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
2023 스타트업 열전 4편
최보경 벤투스에어 대표
코로나19에 첫 아이템 물거품
창문형 환기청정기로 전환
2년여 연구 끝에 제품 개발
창문 닫은 채로 환기 가능해
미세먼지‧냄새 잡고 살균까지
최종 목표는 플랫폼 회사

# 2019년에 터진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일상은 수없이 많다. 특히 ‘집콕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전 시장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인 게 공기청정기다. 하지만 갇혀 있는 공기를 ‘청정기’ 하나로 완전히 정화하는 덴 한계가 있었다. 

# 2019년 스타트업 벤투스에어를 창업한 최보경(45) 대표는 공기청정기의 한계를 간파했고, 거기에서 필연적으로 기인한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2년 넘게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그렇게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론칭한 게 창문형 환기청정기 ‘후하(HOOHA)’다. 

# 혹자는 ‘공기청정기가 한계가 있다면 창문을 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산후조리원이나 병원 등 환기가 쉽지 않은 곳은 숱하다. 미세먼지와 폭염·혹한 등 환기가 어려운 계절적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 최 대표가 작지만 큰 변화인 창문형 환기청정기를 시장에 론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 스타트업 열전 네번째 벤투스에어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최보경 대표가 이끄는 벤투스에어는 2년여의 연구 끝에 창문형 환기청정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사진=천막사진관] 
최보경 대표가 이끄는 벤투스에어는 2년여의 연구 끝에 창문형 환기청정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사진=천막사진관] 

2020년 터진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코로나19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탓이었다. 이때 시장의 관심을 받은 제품 중 하나는 창문형 에어컨이다. ‘설치가 편하다’는 점이 주목을 끈 이유였지만, 새롭게 바뀐 ‘아파트 실외기 규정’도 한몫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7조에 따르면, 2019년부터 공동주택의 각 세대는 발코니 등 세대 안에 냉방설비의 배기장치(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이 때문에 발코니나 실외기실이 협소하면 실외기를 추가 설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에어컨을 추가로 달 수 없었다. 이런 틈새를 ‘실외기가 필요 없는’ 창문형 에어컨이 파고든 셈이다. 

벤투스에어는 창문형 에어컨의 성공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2019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창업자 최보경 대표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걸 예상했다”며 “2019년 창문형 에어컨의 개발을 완료한 것도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창업 시기는 잘 잡았지만, 그게 성공을 담보한 건 아니었다. 벤투스에어의 발걸음은 공교롭게도 창문형 에어컨의 유행을 불러일으킨 코로나19 탓에 제동이 걸렸고, ‘재기불능’ 상태까지 이르렀다. ‘벼랑 끝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주력 제품을 창문형 환기청정기로 바꾸고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던지는 데까진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벤투스에어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처음 시작했던 사업 아이템이 창문형 환기청정기가 아니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2019년에 창문형 에어컨 시장을 노리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어요.”

✚ 제품 개발과정이 어려워서 아이템을 바꾼 건가요?
“아니에요. 코로나19 때문에 아이템을 바꿔야 했어요.”

✚ 코로나19 국면에서 창문형 에어컨 붐이 일어나지 않았나요?
“네, 그러니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죠.”

✚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벤투스에어를 창업하고 창문형 에어컨 개발을 시작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선 중소기업 한곳에서만 창문형 에어컨을 만들고 있었죠.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요. 2019년 8월 창문형 에어컨의 최대 문제인 소음을 잡는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고, 그해 말엔 시제품 개발까지 완료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제품 생산을 맡긴 중국 공장이 문을 닫다시피 하면서 생산에 문제가 생겼어요. 결국 창문형 에어컨 사업을 포기해야 했죠.”

