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ㆍ열정ㆍ소통의 리더 이순신 42편
왜군과 16차례 크고 작은 전투
부산포해전서 크게 승리했지만
가장 아끼는 장수 녹도만호 전사
진심으로 부하 대한 이순신 큰 슬픔

여기 한 리더가 있다. 아랫사람을 파트너로 여긴다. 아랫사람의 공功은 버리고, 과過는 취한다. 이순신이 이런 유형을 대표하는 리더다. 여기 또다른 리더가 있다. 아랫사람을 부품처럼 여기고 부린다. 공功은 철저하게 자신이 취하고, 과실過失은 떠넘긴다. 이런 리더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론 숱하다. 당신의 리더는 어떤 유형인가. 

아랫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야 리더 자격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랫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야 리더 자격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열을 재정비한 조선 연합함대는 9월 1일 새벽, 부산포를 향해 출항했다. 장림포에서 부산포로 가는 첫 길목은 과거에 몰운대라고 일컬어지는 화준구미다. 여기서 발견한 5척의 왜선을 수장시키고 적군 500명을 제거했다. 다대포에 이르러서는 적 수군 전함 8척을 분멸하고 590명을 처치했다. 

조선 수군함대는 계속 부산포 쪽으로 진격하면서 서평포에서 전함 9척을 전파하고 1000명을 전사시켰다. 이어 절영도까지 진출한 조선 수군은 적함 2척을 파괴하고 수군 1200명을 지옥으로 보냈다. 이렇게 몰운대에서부터 절영도 앞바다까지 오는 길에 적의 대선 24척과 그 배에 탄 적병 수천명을 깨부쉈다. 

조선 연합함대는 초량 앞바다에 이르러 탐망선을 부산포구 쪽으로 보내 적선의 동태를 살피도록 했다. 보고가 들어왔다. “500여척에 이르는 크고 작은 함선이 길게 줄지어 정박하고 있습니다. 아군 탐망선을 발견한 적의 주력 함선 세키부네 4척이 초량목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적선이 500여척이란 말을 들은 원균은 크게 놀랐고, 전라우수사 이억기도 이순신 앞에서 난색을 보였다. 200척도 안 되는 아군이 500여척의 적선과 싸우는 것이 어림없는 일이라는 거였다. 

순신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적의 소굴인 부산을 아니 치고 물러나면 적은 반드시 우리를 업신여길 것이오. 그리 된다면 우리에겐 낭패가 될 것이오. 군사란 선성(전부터 알려져 있는 명성)과 위세를 주로 하는 법이오. 숫자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오. 우리가 이곳까지 온 이상 전멸을 당할지언정 싸우고 않고 돌아서는 것은 불가할 것이오.” 순신의 강력한 의지에 원균과 이억기는 그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순신은 손수 깃발을 들어 “부산진으로 나아가 총공격하라”는 엄숙한 장령을 내렸다. 순신의 손에 들린 독전기가 부산포를 가리키자 우부장 녹도만호 정운, 좌부장 낙안군수 신호, 거북선돌격장 이언량, 방답첨사 이순신, 순천부사 권준 등 다섯 장수들이 병선을 몰고 적의 선봉인 대선 4척을 순식간에 때려 부수고 화전을 쏘아 불살랐다. 

연기와 불꽃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고 그 밑 바다에서는 울부짖는 소리가 진동했다. 이 장면을 뒤로하고 조선 연합함대는 부산포를 향해 노를 재촉했다. 거북선을 선두로 장사진을 펼치며 진입했다.

함대가 부산 포구에 들어서니 왜군은 먼저 함포 공격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조총과 조선의 무기인 편전까지 퍼부었다. 왜군에 협조하고 편입된 조선인들이 자신들이 사용할 줄 아는 편전을 쏘아댄 것이었다. 

