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
2023 스타트업 열전 7편
송혜령 쏭푸드시스템 대표 
프리미엄 웰빙 디저트 공략
30대에 뛰어든 창업 시장
간식 유통부터 제조까지
프리미엄 초콜릿으로 승부
무궁화 담은 초콜릿 출시
K-디저트 대표 상품 만들 것

# 식사 후나 일하는 중간에 간단하게 즐기는 스낵 등 디저트 문화는 이제 일상이 됐다. 이런 디저트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엔 자극적인 맛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맛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디저트에도 웰빙이 중요한 화두가 된 셈이다.

# 디저트 시장의 변화를 읽고,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이 있다. 프리미엄 웰빙간식을 만드는 쏭푸드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신선하고 품질 좋은 재료로 만든 ‘웰빙 디저트’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 쏭푸드시스템의 대표 디저트는 프리미엄 초콜릿이다. 재료만 신경 쓴 것이 아니다. 자체 제작한 몰드(금형)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 디자인까지 담았다. “K-디저트를 대표하는 간식을 만들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송혜령(42) 쏭푸드시스템 대표를 더스쿠프 소셜기록제작소가 만났다. 2023 스타트업 열전 일곱번째 편이다.
 

송혜령 대표는 “쏭푸드시스템을 K-디저트 대표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송혜령 대표는 “쏭푸드시스템을 K-디저트 대표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인생을 흔히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에 비유하곤 한다. 좋은 일만 가득할 땐 밀크 초콜릿처럼 한없이 달콤하지만 힘든 일을 겪을 때는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을 먹는 것처럼 쌉싸름해서다. 

송혜령(42) 쏭푸드시스템 대표가 지나온 길도 그렇다. 20대 초반, 스물네살 아직은 어린 나이에 그는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부러워할 기업이었다. 그룹 마케팅 업무를 맡아 열심히 커리어를 쌓았다. 그렇게 12년을 대기업 직장인으로 일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지냈다. 

하지만 달콤함이 쓴맛으로 바뀐 건 찰나였다. 워커홀릭처럼 일만 했기 때문인지 건강에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허리 디스크였다. 서기는커녕 앉기도 어려웠다. 수술과 재활치료를 위해선 회사를 다닐 수 없었다. 30대에 느닷없이 찾아온 얄궂은 인생의 씁쓸함. 그런데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디스크 재활치료에 매진함과 동시에 창업의 꿈을 키웠다. “아버님은 중식당, 어머님은 한식당을 운영하세요. 그래서 제 입맛이 선천적으로 예민해요(웃음). 디스크 치료를 시작하면서 평소에 좋아했던 ‘디저트’를 공부했고, 그러던 중 창업을 결심했죠.” 지금부터 송대표의 ‘달콤, 쌉싸름한’ 창업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들어보자. 

✚ 창업 전엔 대기업에 다니셨네요. 
“그렇습니다. 스무네살이었던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마케팅그룹에서 일했어요. 이후 2015년까지는 계열사에서 근무했죠.” 

✚ 서른다섯살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창업을 한 건가요.
“아니에요.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어요.”

✚ 어떤 일이었나요.
“제가 워커홀릭이었어요. 가장 먼저 출근했고, 야근도 밥 먹듯이 했어요. 그렇게 일해도 힘든 줄 몰랐죠. 그렇게 10년을 내리 달렸더니 몸에 이상이 생겼어요. 30대 초반에 심각한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죠. 수술이 필요했고, 재활치료도 받아야 했어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 상심이 컸겠네요. 
“아니요. 그렇지도 않았어요. 사실 제 꿈은 창업이었어요. 허리 디스크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을 준비하게 됐어요.” 

[사진=쏭푸드시스템 제공] 
[사진=쏭푸드시스템 제공] 

✚ 또다른 기회를 잡은 셈이네요.  
“네. 맞아요. 2016년 ‘간식여왕’이란 브랜드로 유통업을 했어요. 아이템은 프리미엄 웰빙간식이었어요. 처음에는 통신판매 형태로 운영하다가 2017년 수원 영동시장 ‘청년몰’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어요. 건어물이나 무설탕 야채칩, 과일칩 같은 간식을 판매했죠.”

