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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넷플릭스 약점 ‘예능’
인기 연예인 내세워도 실패
빈자리 꿰찬 쿠팡플레이 급부상
예능으로 반격 나선 넷플릭스
단점을 강점으로 승화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예능’에 약하다. 수년간 숱한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그 틈새를 쿠팡플레이가 파고들었다. SNL 코리아가 인기물로 등극하면서 OTT 시장점유율 2위까지 치고올라갔다. 드라마에 비해 인기가 저조했던 예능이 잠잠했던 OTT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은 셈이다. 그러자 넷플릭스가 또다시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가 예능 부문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가 선보일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로얄’[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가 예능 부문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가 선보일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로얄’[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명실공히 국내 OTT 업계의 ‘1인자’다. 2020년 5월 월간활성사용자(MA U) 637만명(닐슨코리아클릭)을 기록하면서 토종 OTT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넷플릭스는 그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가장 윗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넷플릭스의 MAU는 2위인 쿠팡플레이(563만명)의 2배가 넘는 1223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콘텐츠 덕분이다. 2019년 선보인 인기 드라마 ‘킹덤’을 시작으로 스위트홈(2020년), 지옥(2021년), 오징어게임(2021년) 등 흡입력 있는 한국 드라마를 잇달아 제작하면서 국내 시청자를 단숨에 끌어모았다. 여기에 IPTV 서비스를 운영 중인 LG유플러스와 협력해 유통 채널을 넓힌 것도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넷플릭스에도 허점은 있었다. 흥미롭게도 넷플릭스는 예능에 약점을 노출했다. 2018년 5월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재석을 비롯해 김종민·이광수 등 인기 방송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국내 시청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 때문인지 시청자들이 직접 평점을 매기는 콘텐츠 추천 서비스 ‘왓챠피디아’에선 5점 만점에 2.9점을 받기도 했다.

‘범인은 바로 너!’는 해외 성적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싱가포르·베트남에서 ‘시청 순위 톱10’에 든 게 전부다.

넷플릭스의 ‘예능 부진’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유병재: B의 농담’ ‘이수근의 눈치코치’ 등 미국에서 인기 있는 스탠딩 코미디를 한국식으로 각색해 꾸준히 선보였지만 국내에선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한국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예능 소재나 콘셉트를 넷플릭스가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이런 넷플릭스의 약점을 제대로 노려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게 쿠팡플레이다. 2021년 9월 선보인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1이 히트를 치면서 국내 OTT 업계에서 차츰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시청자들은 게스트로 초대받은 연예인들이 철저히 망가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한국 예능에서 금기로 여겨지던 정치 풍자극을 내세운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SNL 코리아는 올해 7월 시즌4를 선보일 정도로 꾸준하게 방영되고 있다.

[자료 | 모바일인덱스, 참고 | 8월 기준, 사진 | 쿠팡플레이 제공]
[자료 | 모바일인덱스, 참고 | 8월 기준, 사진 | 쿠팡플레이 제공]

SNL 코리아의 인기는 쿠팡플레이의 점유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21년 1월 당시 52만명에 불과했던 쿠팡플레이 MAU는 그해 12월 358만명으로 588.4%나 증가했다.

기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앱 이용자 수(431만명)에서 쿠팡플레이는 웨이브(405만명)를 제치고 업계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8월엔 MAU 기준 563만명으로 티빙(540만명)을 누르고 2위 자리에 올랐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SNL 코리아가 쿠팡플레이 흥행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넷플릭스도 한국인 입맛에 맞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21년 시즌1로 시작해 올해 1월 시즌2를 성황리에 끝낸 데이트 프로그램 ‘솔로지옥’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솔로지옥 시즌2는 지난해 12월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6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오는 28일엔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로얄’을 방영할 예정이다. 20여명의 인기 코미디언들이 동시에 등장해 웃음 대결을 벌인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주요 콘셉트다. 과연 넷플릭스는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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