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2024년 예산안 쉽게 보기➌
살기 좋은 지방시대 열겠단 정부
균특회계 보조사업 확대했다지만
균특회계 예산은 전년 대비 감소
예산 증감에 관한 판단 기준 모호
지역균형발전 부합하는 예산 짜야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기획재정부가 2024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제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목표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지자체 스스로 편성하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포괄보조사업 규모를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한 보조금 사업을 더 늘렸다는 건데, 이는 사실일까. 2024년 예산안 쉽게 보기 세번째 편, 지역균형예산의 비밀이다. 

정부는 균특 포괄보조사업을 확대했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균특회계 예산은 감소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균특 포괄보조사업을 확대했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균특회계 예산은 감소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경기도에 모여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고르게 발전하기 힘든 구조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란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중 균특회계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 정부가 균특회계 예산을 늘렸다고 홍보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하나씩 살펴보자. 

최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균특회계 예산은 2023년 본예산(11조7433억원)보다 1조3039억원(11.1%) 증가한 13조472억원으로 잡혔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예산안 홍보자료에 “균특 포괄보조사업 규모를 확대했다”면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적었다.

포괄보조사업이란 중앙정부가 포괄적인 목적만 지정해놓고, 지방정부가 요건에 맞는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 사업을 말한다.

문제는 균특회계 예산이 늘어난 게 ‘통계 착시’에 의한 것이란 점이다. 실질적인 균특회계 예산은 정부의 주장과 달리 2023년 본예산보다 4983억원(4.2%) 더 줄었다(표➊). 정부가 매년 5월에 공개하던 ‘균특회계 예산안 편성지침(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늘리고 줄였는지)’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라살림연구소가 그 의미를 직접 분석해본 결과다. 

어디서 통계적 착시가 일어난 걸까. 2024년 균특회계 예산안에 포함된 세부사업은 총 495개다. 그런데 여기엔 ‘회계이관’이 발생한 사업들이 들어있다. 원래는 균특회계에 속하는 사업이 아닌데, 균특회계로 넘어가면서 마치 예산이 늘어난 것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는 거다.

‘국립법인과학관운영’ 사업의 회계이관은 지역균형발전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사진은 국립광주과학관.[사진=뉴시스]
‘국립법인과학관운영’ 사업의 회계이관은 지역균형발전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사진은 국립광주과학관.[사진=뉴시스]

예를 들어보자. 행정안전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균특회계 내 ‘지방행정ㆍ재정지원’ 부문에 속하는 ‘지역발전’ 프로그램으로 이관했다. 이는 별도의 정책적 효과가 없는 단순한 회계조정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 주도의 인구감소ㆍ지방소멸 대응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재원이다.

공교롭게도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이관하면서 ‘지역발전’ 프로그램 속 다른 세부사업의 감액이 가려졌다(표➋). 지방소멸대응기금처럼 총 495개의 세부사업 중 회계이관 건을 제외한 후, 증액사업(순증사업+증액사업)과 감액사업(종료사업+감액사업)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전체 증액은 2조3070억원, 전체 감액은 2조7961억원이었다.

감액 규모가 증액 규모보다 4891억원이 더 많다. 실제 균특회계 규모가 줄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회계이관과 동시에 발생한 감액분(-92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4983억원의 균특회계 예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
 
착시에 불과한 균특회계 예산 증가

사실 2024년 균특회계 예산안의 문제점은 회계 착시뿐만이 아니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회계를 이관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건 또다른 문제다. 균특회계로 넘어간 금액은 일반회계에서 1조6904억원,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에서 718억원,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에서 260억원, 정보통신진흥기금에서 140억원 등 1조8022억원이다. 

이렇게 다른 회계나 기금에서 균특회계로 넘어온 사업들은 그것을 진행하는 방식에 변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균특회계 이관으로 균형발전에 방해를 줄 우려가 있거나 회계이관의 타당성을 찾기 힘든 사업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원래 이번에 균특회계로 이관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국립법인과학관운영’ 사업을 살펴보자. 이 사업은 ‘과학관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ㆍ지자체의 출연금과 보조금으로 국립대구과학관, 국립광주과학관, 국립부산과학관을 지원하는 거다. 3개(대구ㆍ광주ㆍ부산) 특정 지역의 과학관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균특회계로 이전한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회계이관과 함께 예산이 줄어든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 가령,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관된 ‘국민문화활동지원’ 사업의 핵심은 문체부 장관이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지자체 주민에게 영화ㆍ공연ㆍ전시 등의 무료관람이나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화기본법이 근거다.

그런데 균특회계로 넘어오면서 2023년 18억원이던 보조금이 전액 삭감됐다. 재정력이 취약한 지자체 주민들에게 제공되던 문화서비스가 사라진 셈이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꾀하고,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선 균특회계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의미 없는 예산 늘리기는 곤란하다. 중장기 계획에 따라 확대해야 한다. 회계이관도 마찬가지다. 회계를 이관한다면 명확한 기준에 따라 균특회계의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 올 7월부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으로 통합됐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법 체계가 분리돼 있어 정책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그만큼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적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적과 동떨어진 균특회계 예산을 짜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

이성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lshyun6@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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