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홍석구의 稅務와 世務
부가가치세율 인상 논의 군불
역대급 세수펑크 해법의 일환
조세 저항 만만치 않은 가능성
간이과세 손보는 게 대안일 수도
세금 신고·납부 편의성 위해 도입
일반과세자와의 형평성 문제 커
세법 무겁게 하고 소득 탈루 가능성

#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은 세율을 현실화할 때가 됐다는 거다. 하지만 인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부가세율 인상이 서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난제다.

# 그렇다면 부가세율 인상만이 해답일까. 그렇지 않다. 세수 확대를 위해선 세율 인상보다 더 합리적인 카드가 있다. 간이과세제를 손보는 거다.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기 위해선 수많은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사진=뉴시스]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기 위해선 수많은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사진=뉴시스]

나라 전체가 부족한 세수를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산보다 59조1000억원 부족한 걸로 추계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인지 세수를 늘릴 여러 해법이 여기저기서  제시되고 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건 ‘부가가치세율 인상안’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보자. 국회입법조사처는 “저성장ㆍ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고령층 소비 비중 감소로 부가가치세 세수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율 인상이 꼭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부가가치세율 인상 논의는 최근 들어 공론화했다. 지난해 4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가부채 관리 차원에서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5월 ‘대전환기, 한국경제의 과제’란 행사에서 부가가치세율을 2%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증세는 필요하다. 세수 부족과 재정적자, 그리고 저성장ㆍ초고령화 사회로 인해 향후 늘어날 복지 지출에 대응하려면 불가피한 일이다.

그런데 수많은 세목 중 하필 부가가치세를 콕 집은 걸까.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이 세계 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부가가치세율 19.3%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추이로 살펴봐도 낮다. 10%의 세율은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했을 때 정했는데, 강산이 수십번 바뀌고도 변화가 없었다. 

반면 OECD 국가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2009년 17.7%에서 1.6%포인트 상승했다. 단순히 숫자만 낮은 것도 아니다. 한국의 GDP 대비 부가가치세 비중은 4.2%(2020년 기준)로 OECD 37개국 중 34위에 그쳤다. OECD 평균 GDP 대비 부가가치세 비중 6.9%보다도 2.7%포인트 낮다. 

이렇게만 보면 부가가치세율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진작 올렸어야 했을 것 같은데, 왜 아직도 논의만 하는 걸까. 이는 부가가치세가 증세 저항이 상당한 세목이기 때문이다. 

먼저 부가가치세가 뭔지부터 따져보자. 부가가치세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마주하는 세목이다. 마트나 상품점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영수증을 보면 물건값 외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매겨져 있는 걸 누구나 볼 수 있다. 재화나 용역이 생산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거래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대상으로 삼은 거다. 

이렇듯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직접 부담한다. 부가가치세율이 오르면 서민 물가가 더 오르는 격이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부가가치세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더 부담을 주는 ‘역진적 세목’이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소비만 하면 자동으로 납부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50년 가까이 같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역대 어느 정권도 부가세만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필자는 이번 논의 역시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세수가 모자라는 상황을 방치할 수도 없는 일, 우린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 필자는 간이과세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간이과세제는 부가가치세법 제정 당시 과세 특례로 세금계산서 발행의 예외를 인정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부터 ‘간이과세’로 명칭을 바꾼 게 지금껏 이어져 왔다. 영세사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면제하고 간이영수증을 발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간은 연 매출 4800만원 미만 사업자가 적용 대상이었는데 2021년부턴 기준을 8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취지는 좋다. 영세 소상공인이 세금 납부를 편하게 하고 세부담도 덜도록 해주는 제도다. 실제로 간이과세자는 부가가치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일반과세자는 공급가액의 10%를 납부세액으로 계산하지만, 간이과세자는 공급대가의 10%에 업종별 부가율(5~30%)을 곱해서 계산한다. 특히 연간 매출이 4800만원 미만일 경우엔 납부를 면제받고 있다.  

다만 좋은 취지가 무색하게 각종 문제점을 노출했다. 필자는 간이과세 제도의 문제점을 크게 ‘공평성’과 ‘간편성’의 관점에서 지적하고 싶다. 먼저 간이과세는 공평한 제도가 아니다. 감세 혜택을 받기 위해 매출을 계속 축소하는 일이 다반사라서다. 당연히 세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성실하게 납세하는 근로소득자의 과세형평성이 침해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간이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매출을 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간이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매출을 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아울러 세법이 복잡해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 일반 부가가치세 과세체계는 간편하다. 매출액의 10%를 적용한 매출세액에서 매입액의 10%를 적용한 매입세액을 차감한 금액을 납부하면 된다.

간이과세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은 총 70개 조항(보칙 제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간이과세제 규정은 10개로 7분의 1이나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시행령 및 시행규칙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규정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손본다면 세법이 훨씬 가벼워지고 행정비용도 줄어들 게 분명하다. 

물론 간이과세를 폐지하는 것 역시 조세 저항이 상당할 거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간이과세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사업자 수가 약 199만개다. 그럼에도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논의하는 것보단 저항이 적다. 경영 상황이 열악한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할 해법은 다른 방향에서 찾으면 된다. 간이과세제가 세금 탈루를 부추기는 원흉으로 전락한 이상, 이젠 공론화를 본격화할 때다. 

홍석구 정율 세무회계 대표 
seokgu1026@jungyul.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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