✚ 쏭푸드시스템은 언제 창업했나요. 
“쏭푸드시스템은 웰빙간식을 만드는 제조업체예요. 유통을 하다 보니 제 것을 만들어 보고 싶더라고요. 고객들의 요구도 있었어요. 판매하는 제품에서 이런저런 걸 빼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적지 않았죠. 여기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2018년 쏭푸드시스템을 창업했어요.”  

✚ 이전 했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네요. 간식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나라의 디저트를 접했어요. 다양한 디저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여기에 집안 내력도 한몫했어요.”

✚ 집안 내력이요?
“네. 저희 아버지가 중식당을 하시고, 어머니는 한식당을 운영 중이세요. 식당을 하는 부모님 둬서 그런지 입맛이 예민했어요. 제 입에 맞으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좋아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 쏭푸드시스템은 상품이 매우 다양하던데 대표적인 제품이 무엇인가요.   
“대표 상품은 ‘동결건조 딸기 초콜릿’ ‘치즈 초콜릿’ ‘과일 초콜릿’ 등이 있어요. 국내에는 없던 제품이에요.” 

✚ 초콜릿을 주력 상품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시장 조사차 일본에 방문했을 때 비슷한 초콜릿을 접했어요. 정말 맛있더라고요. 상품성도 충분했죠. 그래서 바로 국내에 유통할 수 있는지 확인했는데 파는 곳이 없었어요.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게 됐죠.”

✚ 똑같은 상품을 만든 건가요. 
“아니에요. 콘셉트는 비슷하지만 제품은 완전히 달라요.” 

✚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일본에서 먹어본 초콜릿은 팜유(식물성 유지)로 만든 제품이에요. 쉽게 얘기해 코코아에 팜유를 섞어서 부드러운 맛을 낸 거죠. 우리 제품은 카카오버터 함유량이 많은 커버추어 초콜릿(couverture chocolate)을 사용해요. 고급 초콜릿이 원재료인 셈이죠.” 

✚ 고급 초콜릿을 사용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 맛이 달라요. 초콜릿이 입안에서 녹는 식감도 팜유로 만든 초콜릿과는 완전히 다르죠. 무엇보다 쏭푸드시스템을 창업하면서 콘셉트로 삼은 ‘웰빙간식’에 걸맞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전 먹는 것에 민감한 체질이에요. 몸에 좋지 않은 색소나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곤 하죠. 그래서 생긴 원칙이 ‘내가 먹을 수 있는 간식을 팔자’예요. 그러니 초콜릿 재료도 허투루 쓸 수가 없죠. 제품도 100% 수제 방식으로 만들고 있어요.”

✚ 그렇게 차이가 큰가요? 
“전혀 달라요. 팜유로 만든 초콜릿은 텁텁한 맛이 있어요. 카카오버터를 쓴 초콜릿은 맛이 훨씬 깔끔하죠. 입안에서 녹는 식감도 완전히 달라요. 몸에도 카카오버터보다는 팜유가 훨씬 안 좋죠. 실험을 해봐도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 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차이가 있나요.
“네. 팜유 초콜릿은 중탕으로 녹여서 만들면 그만이에요. 하지만 카카오버터를 쓴 프리미엄 초콜릿은 달라요. 템퍼링(tempering)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죠. 템퍼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초콜릿의 맛과 식감이 달라져요. 초콜릿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이에요.”

템퍼링은 초콜릿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반짝이게 마무리하기 위해 온도를 조절하는 작업을 말한다. 