적은 부산의 근거지를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거북선이 선두에서 종횡무진하며 적선을 잇따라 깨부쉈다. 판옥선들도 사납게 돌진했다. 조선 연합함대는 각종 지ㆍ현자 및 승자총환과 장편전 유엽전을 비롯해 천ㆍ지자 대장군전, 화전 궁노로 치열하게 공격했다. 적함 여러 곳에서 불이 붙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100여개의 불기둥과 연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부산포에서 왜군은 생지옥을 겪었다. 적의 전함인 안택선과 세부키네, 그리고 작은 함선까지 모두 128척이 침몰했다. 이때 적의 사망자는 3800여명, 부상자는 1200명에 달했다. 아군도 병력도 피해를 입어 7명이 전사하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

늦은 밤까지 무려 10시간 동안 적을 두드려 팬 조선 연합함대는 한밤중에 가덕도로 철수해 정박했다. 다음날인 9월 2일, 아군은 다시 부산포를 공격하려 했지만 순신은 적의 배를 모두 격파해버리면 후퇴할 길을 잃은 왜군이 조선의 땅과 백성을 더욱 잔인하게 괴롭힐 우려가 있다고 보고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고 물러나기로 했다. 마침 아군도 수리해야 할 전선이 예전보다는 많이 생긴 데다 군량도 채워 훗날을 기약해야 했기에 회군하기로 결정했다. 

조선 수군은 그동안 왜군과의 16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전투를 치렀지만 부산포해전에서 가장 큰 승리를 얻었기에 순신의 기쁨도 컸다. 하지만 그 기쁨만큼이나 아픔도 컸다. 가장 아끼는 장수인 녹도만호 정운이 전사했기 때문이다. 정운을 진심으로 대한 순신이기에 그 슬픔은 더했다. 

순신은 부하장수를 ‘부품’으로 여기지 않았다. 정운이 전사했을 땐 누구보다 슬퍼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순신은 부하장수를 ‘부품’으로 여기지 않았다. 정운이 전사했을 땐 누구보다 슬퍼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아아, 인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고 삶과 죽음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번 죽는 것은 아까울 게 없지만 유독 그대 죽음은 마음 아프구나. 국운이 불행해 섬 오랑캐가 재앙을 일으켜 영남의 여러 성이 바람 앞에 무너지고 적들이 몰아쳐 온 나라를 석권하니 향하는 곳마다 막을 자가 없었다. 1000리 관서로 임금의 수레를 옮기고 북쪽 하늘 바라볼 때마다 길게 울며 분노해 간담이 찢어진다. 내가 모자라고 서툴러 그대와 함께 의논하니 구름이 쪼개져 밝은 빛이 비치듯 했다. 계책을 정하고 칼을 휘두르며 배를 이어 나갈 적에 죽음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나아갔으니 네 번(출전 횟수)이나 이긴 싸움, 그 누구의 공이겠는가! 종사를 회복할 날도 멀지 않은데 뜻하지 않게 하늘이 돕지 않아 탄환에 맞았구나. 저 푸른 하늘도 이유를 알기 어렵구나. 배를 돌려 다시 싸워 원수 갚자 맹세했으나 날은 또한 어둡고 바람조차 불순해 소원을 못 이루니 평생에 통분함이 이보다 더할 텐가. 여기까지 쓰고 나니 살 에듯 아프구나. 믿을 바 그대인데 이제는 어이할까. 진중의 모든 장졸 원통하게 여긴다네. 아아, 집에 계신 어버이는 누가 장차 모실 건가. 황천까지 미친 원한 언제 눈을 감을 건가. 아아, 슬프도다! 그 재주 다 못 펴고 덕은 높되 지위 낮아 나라의 불행이요 군사 백성 복이 없다. 그대 같은 충의는 고금에 드물거니 나라 위해 던진 그 몸 죽어도 살았구나. 세상에 깊은 원한 누가 내 마음 알아주랴. 지극한 정성으로 한잔 술을 바친다. 아아, 슬프도다!”

순신이 정운의 장례를 치르며 자신이 쓴 절절한 마음의 추모제문을 읽어 내려가자 장졸들의 곡성이 조선의 산과 바다를 울렸다. <다음호에 계속>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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