 백일몽일 수도 있다. 이런 공상을 작가들은 종종 문학이나 예술작품에 반영한다. 그래서인지 몇몇 평론가는 예술작품을 ‘꿈의 세계에서 본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하는 도구’라고 일컫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 꿈의 공간인 ‘공상’을 다루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제주도 아라리오뮤지엄에서 8월 31일 개막한 ‘현실주의자의 공상(The Realist’s Imagery)’이란 전시회로, 원성원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원 작가는 오랜 기간 꿈·상상·사유를 작품으로 만들어왔다. 그의 작품 세계가 뚜렷해진 건 아마도 유학 시절이었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후 예술 선진국 독일로 떠난 그는 예술만큼이나 발전한 독일의 철학을 습득해 작품에 반영했다. 독일에서 철학과 미술을 접목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거다. 

이번에 공개한 작품은 사진을 콜라주(collage)했다. ‘풀로 붙인다’는 뜻의 콜라주는 근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기법이다. 20세기 초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입체파 화가들이 유화에 신문지·벽지·악보 등 인쇄물을 풀로 붙인 작품들을 시초로 본다. 

사진을 콜라주한 것도 흥미로운 데, 독특한 건 또 있다. 그림자가 없다는 점이다. 사물이나 존재의 무게감을 표현하는 그림자가 그의 작품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역설이다. 사진이란 ‘실재 작품’을 콜라주했는데, 정작 그의 작품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에 찍힌 존재하는 형상이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시명인 ‘현실주의자의 공상’과 딱 어울리는 작품들이다. 

‘현실주의자의 공상’ 전시 전경.[사진=아라리움 뮤지엄 제공]
‘현실주의자의 공상’ 전시 전경.[사진=아라리움 뮤지엄 제공]

21세기 세상은 HUD(Head Up Display)란 물리적인 장비를 통해 가상의 세계인 메타버스를 만들어냈다. 애플이 최근 가상세계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가상세계를 향한 인간의 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공상에서 현실을 찾고, 현실 속에서 공상을 지향하는 원 작가의 작품은 가치가 높다.

비전과 가치를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모든 이에게 이 전시를 추천한다.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망라해 원 작가의 작업세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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