✚ 창업 초기부터 큰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군요. 
“무엇보다 재정적인 어려움 컸어요. 우리는 창문형 에어컨으로 정부지원사업인 초기창업자패키지에 꼽혔어요. 6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았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도 1억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받았어요. 여기에 사비까지 탈탈 넣어놓은 탓에 어려움이 더 심했죠.”

✚ 창문형 에어컨으로 큰 위기를 겪으면서 사업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아요.
“네. 사실이에요.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때 회사를 함께 만든 이사님이 ‘창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해보자’고 해서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후 1년은 사비로 제품 개발을 이어갔어요. 가족들이 잘 버텨준 덕분에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이렇게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창업시장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영향을 미쳤어요. 예전에는 기술개발 연구원 생활을 했고, 이후엔 기술 영업팀에서 일했죠. 창업 직전에는 회사 신사업팀에서 근무했어요.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만한 사업을 찾는 게 제 업무였죠. 다양한 아이템을 보면서 ‘내 사업을 해도 재미있겠다’는 꿈을 품었어요. 그렇게 2019년 창업시장에 뛰어들었어요.”

✚ 어쨌거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아이템을 ‘창문형 환기청정기’로 바꾼 건가요? 약간 의외인데요. 공기청정기와 다를 바 없을 듯해서요. 
“네, 바로 그겁니다. 공기청정기는 사실 약점이 많아요. 무엇보다 공기 중에 있는 바이러스나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물질을 모두 제거할 수 없어요. 이는 실내 공기를 바꿔주는 환기로만 가능하죠. 공기는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순환해야 한다는 거죠.”

✚ 그럼 창문을 열어서 환기하면 그만일 듯한데요. 
“문제는 창문을 열 수 없는 환경이 많다는 거죠. 봄철에는 황사와 미세먼지,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혹한 등으로 환기가 쉽지 않아요. 여기에 창문을 열었을 때 발생하는 생활 소음과 매연, 밑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나 냄새도 골칫거리죠. 특히 호흡기가 약하고 온도 변화에 민감한 영유아나 노인분이 있는 집은 환기를 하는 게 더 쉽지 않아요.” 

공기청정기의 한계와 창문을 쉽게 열 수 없는 이유를 간파한 그는 ‘집안에 있는 공기를 밖으로 빼내고, 외부공기를 안으로 공급하는 제품’을 고안했다. 편안하게 숨 쉴 수 있게 한다는 의미로 브랜드명을 ‘후하(HOOHA)’로 정했다. 

✚ 그렇더라도 아이템을 갑자기 변경하는 건 더 위험했을 텐데요.
“창업을 준비할 때부터 지속가능하고 정체되지 않는 아이템을 찾았어요. 그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목도했고, 창문형 환기청정기를 고려했죠. 사실 사업 초기 단계에선 창문형 에어컨과 환기 장치를 동시에 검토했어요. 그래서 사업 아이템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산후조리원이나 병원 등 벤투스에어의 창문형 환기청정기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사진=벤투스에어 제공] 
산후조리원이나 병원 등 벤투스에어의 창문형 환기청정기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사진=벤투스에어 제공] 

✚ 그럼 벤투스에어의 환기청정기는 앞서 언급했던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나요.
“네, 무엇보다 창문형 환기청정기라 창문을 닫고도 환기할 수 있어요. 전처리(PRE)필터, 헤파필터, 탄소필터 등 3중 필터를 통해 외부 공기에 포함된 미세먼지와 냄새를 잡아내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2차례의 UV(자외선·ultraviolet) 필터가 공기를 완전히 살균해 바이러스와 세균을 모두 제거해요.”

✚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27㎡(약 8평)를 기준으로 자체 실험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는 1시간 만에 50% 이상 줄었어요. 3시간 정도 가동하면 세균은 94% 제거됐고요. 환기청정기를 통해 나오는 공기는 90초 안에 99.9% 살균됐어요. 성능은 자신 있습니다.”

