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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 동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기한 셈
국민 부담 경감 위한 조치라지만
집값 부양 신호로 작동할 우려
세금 부족한데 부자감세 논란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사진=뉴시스]

“2024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하게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1일 이런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이날 열린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중부위)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럼 국토부의 입장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부동산에는 여러 세금이 붙는다. 부동산을 사려면 취득세를 내야 하고, 부동산을 유지하려면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를 납부해야 한다. 부동산을 팔려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취득세나 양도세는 얼마에 사고파는지에 따라 결정되지만, 보유세나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과거의 공시가격은 실제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아 보유세나 종부세 세율이 너무 낮게 책정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역대 정부가 2011~2020년 부동산 공시가격을 연평균 3.02%씩 끌어올린 건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2020년 11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립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매년 일정 수준으로 인상해 2030년까지 실제 거래가격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거였다.

당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표준지 기준) 65.5%, ▲단독주택(표준주택 기준) 53.6%, ▲공동주택 69.0% 수준이었다. 

주목할 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면서 부동산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놨고, 지난해 12월 ‘2023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폐기한 것이자,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정책의 연장인 셈이다.[※참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 77.8%, ▲공동주택 75.6%, ▲단독주택 63.6% 수준으로 올라야 했다.] 

물론 고금리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고물가 등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은 나름 의미가 있다. 국민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정권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아울러 시장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을 정부의 집값 부양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부동산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줄면 부동산을 팔아야 할 유인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를 수 있어서다. 이번 공시가격 동결이 툭하면 ‘집값 안정’을 얘기하는 현 정부의 태도와는 상반된 결정이란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떤 국민이 수혜를 보느냐도 문제로 꼬집을 만하다.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사실상 올해 상반기 신고가를 기록한 일부 강남 지역 주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전하고 있는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사진=뉴시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전하고 있는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사진=뉴시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공시가격 동결로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작용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예산안을 기준으로 책정된 종부세 징수액은 각각 5조7133억원, 4조1098억원이었다. 2022년 종부세 징수액이 6조7198억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올해는 1조원가량 줄고, 내년에는 1조6000억원가량 감소하는 셈이다.

여기엔 주택가격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공시가격 하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과세 인원과 징수액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종부세 징수액 감소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종부세 재원은 전액 ‘부동산교부세’라는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되는 예산”이라면서 “따라서 종부세가 줄어든다는 건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자체 살림살이가 위축돼 지역 주민의 복지서비스도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종부세 감소가 결국 양극화를 부추기고, 국토균형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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