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5G 데이터 사용량에 숨은 문제
곧 상용화 5주년 트래픽 변화 미미
도입기 대비 월 2GB 안팎 차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LTE와 달라
5G 데이터 사용량 비슷한 이유
5G 필요한 킬러 콘텐츠 부재
데이터 이용률 낮은 고객 숱해
비싼 값 받는 이통3사만 혜택
5G 이용률 높일 방안 고민해야

우리 국민들의 5G 데이터 사용량은 극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리 국민들의 5G 데이터 사용량은 극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먼저 숫자를 보시죠. 2020년 26.07GB, 2021년 26.22GB, 2022년 27.28GB, 2023년 27.60GB…. 뭘 의미하는지 짐작이 가나요?

# 이 숫자들은 5G에 가입한 우리 국민들이 기록한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의 추이입니다. 상용화한 지(2019년) 한참 지났는데도, 데이터 사용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고화질 영화를 한편 더 봤냐 정도의 차이입니다. 

# 이번엔 다른 숫자를 볼까요? 2020년 11월 1000만명, 2021년 11월 2000만명, 2023년 4월 3000만명…. 5G 얘길 꺼냈으니 숫자의 의미를 추정하기 쉬울 겁니다. 5G 통신에 가입한 고객(회선)의 숫자입니다. 

# 결론부터 말하면 5G 고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5G 고객이 쓰는 데이터의 양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혹시 LTE 때도 이랬던 건 아닐까요. 아닙니다. 과거 LTE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은 해마다 극적으로 증가했습니다. 

# 그럼 5G는 지금 몸값을 하고 있는 걸까요?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 5G의 데이터양이 늘어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더스쿠프가 답을 구하기 위해 5G 트래픽 53개월치를 분석했습니다. 

5G는 제대로 즐길 만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5G는 제대로 즐길 만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10년. 이동통신 기술의 세대교체 주기입니다. 우리는 현재 ‘5G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죠. 가입자 수도 1000만명(2020년 11월), 2000만명(2021년 11월)을 차례로 넘더니, 지난 4월엔 3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동통신3사는 전체 이동통신 서비스 고객 중 5G 가입자 비중이 60%가량이라고 설명합니다.

5G는 5개월 뒤인 내년 4월이면 상용화 5주년을 맞습니다. 세대교체 주기로 따지면 10년 중 절반, 이를테면 성숙기에 다다른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5G 기술의 효능을 문제없이 잘 누리고 있을까요?

이동통신 기술의 신통함을 결정하는 건 고객들이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일 겁니다. 사람들이 데이터를 많이 소비할수록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국내 5G 고객들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쓰고 있을까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간 28.85GB(1인당 평균)를 소비했습니다. HD급 120분짜리 영화 1편의 용량이 2GB 안팎이란 걸 고려하면 한달간 영화 14편을 넘게 볼 만큼의 데이터를 사용한 셈입니다. 같은 기간 LTE 고객의 1인당 월 데이터 사용량은 7.77GB였습니다. 5G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이 LTE 고객보다 3.7배가량 많았습니다. 가히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다운 면모입니다. 

5G와 LTE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벌어진 건 전송속도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이통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896.10Mbps를 기록했습니다. LTE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151.92Mbps)와 비교하면 5.8배가량 빨랐죠. 통신망을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5G는 LTE보다 제한속도가 높고 차선이 많습니다. 같은 시간이라면 당연히 더 많은 도착지(콘텐츠)를 둘러볼 수 있는 겁니다. 

이처럼 데이터 소비량과 속도는 비례해서 증가하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통신의 세대 진화는 곧 속도의 진화입니다. 우리가 5G 기술을 쓰기 위해 LTE 요금제보다 더 비싼 요금제를 지불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신통찮은 트래픽 증가율의 비밀 = 그런데 5G 고객의 1인당 데이터 소비량의 추이를 쭉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흐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LTE보다 많긴 하지만 5G 데이터 사용량이 상용화 초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통3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5G를 상용화한 2019년 1인당 데이터의 사용량은 22.94GB(최초 집계 기준)였습니다. 4년 전엔 가입자가 27만1686명에 불과했던 초기 서비스였으니, 적은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드라마틱한 증가는 없었습니다. 가령,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한 2020년 11월 5G 고객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26.14GB였습니다. 올해 8월 기록한 데이터 사용량(28.85GB)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평균적으로 2.71GB를 더 썼는데, 영화 한편을 더 봤느냐 마느냐의 정도의 차이입니다. 2019년 상용화 후 지금까지 53개월의 5G 고객 평균 데이터 사용량 역시 26.40GB였습니다. 이통3사가 중간요금제를 신설할 때 26GB를 기준점으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해 이통3사는 고객 데이터 이용패턴을 반영한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는데, 월 24~30GB를 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소폭 늘어나긴 했습니다. 2020년 평균 사용량이 26.07GB였고, 2021년엔 26.22GB를 기록했죠. 지난해엔 27.28GB를 썼고, 올해 8월까진 27.60GB로 늘었습니다. 연평균 상승률로 따지면 1.8%씩 증가한 셈입니다. 

