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국내 은행 뱅킹앱 보고서
네번째 지표➍ 신속성
서경대 MFS 연구팀 뱅킹앱 분석
앱 UI 가장 중요한 항목 신속성
지방은행 기능성 부문 좋은 평가
종합 평가선 대형 시중은행 우위
인뱅앱 신속성 의외로 아쉬운 평가
“속도 민감한 MZ 선택 받으려면
신속성 평가 점수 더 끌어올려야”

# 어떻게든 짬을 내서 은행을 방문했는데, 두자릿수가 넘는 대기번호를 받으면 기분이 언짢다. 긴 시간 인내하고 마주한 은행원이 헤매거나 갈피를 잡지 못하면 그땐 불만이 폭발한다.

# 이런 심리는 은행 점포를 모바일로 옮긴 ‘뱅킹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얼마나 신속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뱅킹앱 경쟁의 관건이란 거다. 더스쿠프가 서경대 MFS 연구팀과 함께 어떤 앱이 가장 빠른지를 따져봤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뱅킹앱은 의외로 신속성 평가가 좋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인터넷전문은행의 뱅킹앱은 의외로 신속성 평가가 좋지 못했다.[사진=뉴시스]

금융 소비자가 은행을 방문하는 대신 뱅킹앱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휴대전화에 깔린 앱 하나로 송금과 대출 등 웬만한 금융업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출금ㆍ계좌이체 같은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의 서비스도 한 번에 누릴 수 있다.

특히 고객들은 앱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에 닿는 시간이나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모바일과 비대면의 강점이 ‘빠른 속도’이기 때문이다. 이걸 앱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하는 것보다 이점을 누린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86.8%는 금융거래를 할 때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뱅킹앱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간편한 절차(14.3%)’였다. 얼마나 빠르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모바일 금융 경쟁의 관건이 됐다는 얘기다. 

그럼 어떤 은행의 앱이 가장 신속하게 고객의 요구에 응답하고 있었을까. 서경대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팀은 시중에 나온 15개 뱅킹앱의 신속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MFS 연구팀이 신속성 측면에서 평가한 항목은 총 10개다. ▲앱 점검시간(이체), ▲앱 점검시간(대출), ▲이체시 터치 횟수, ▲현장결제 제공 여부, ▲투자성향분석시 터치 횟수, ▲신용조회시 터치 횟수, ▲환율조회시 터치 횟수, ▲마이데이터 등록시 터치 횟수, ▲자산비교서비스 제공 여부, ▲화상 서비스 지원 여부 등이다. 점검 시간은 5분 이하일 때 만점(5점)을 주고, 시간을 초과할수록 정비례해서 점수를 깎았다. 

터치 횟수는 적을수록 고점을 줬다. 서비스 제공 여부는 서비스를 구현하면 5점,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3점을 부여했다.[※참고 : 평가는 해당 항목의 여러 연구원이 개인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앱을 직접 다루면서 진행했다. 8월 21일까지 업데이트한 내역을 기준으로 삼았고, 모바일 앱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서기수 서경대(금융정보공학) 교수는 “서비스를 직접 조작해 보면서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다른 경쟁사에 비해 프로세스가 얼마나 단축돼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면서 “아울러 플랫폼화한 디지털 문화에 맞춘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는지에도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비교 그룹은 둘로 나눴다. 시중ㆍ지역은행(12개)과 인터넷전문은행(3개)이다. 서기수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시중은행 대비 인력이 적은 특수성이 있다”면서 “제공하는 비대면 서비스 역시 시중은행과 비교해 적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별도로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12개 시중ㆍ지역은행의 평가 결과부터 보자. 