✚ 창문형 환기청정기면 창문에 설치할 때 필요한 설치키트도 중요할 것 같아요.
“맞아요. 설치키트는 단열이나 보안과 직결하는 문제여서 환기청정기만큼 신경을 써야 했어요. 소비자 부담을 생각하면 원가를 낮추는 게 맞지만 성능을 고려하면 마냥 싸게 만들 순 없었죠.”

✚ 설치키트에도 특별한 기술이 있나요. 
“그럼요. 무엇보다 ‘후하’는 설치키트에서 환기청정기를 쉽게 분리했다가 다시 설치할 수 있어요. 일례로 지금 시장에서 판매하는 창문형 에어컨은 문제가 생기면 설치키트까지 전부 뜯어야 해요. 무척 번거로운 일이죠. 하지만 ‘후하’는 창문에 고정한 설치키트는 두고 본체만 뗄 수 있어 훨씬 간편하죠. 소재는 아파트 단열창과 같은 폴리염화비닐(PVC)을 사용했고, 세로 기준 80㎝부터 2.5m까지 다양한 크기의 창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설치키트를 만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고객에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 설치키트까지 신경을 쓴 이유가 있나요. 
“사실 해외시장을 노린 전략이에요.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창문의 형태와 크기가 더 다양해요. 처음부터 다양한 창문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도 어려움이 없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창문이 흔히 볼 수 있는 ‘미서기창(밀어서 여는 방식)’만 있는 건 아니에요. 앞뒤로 여는 여닫이창도 있고, 창문 위아래의 일부만 여는 틸트창도 있어요. 이를 감안해 ‘후하’는 전용틀을 통해 설치도, 뜯어내는 것도 쉽게 만들었죠. 전용틀을 창문에 설치하고 기기를 연결하면 어떤 형태의 창문에서도 사용할 수 있죠.”

✚ 제품을 키우지 않고 창문형으로 작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능 인증을 받은 걸로는 66㎡(약 20평)까지 커버할 수 있어요. 그 정도 규모의 아파트나 조금 더 큰 아파트의 거실에선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이죠. 스탠드형처럼 크게 만들면 더 넓은 면적에서도 사용하는 게 가능할 거예요. 문제는 소음이죠. 제품이 커지면 발생하는 소음도 커질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방과 통로로 돼있는 집 구조에서는 큰 용량을 사용해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살균은 더 그렇죠. 방마다 설치하는 걸 목표로 소형화하고 소음을 잡는 데 신경을 쓴 것도 이 때문이에요.”

✚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희망이 보입니다. 키즈 카페나 산후조리원, 병원 같은 곳에서 제품의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판매량은 아직 몇백대 수준이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 대형 제품을 출시할 계획도 있나요.
“아니요. 벤투스에어는 소형 제품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우리나라 공기청정기 시장의 규모는 7600억원 정도 되고, 중소형 시장은 1000억원가량입니다. 벤투스에어의 목표는 100만원대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중소형 시장을 공략하는 겁니다.”

✚ 중소형 시장을 그렇게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벤투스에어의 최종 목표는 플랫폼 회사로 성장하는 겁니다. 지금 판매하는 ‘후하’ 제품에는 미세먼지를 포집해 분석한 데이터를 송출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어요. 이를 통해 기후 정보나 미세먼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죠.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게 가능하죠. 외부 공기의 질을 파악하면 환기청정기를 사용할 때도 도움이 돼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약하게 돌리거나 가동을 멈추는 식이죠. 이런 목표가 있기 때문에 굳이 대형 제품을 개발하거나 출시할 필요가 없을 듯해요.” 

✚ 포부를 말씀하신다면. 
“‘후하’의 판매량이 조금씩 늘고 있어요.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을 보내고 있고요. 최근엔 유럽과 미국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생겼어요.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긍정적인 얘기가 오가고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후회는 없어요. 사업을 하면서 시장을 알게 됐고, 경험도 얻었어요. 이를 밑거름 삼아 더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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