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한화오션 3분기 흑자전환
12분기 만에 흑자 달성
여전히 높은 투자자 불안감
목표치 21%에 불과한 수주
특수선 치중해 수주 적은가
시장의 엇갈린 시선과 전망
“성선 부문 소홀한 것 아나”

한화오션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일부 투자자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화오션의 수주 실적이 경쟁사에 비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한쪽에선 한화오션이 특수선 부문에 집중하느라 상선 시장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과연 투자자들의 기우일 뿐인 걸까. 

한화오션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사진=한화오션 제공]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3분기 한화오션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3% 증가한 1조9168억원, 영업이익은 7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론 2020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달성한 흑자다. ▲해양시추기업 노던드릴링과 벌였던 원유시추선 중재소송에서 승소, ▲대손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이 3분기 깜짝 실적을 견인했다.

[※참고: 대손충당금 환입은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해 적립했던 대손충당금 규모가 회계 결산 과정에서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떼일 것이라고 생각해 미리 처리한 돈이 더 들어온 셈이다. 대손충당금 환입은 줄어든 대손충당금만큼 수익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에도 한화오션에 베팅한 투자자들 사이에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가 한화오션의 경영전략에 의문을 표하면서다. 그들의 말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선박 수주 실적이 저조한데 이 문제부터 빨리 해결해야 되는 것 아닌가.” 

투자자들이 제기한 비판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올해 선박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은 크게 늘어났다. 조선 ‘빅3’로 꼽히는 HD한국조선해양은 11월 현재까지 143척의 선박을 수주하며 합계 수주액 201억9000만 달러(약 26조8103억원)를 기록, 연간 수주목표(157억4000만 달러·약 20조9074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의 수주량은 66억 달러(약 8조8638억원) 규모로 올해 목표치(95억 달러·12조7585억원)의 69%를 채웠다. 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이 ‘카타르 LNG 프로젝트’ 2차 수주전을 통해 수주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의 수주실적은 다른 두 회사보다 떨어진다. 한화오션은 9월까지 LNG 운반선 5척, 특수선 4척 등 9척을 수주했다. 합계 수주액은 14억7000만 달러(약 1조9742억원)로 올해 수주목표치인 69억8000만 달러(약 9조3741억원)의 21%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수선 시장의 빈틈을 노리는 한화오션의 전략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사진=한화오션 제공] 
특수선 시장의 빈틈을 노리는 한화오션의 전략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사진=한화오션 제공] 

이를 두고 주식시장 한편에서 “상선商船(상거래 목적의 선박)보다는 함정 등 특수선 중심의 방위산업(방산)에 치중하느라 수주가 저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한화오션이 지난 8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2조원 중 9000억원을 방산 분야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런 의구심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신’으로 변했다. 한화오션의 전체 매출에서 상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74.0%(2023년 6월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화오션이 저가 수주에서 탈피해 고수익 선종 위주로 선별 수주를 하면서 상선 시장에 소극적인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향후 펼쳐질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증권사도 많다. 

DS투자증권은 10월 발표한 리포트에서 “한화오션이 2021년 수주했던 선박의 인도 절차는 2024년 상반기에 대부분 완료되는데, 이중 상대적으로 선가가 낮은 선박은 (전체의) 18.0%에 불과하다”며 “점진적으로 저가 수주 물량의 인도가 감소하면서 한화오션의 실적은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화오션 역시 상선 부문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을 키우는 과정에서 특수선의 비중을 기존 10.0%에서 25.0%로 상향한다는 계획을 세웠을 뿐 (한화오션의 전략을) 어느 한쪽에 집중하기 위해 상선 부문을 축소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방산 부문의 비중을 키우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안보 위기가 심화하면서 세계 각국이 무기를 비롯한 방위체계를 증축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특수선 수주는 우리 해군 쪽의 물량이 많았는데, 이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해보려고 한다. 아울러 신조(새로운 선박을 건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종의 AS 시장인 MRO(Maintenance·Repair·Overhaul) 영역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자동차처럼 선박도 정비가 필요하다. 앞으론 MRO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서, 전담 부서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방침이다.” 

실제로 특수선 시장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군함 및 해군 함정 시장의 규모는 637억 달러(약 85조3580억원)에 달한다. 앞으론 연평균 5.9% 성장해 2028년에는 902억 달러(120조 868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선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도 손에 꼽힐 만하다. 오랜 기간 조선 산업을 연구해온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조선사의 뛰어난 상선 기술력이 군함을 건조할 때도 적용된다”면서 “상선 부문에서의 생산성을 활용해 특수선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은 우수하면서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함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역시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특수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의 전략적 방점이 특수선에 찍혀 있다곤 해도, 상선 부문에서 ‘현상 유지’를 하는 데 만족하겠다는 건 아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며 상선 시장은 LNG 선박에서 암모니아·수소 연료 쪽으로 계속해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중국과는 기술 격차가 있지만 그들도 경험을 쌓으면 일정 수준으로 기술이 올라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계속해서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한화오션의 항해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