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주택과 비주택 사이 생활숙박시설
규제 사각지대서 반사이익 누려
분양업자, 주택이라 속이고 팔기도
국토부, 오피스텔 전환 요구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전환 못하는 사람 있어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대안 찾아내야

생활숙박시설은 2024년부터 숙박시설로 미등록된 경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사진=뉴시스]
생활숙박시설은 2024년부터 숙박시설로 미등록된 경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사진=뉴시스]

생활숙박시설은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이 주택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생활숙박시설을 주택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정부는 ‘오피스텔 전환’을 요구했다. 그 시점이 지난 10월 14일로 끝났지만, 오피스텔로 전환하지 못한 생활숙박시설은 여전히 숱하다. 이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생활숙박시설은 2013년 법적 지위를 얻었다.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취사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인 생활숙박시설이 건물 용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전부터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란 이름으로 외국의 장기투숙문화를 들여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생활숙박시설이 법적 테두리 안에 편입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10년 만에 생활숙박시설은 복잡한 실타래에 얽혀버렸다. 숙박시설로 출발했지만 취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주택의 ‘대용代用’으로 사용됐던 부작용이 터져나오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사용승인을 받은 생활숙박시설은 모두 113동이었다. 햇수로 9년 후인 2022년 사용 승인을 받은 생활숙박시설은 741동으로 6.6배가 됐다. 숙박시장이 커진 덕분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생활숙박시설을 주택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엉킴의 시작점 = 원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주택으로서 갖춰야 하는 기준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른 주차면 수, 사람이 살기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학교 용지부담금 등이다. 하지만 생활숙박시설은 법적으로는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이 조건을 피해 왔다. 2017년 1322동의 생활숙박시설이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생활숙박시설을 주택처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국토부가 나서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숙박시설’을 숙박시설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건축 기준을 새롭게 설정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생활숙박시설로 이용하기 위해선 프런트데스크, 로비, 공용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 투숙객의 숙박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리넨실(침구ㆍ시트ㆍ수건 등 천 종류 수납하는 방)도 의무적으로 필요하다.

반발을 우려한 국토부는 당시 나름의 출구 전략을 마련했다. 2021년 10월 14일 국토부는 “2023년 10월 14일까지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준주택ㆍ주택 외 주거시설로 이용가능한 시설)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오피스텔 기준을 완화할 것”이라며 “이 시기가 지나서까지 생활숙박시설의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강제로 생활숙박시설의 기능을 강화하고 2년간 오피스텔로의 전환을 허가해준 셈인데, 일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소급 적용의 문제 때문이었다.

■ 엉킴의 심화 = 국토부가 건축법 시행령을 발표하기 전 생활숙박시설은 주택ㆍ비주택 사이에 형성된 ‘회색지대’에 있었다. 이 점을 교묘하게 활용한 건 분양업체들이었다.

분양업체들은 ‘집처럼 살 수 있지만 주택 소유 수와는 관계없다’란 식으로 생활숙박시설을 홍보했다. 이런 홍보 탓에 실제 거주하기 위해 생활숙박시설을 사들인 사람들도 있었다.

전국비아파트총연맹 관계자는 “생활숙박시설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소유주들은 대략 1만5000가구”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생활숙박시설 건축 기준이 적용된 2021년 5월 이후 생활숙박시설을 분양받았다면 본인 책임임에 분명하지만, 그 전에 분양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합법과 불법 사이에 끼어버린 셈이 됐다.

어쨌거나 2023년 10월 14일이 되기 전까지 생활숙박시설을 실거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였다. 국토부가 권고한 대로 오피스텔로 전환하거나 숙박시설로 등록하는 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는 나름대로 그 길을 넓혀줬다. ▲오피스텔에 있어선 안 되는 발코니, ▲전용면적 85㎡ 이상 오피스텔은 바닥난방을 금지한다는 규정, ▲복합 용도 건물이라면 오피스텔의 전용 출입구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 등을 모두 완화해주겠다고 했다.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은 면적을 재는 방식조차 달랐는데, 이마저도 생활숙박시설의 면적대로 표기할 수 있도록 해줬다.

■ 엉킴의 변수 = 하지만 2년 새 오피스텔로 전환한 생활숙박시설은 전체의 1%에 불과했다. 오피스텔 전환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주차장 면적이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 주택이 갖춰야 할 주차장 규모를 명시해 뒀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오피스텔로의 전환이 불가능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숙박시설 소유주들이 인근에 주차장용 토지를 매입해 타워형 주차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주차장을 확보했지만 서울이나 수도권 도심에선 이런 방법도 여의치 않았다. 애초에 주차장으로 쓸 만한 땅이 인근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선 사실상 주택으로 이용되는 생활숙박시설 중 상당수가 이행강제금을 낼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오피스텔 전환 기간을 2024년 10월 14일로 1년 연장했지만 다음 대책은 사실상 없다.

내년 4월이면 끝나는 21대 국회도 대책을 내놓을 생각이 별로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주차장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한 생활숙박시설을 ‘준주택’으로 인정하는 것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생활숙박시설을 사이에 두고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과연 풀릴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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