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K-뷰티 기업 인수 나선 아모레
해외서 더 인기 있는 코스알엑스
3분기 부진한 실적 기록했지만
M&A 소식에 주가까지 들썩여
침체한 韓 화장품 시장에 훈풍
대규모 투자 효과 톡톡히 누릴까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실적 부진을 상쇄할 만한 대형 합병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K-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를 인수·합병(M&A)하겠다고 선언한 아모레퍼시픽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과연 M&A 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릴 수 있을까.

아모레퍼시픽이 더마 화장품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인수한다.[사진=뉴시스]
아모레퍼시픽이 더마 화장품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인수한다.[사진=뉴시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0월 31일 두가지 뉴스를 발표했다. 하나는 ‘부진한 3분기 실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K-뷰티 브랜드 인수·합병(M&A)’ 소식이었다. 서로 다른 뉴스를 접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론에 맞춰졌다.

중국 리오프닝 소식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주가가 움직였다. 31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전일(11만3800원) 대비 11.1% 상승한 12만640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인 1일에도 6.6% 오른 13만4700원을 찍었다. 아모레퍼시픽의 7일 현재 주가는 14만3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 이 두가지 뉴스가 갖는 함의는 뭘까.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8888억원으로 전년 동기(9364억원) 대비 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9%(188억원→173억원) 줄었다.

국내에선 면세점 매출이 두자릿수로 감소했고, 해외에선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매출이 줄어든 게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북미와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액은 각각 35%, 41% 증가했지만 여전히 중국에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가가 반등한 건 아모레퍼시픽이 지분 인수에 나선 ‘코스알엑스(COSRX)’를 향한 기대감이 실적 부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2013년 설립한 코스알엑스는 민감성 피부를 위한 더마(Derma·기능성) 화장품 브랜드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로 북미·동남아·유럽 등 140여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90%에 이른다. 특히 2018년 진출한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어드밴스드 스네일 96 뮤신 파워 에센스’ 등의 제품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시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코스알엑스는 지난해에도 두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43억원으로 전년(1233억원) 대비 65.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5.6% 늘어난 51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알엑스를 눈여겨본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9월 1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8.4%를 인수했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 최대주주의 잔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받았고, 지난 10월 31일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액은 7551억원(28만8000주)으로, 2024년·2025년 두차례에 걸쳐 거래대금을 지급하면 최대주주(지분율 93.2%)에 올라선다. 코스알엑스 인수에 총 9351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저가 더마 화장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운 듯하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대내외적으로 의미 있는 M&A라는 이유에서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아모레퍼시픽이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확충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면서 “해외사업을 좀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컨설팅그룹 리이치24시코리아의 손성민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이 해외 브랜드가 아닌 토종 브랜드를 인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한동안 침체했던 한국 화장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알엑스의 대표 제품인 어드밴스드 스네일 라인.[사진=뉴시스]
코스알엑스의 대표 제품인 어드밴스드 스네일 라인.[사진=뉴시스]

관건은 아모레퍼시픽이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느냐다. 앞서 유니레버, 에스티로더를 비롯한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AHC(카버코리아)’ ‘닥터자르트(해브앤비)’ 등 K-뷰티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짚어볼 만한 사례다.

손성민 대표는 “코스알엑스가 갖고 있는 독특한 색깔과 성공 요인 등을 잃지 않고 어떻게 발전해 나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K-브랜드 인수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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