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LCC 4사 상반기 역대급 실적
그런데도 주가는 되레 내리막
가장 큰 이유 실적 불확실성
대형항공사 항공편 공급 확대
치솟았던 항공운임 하락 추세
여객 수요 더 늘어날지 미지수
항공주 부진 뒤엔 구조적 불안

엔데믹(endemicㆍ풍토병)과 함께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항공업계도 마침내 기지개를 켰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펄펄 날아올랐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LCC들의 주가는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LCC들은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사진=연합뉴스]
LCC들은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화려한 날갯짓을 펼쳤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리오프닝(경제 재개ㆍreopening) 효과를 톡톡히 누린 거다. 그중에서도 국내 LCC 4사(제주항공ㆍ티웨이항공ㆍ진에어ㆍ에어부산)의 실적이 눈부셨다. 

하나씩 살펴보자.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1~6월) 매출 7921억원, 영업이익 93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매출은 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티웨이항공(매출 6449억원ㆍ영업이익 1023억원)과 진에어(매출 6116억원ㆍ영업이익 1027억원)는 나란히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냈다. 에어부산 역시 1ㆍ2분기 연속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상반기 합산 매출 4114억원, 영업이익 817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역대급 실적을 올렸는데도 LCC 4사의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연초 대비 평균 주가하락률은 15.2%에 달한다. 항공사별로 살펴보면 진에어가 24.7%로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다. 올 1월 2일 16000원이던 진에어의 주가는 9월 27일 1만205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주가는 24.2%(1월 2일 1만4700원→9월 27일 1만1140원) 하락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의 주가하락률은 각각 7.4%(1월 2일 2440원→9월 27일 2260원), 4.2%(1월 2일 2885원→9월 27일 2765원)였다.

■ LCC 실적 불확실성 = 모처럼의 호실적에도 LCC 4사의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업계에선 그 원인을 항공운송시장의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이 잘 나오더라도 구조적으로 좋은 실적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느냐를 염두에 둔다”면서 “엔데믹 국면에서 LCC들이 좋은 실적을 낸 건 코로나19 시기에 생겼던 규제가 축소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시장에선 이런 구도의 영속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견해도 같았다. 정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LCC의 실적은 리오프닝이란 특수한 환경에 힘입은 ‘다시 올 수 없는 실적’으로 본다”면서 “주가는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전망을 반영하는 측면이 큰데, 최근 LCC들의 주가 형태를 보면 투자자들은 LCC의 향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호실적을 거뒀지만 LCC들의 주가는 되레 바닥을 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호실적을 거뒀지만 LCC들의 주가는 되레 바닥을 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운임 특수 누렸지만… = LCC 업계의 미래 성적표에 물음표가 붙는 건 왜일까. 그 중심에 항공운임이 있다. 올 초 LCC의 항공운임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에 비해 큰폭으로 뛰었다.

일례로 지난 3월 일본 오사카행 티켓값(왕복)은 50만원대 후반까지 폭등하고, 성수기인 5월 초에는 6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이전 같은 노선의 항공권 가격이 20만~30만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배 이상 비싸진 거다. 

예전과 똑같은 상품(항공권)을 팔아도 받는 가격(티켓값)이 높아졌으니 회사(LCC)의 매출이 늘어난 건 당연하다. 문제는 앞으로 LCC들이 상반기 수준의 운임 특수를 누리긴 힘들다는 점이다. 그동안 공급량을 크게 늘리지 않았던 대형항공사(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말의 의미를 자세히 따져보자. 업계에 따르면 LCC들은 넘치는 항공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좌석 공급을 늘렸다. 그 결과, 올 3월 기준 LCC들이 공급한 국제선 좌석 수(203만3017석)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3월(237만5041석)의 85.6% 수준까지 회복됐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의 좌석 공급 회복률은 56.0%(2018년 3월 349만7437석 대비 2023년 3월 195만6902석)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전체 시장으로 따지면 여전히 여객 수요를 소화할 좌석이 부족한 상태였다. 공급이 수요보다 적으니 항공권 가격이 오르는 건 수순이었다.  

항공편 공급 확대 추세 

하지만 8월 들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좌석 공급 회복률을 73.0%까지 끌어올리면서 고공행진하던 여객 운임이 한풀 꺾였다. 9월 일본 오사카행 왕복 티켓값은 20만원대 후반~30만원대 초반 사이로 형성됐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에선 여객 운임이 계속해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항공사가 좌석 공급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LCC들이 상반기 선제적으로 주문해둔 신규 항공기를 하반기에 투입할 예정이어서다.

이렇게 공급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운임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여객 수요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증권가에선 되레 여객 수요의 피크아웃(Peak outㆍ정점을 찍고 하락 기미를 보이는 현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고금리ㆍ고환율로 여행 비용 부담이 높아진 데다 경기둔화세까지 겹치면서 여행 수요가 쪼그라들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상반기 LCC들의 실적을 견인했던 일본 노선의 경우 여객 수 증가폭이 줄었다. 6~7월 13.8%(6월 152만2391명→173만3207명)였던 일본 여객 수 증가율은 7~8월 2.2%(173만3207명→177만877명)로 대폭 낮아졌다. 

혹자는 “LCC들이 좌석 공급 속도를 늦추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선 속도 조절이 쉽지 않다. 정연승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는 LCC가 많아서 각 항공사가 조금씩만 항공기를 늘려도 좌석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서 “공급자가 너무 많아서 공급 조절이 잘 안 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각 LCC가 들여온 신규 항공기를 놀리자니 관리ㆍ유지비만 지출하는 꼴이 된다. 이렇게 공급 확대책을 되돌릴 수 없는 LCC들은 항공권 가격 하락→LCC 수익성 악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이런 구조적 요인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항공주株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여행 비수기(10~12월)가 초입인 상황에서 LCC들은 주가 반등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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