다만, 이 정도의 변화는 의미를 두기 힘듭니다. 증가 폭이 워낙 작은 데다, 사용처가 늘어난 결과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그저 5G의 전송속도가 빨라진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참고: 앞서 언급했듯 데이터 전송속도는 데이터 사용량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칩니다. 5G 평균 전송속도는 상용화 초기 656.56Mbps(다운로드 기준)에서 지난해 말 896.10Mbps로 36.4% 빨라졌습니다.] 

이런 5G의 데이터 사용량 변화는 LTE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 변화와 비교해도 꽤 부진합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를 상용화한 지 6개월 만인 2012년 1월 LTE 고객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1.51GB였습니다.

한달에 고화질 영화 한편을 채 보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부턴 데이터 사용량이 극적으로 늘어났습니다. 2012년 말 1.80GB→2013년 2.25GB→2014년 3.31GB→ 2015년 4.31GB→2016년 5.89GB→2017년 6.76GB→2018년 8.17GB 등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해마다 1GB 안팎씩 증가했죠. 

5G가 상용화한 후에도 LTE 고객의 평균 데이터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5G가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2019년 4월 LTE 고객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8.57GB였습니다.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나다가 이듬해 8월 중엔 10.67GB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LTE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 증가율은 20.2%였는데, 같은 기간 5G 데이터 사용량 증가율(18.6%)을 웃돌았습니다.[※참고 : 물론 지금은 LTE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젊은 세대가 5G로 옮긴 게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데이터양 vs 사용량 미스매칭 = 이 지점에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숱한 소비자는 더 많은 데이터와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5G 요금제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데이터 사용량이 비슷하다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5G 시대를 맞고도 우리의 데이터 사용량은 왜 폭발적으로 늘지 않은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5G 시대에 가능한 서비스를 알리는 각종 정보는 넘쳐났지만, 실상 고객이 체감할 만한 서비스는 없었기 때문이죠.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표한 2015년의 앱 동향 통계를 볼까요? 당시 국내에선 카카오톡ㆍ네이버ㆍ페이스북이 1~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순위가 지난해엔 카카오톡ㆍ유튜브ㆍ네이버 순으로 바뀌었죠. 언뜻 봐도 SNS 서비스가 주류인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달라진 건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SNS 페이스북을 밀어낸 것뿐입니다. 

이는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땐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사용량이 확 늘어났는데, 5G에선 여기에 견줄 만한 콘텐츠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초 5G의 킬러 콘텐츠로 꼽혔던 기술들은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했습니다. 가령, 고사양 게임을 끊김없이 즐길 수 있다던 클라우드게임이나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같은 콘텐츠는 대중화에 실패했죠. 이는 이통3사에 비싼 값을 지불하고 5G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정작 그만큼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데이터를 쓸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양과 실제 사용량 사이에서 ‘미스매치’가 일어났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 중 44.3%는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보다 실제 사용량(3개월 평균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공량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한 경우는 15.0%에 불과했습니다. LTE의 경우, 제공량보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한 고객 비중이 54.9%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임이 분명합니다. 

기대가 컸던 5G 킬러 콘텐츠는 대중화에 실패했다.[사진=뉴시스]
기대가 컸던 5G 킬러 콘텐츠는 대중화에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염수현 KISDI 서비스이용정책실장은 “5G 가입자의 데이터 제공량 활용률이 LTE에 비해 떨어지고 무제한 요금제 이용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실제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요금제로 조정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죠.

이통 3사가 추정하는 100GB 이상의 고가 5G 요금제 비중은 전체 가입자의 30~ 40% 수준에 이릅니다. 이중 제공량과 비교해 넉넉히 데이터를 사용하는 고객이 몇명이나 될까요? 과연 우리는 몇년이 더 지나야 진짜 5G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여러모로 제값 주기 아까운 5G입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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