■ 분석➊ 시중ㆍ지역은행 = 평가 결과, 12개 시중ㆍ지역은행 뱅킹앱의 신속성 평균 점수는 4.0점(이하 5점 만점)이었다. 이중 10개의 평가항목에서 가장 높은 평균 점수(4.4점)를 얻은 앱은 우리은행의 ‘우리원뱅킹’이었다.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4.3점의 평가를 받으면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KB국민은행, JB전북은행,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등이 4.2점, 기업은행이 4.1점을 기록하면서 평균 점수를 웃돌았다. 12개 시중은행 중에선 BNK경남은행(3.8점)과 DGB대구은행ㆍNH농협은행(3.7점) 등이 평균을 하회했고, 수협은행은 3.4점을 기록하면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고객의 사용빈도가 높은 평가항목을 중심으로 이들 앱의 신속성을 다시 살펴보자. 은행의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인 ‘계좌이체’ 서비스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터치 횟수를 가장 단축한 은행은 JB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었다. 이체시 터치횟수가 4회에 불과했다. 평균(6.2회)보다 훨씬 낮았고, 터치횟수가 가장 길었던 BNK부산은행(8회)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앱 점검시간 항목에선 BNK부산은행이 제일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의 ‘BNK부산은행 모바일 뱅킹’은 이체를 할 때나 대출을 받을 때도 앱 점검시간이 ‘제로’였다. 말 그대로 365일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참고: BNK부산은행의 앱 점검시간이 ‘제로’인 건 앱을 점검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BNK부산은행 자체적으로 매월 2회 내부 시스템 점검을 거치고 있다.] 

나머지 시중은행이 은행 전산망의 문제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하루에 한번씩, 평균 14분 안팎을 점검한다는 걸 고려하면 눈에 띄는 강점이었다. 점검시간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든 건 NH농협은행(2점)이었다. 이체ㆍ대출 기능의 점검시간이 35분으로 가장 길었다. 그다음으로 점검시간이 길었던 수협은행(3점) 역시 하루 30분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개별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던 내 금융정보를 한곳에 모아서 볼 수 있는 서비스인 ‘마이데이터’를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손가락을 6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다른 금융기관의 계좌를 조회하거나 이체하는 게 가능했다. 이 항목의 평균 터치횟수가 10.6회라는 걸 고려하면 신한은행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환율 조회 터치횟수에선 신속성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이 돋보였다. 앱을 켜고 2회만 터치하면 환율 조회가 가능했다. 신속성 종합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수협은행은 환율 조회 기능을 아예 구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투자성향분석’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터치횟수에선 KB국민은행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투자성향분석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들의 투자 특성을 구분하는 작업인데, 뱅킹앱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13회를 터치하면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는 다른 시중은행 앱의 평균 터치횟수(17.5회)보다 훨씬 적은 수였다. 이 항목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얻은 DGB대구은행과 광주은행은 22회를 터치해야 했고, NH농협은행은 20회를 눌러야 하는 등 고객을 번거롭게 했다.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신속하게 물어볼 수 있는 화상서비스를 앱에서 구현하지 않은 곳은 KB국민은행,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등으로 제법 많았다. DGB대구은행과 수협은행은 상담앱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성가심이 있었다. 

■ 분석➋ 인터넷전문은행 = 금융산업의 슈퍼앱과 디지털 혁신을 주도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의외로 낮은 평가를 받아 들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3사 모두 4점을 하회했다. 토스뱅크가 3.9점으로 3사 중 그나마 높았고, 카카오뱅크가 3.8점, 케이뱅크는 3.2점을 얻는 데 그쳤다. 케이뱅크의 경우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틀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건 뜻밖에도 미구현 서비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3사 모두 투자성향분석 서비스, 화상 상담 솔루션을 뱅킹앱에 구현하지 않았다. 그나마 현장결제 서비스는 간편결제 서비스 앱을 따로 두고 있었지만, 화상 상담 솔루션은 아예 없었다. 기존 은행만큼의 인력을 갖추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아쉬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체시 터치횟수는 카카오뱅크 7회, 케이뱅크 12회로 많았고, 앱 점검시간도 길었다(케이뱅크 이체ㆍ대출 20분, 토스뱅크 대출 30분). 시중은행의 이체시 평균 터치횟수가 6.2회, 평균 앱 점검시간은 14분 안팎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신속하게 정보를 주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면서 깃발을 들어 올린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작 디지털 측면에서도 뚜렷한 강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기수 교수는 “뱅킹앱의 UIㆍUX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얼마나 빠르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의 고객은 속도에 민감한데, 뱅킹앱을 조작하는 게 불편하거나 느리면 이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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