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카카오뱅크 대주주 리스크 2보
고강도 조사 받은 김범수 센터장
카카오 등 기소의견 검찰 송치
시세조종 의혹 리스크 현실화
대주주 이슈에 흔들리는 카뱅
카카오뱅크 주가 20% 하락
엄정 처벌 예고한 금융당국
벌금형 이상 처벌 받으면…
카카오 대주주 자격 ‘위태’

카카오뱅크가 흔들리고 있다.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금감원의 칼끝이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향하면서다. 자칫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지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타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사진=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뱅크가 피하고 싶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수사의 칼끝이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관련 수사엔 속도가 붙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3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주요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금감원은 “피의자들은 SM엔터의 인수전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의 주가를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조종했다”며 “SM엔터의 주식에 대한 주식대량보유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9일 법원이 배재현 총괄대표를 구속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배 총괄대표를 구속했다. 구속 영장이 함께 청구된 투자전략실장과 투자전략부문장은 다행히 구속은 면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법원이 “두사람의 혐의 내용이 중대하다”고 꼬집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의 실체가 어느 정도 밝혀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금감원의 칼끝은 이제 카카오의 정점인 김범수 센터장을 향하고 있다. 특사경의 통보를 받은 김 센터장은 23일 변호사와 함께 금감원에 출석해 16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김 센터장은 시세조종 의혹에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는 말만 남겼다. 

금감원 특사경은 앞서 구속된 배 총괄대표와 카카오 실무진이 SM엔터 주식 매입과 관련해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특사경이 이날 김 센터장이 SM엔터 시세조종을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이유다. 

이렇게 카카오와 김 센터장을 둘러싼 시세조종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자 카카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카카오는 물론 카카오의 계열사에도 악재 중의 악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곳은 카카오뱅크다. 

대주주 악재는 현실화하고 있다. 시세조종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카카오 총괄투자대표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 13일부터 연일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 12일 2만4150원에서 26일 1만9510원으로 19.2% 떨어졌다.
 
특히 김 센터장의 소환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 5.1% 하락했고, 조사가 이뤄진 23일에도 3.90%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주주인 카카오의 주가는 4만3650원(10월 12일)에서 3만9600원으로 9.27% 하락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카카오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김 센터장의 시세조종 의혹이 현실화했을 때다. 시세조종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처벌받으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인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갖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나 김 센터장이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은행법상 지분 10%를 제외한 카카오뱅크의 나머지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된다. 카카오는 올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 %를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와 김 센터장의 시세조종 의혹에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24일 ‘제8회 금융의날’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관련자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을 수밖에 없다”며 “불법 거래를 통해 이루려던 기업적·경제적 구조가 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사회 정의에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인(카카오)의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해당 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금감원의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말을 증명하듯, 금감원은 지난 26일 법인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배 총괄대표와 실무진 2명을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센터장은 일단 제외됐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금감원이 김 센터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주주 리스크의 영향으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대주주 리스크의 영향으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물론 수사 결과가 나오고 처벌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 지루하게 이어질 법정 공방도 변수다. 하지만 대주주 리스크가 카카오뱅크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은 자명하다. 

주주 리스크가 남아 있는 한 카카오뱅크가 신사업에 나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 수사를 이유로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 본허가 심사를 보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뱅크는 갈수록 커지는 대주주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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