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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100년 기업의 과제
소주와 맥주 투 트랙 전략 펼쳐
테라 · 켈리 맥주 신제품 성공적
빅히트가 남긴 ‘역설적’ 성적표
마케팅비 급증해 수익성 악화
해외시장서 새 동력 찾을까

하이트진로가 주류 업계 최초로 ‘100년 기업’에 이름을 올린다. 1924년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해 내년이면 창립 10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팡파르를 울리기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테라에 이어 켈리까지 연이어 맥주 신제품을 성공시켰지만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건 골칫거리다. 

하이트진로가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사진=뉴시스]
하이트진로가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사진=뉴시스]

‘두꺼비 캐릭터가 새겨진 1924개의 은화.’ 하이트진로가 내년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 은화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의 상징인 두꺼비 캐릭터를 새겨 넣은 은화를 창립연도(1924년) 수만큼 제작해 판매한다. 하이트진로 측은 “국내 주류 기업 최초로 100주년을 맞아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희망과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가 걸어온 길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100년 기업’은 단 14곳(2023년 기준)에 불과하다. 주류 기업으로는 하이트진로가 최초다. 하이트진로의 전신인 ‘진천양조상회’는 1924년 평안남도 용강에서 ‘진로’ 소주 생산을 시작했다. 


이어 1933년엔 국내 최초의 맥주 회사인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소주와 맥주만으로 성장해 100주년을 맞긴 했지만, 이 회사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2019년 ‘테라’에 이어 올해 4월 ‘켈리’까지 연이어 맥주 신제품을 성공시켰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1조245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314억원) 대비 1.1%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5억원에서 506억원으로 58.0% 줄었다. 맥주 사업부문은 올해 적자 전환(-228억원·DS투자증권 전망치)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판촉비용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삼은 하이트진로가 연이은 신제품 출시에 나서자 경쟁사들도 맞불을 놓고 있어서다. 오비맥주는 지난 8월 ‘한맥’의 모델로 가수 겸 배우 수지를 발탁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11월 ‘클라우드’ 브랜드를 활용한 라거 맥주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주류 산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은 풀기 힘든 숙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정착하고, 회식 수요가 감소하는 등 국내 주류 산업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층 사이에서 ‘취향껏 술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는 것도 맥주업계엔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소주·맥주 일변도이던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위스키에 탄산수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 수입량이 급증한 건 대표적 사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스키 수입액은 1억3329만 달러(약 1800억원)로 2021년 상반기(7638만 달러) 대비 74.5% 급증했다. 쪼그라드는 시장을 두고 업체 간 출혈경쟁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하이트진로는 해외 시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 지난 9월 해외 판매처를 넓히기 위해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베트남엔 소주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공장용 부지의 계약도 맺었다. 하이트진로 측은 “최근 6년간 소주 수출량이 연평균 15%가량 증가하고 있다”면서 “10년 후 소주 수출액이 2022년의 3배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앞세운 해외 전략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실적 성장이 본격화하면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류 업계 최초로 100년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하이트진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또다른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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