쏭푸드시스템의 프리미엄 초콜릿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사진=쏭푸드시스템 제공] 
쏭푸드시스템의 프리미엄 초콜릿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사진=쏭푸드시스템 제공] 

✚ 어떻게 달라지나요. 
“카카오버터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해요. 템퍼링을 통해 카카오버터 안에 있는 지방이 뭉쳐지는데 온도에 따라 맛, 식감, 심지어 광택도 달라지죠. 템퍼링을 잘못하면 블룸(Bloom) 현상이라는 것이 나타나요. 초콜릿 표면에 곰팡이처럼 흰색 반점이나 얼룩이 생기는 현상이죠. 블룸 현상이 나타나면 상품성을 잃을 수도 있어요. 몸에는 아무런 해가 없지만 초콜릿 본래의 맛을 잃을 수 있어서죠.” 

✚ 간식을 유통할 때와는 일이 또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제품을 유통하는 것과 생산하는 건 전혀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고생도 엄청 했어요. 밤을 새워서 연습하고, 초콜릿 원료부터 다시 공부했죠. 템퍼링을 배우기 위해 컨설팅까지 받았어요. 국내에서 초콜릿으로 유명하다는 곳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예요.”

✚ 초콜릿 제품을 출시한 건 언제인가요.
“2019년에 시장 조사를 하고 제품 개발에 들어갔어요. 1년 후인 2020년 첫 제품을 론칭했어요.” 

✚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군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2020년 9월 ISO(국제 표준화 기구) 9001(품질경영시스템)과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부터 시작해서 12월엔 식품안전관리 HACCP 인증도 받았어요. 2021년에는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까지 획득했죠. 여기에 국내외 디자인 특허를 내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 힘든 과정을 거쳐 개발한 제품으로 상을 숱하게 받았다고 들었어요. 
“네. 지난해 열린 ‘벨기에 국제 식음료 품평회’에서 미각 우수상을 받았어요. 이 품평회는 유명한 셰프와 소믈리에 등 유럽에서 선발한 200명의 심사위원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출품한 제품의 맛과 향 등을 평가하는 행사예요. 동결건조 딸기초콜릿을 포함해 세가지 제품이 ‘우수 미각 2Star’를 받았어요. 국제식음료품평원(International Taste Institute)이 진행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식음료 품평회에서 수상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 초콜릿의 모양도 기존 제품과는 달리 특이하던데요. 
“올해 5월에 무궁화 모양의 초콜릿을 출시했어요. 초콜릿 몰드(금형)를 개발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죠.”

✚ 초콜릿의 모양을 만들어 주는 게 몰드인가요.
“네. 그런데 이 몰드를 만드는 데 3년이 걸렸어요.”

✚ 그냥 틀을 만드는 게 아닌가요.
“그런데 국내에선 초콜릿 몰드를 만드는 곳이 없더라고요. 대부분 해외에서 만든 몰드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죠. 디자인을 만드는 데도 오래 걸렸지만 몰드를 제작해 줄 업체를 찾는 건 더 어려웠어요. 수소문 끝에 한 업체를 간신히 찾았고, 몰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죠. 스타트업이 초콜릿 몰드까지 만드는 건 드문 일이에요.”

✚ 초콜릿 디자인까지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만의 특별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초콜릿 몰드는 벨기에·이탈리아·중국 세나라에서 대부분 수입해요. 한국적인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죠. 그래서 만들었어요. K-디저트를 대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에서였죠.” 

✚ 소비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 초콜릿을 맛본 고객은 꼭 다시 찾아주세요.” 

✚ 그럼 매출도 많이 늘었나요.
“아쉽지만 아직까진 매출이 많지 않아요.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멀었어요.”

✚ 왜 그런가요. 
“문화의 차이인 것 같아요. 유럽은 식후에 디저트로 초콜릿을 먹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발달했어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런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죠. 초콜릿을 값싼 간식 정도로 여기는 이들도 많아요. 일본만 해도 그렇지 않아요. 초콜릿 시장이 매우 크고, 디저트로 초콜릿을 즐기는 문화도 자리 잡았죠. 이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초콜릿 박람회인 ‘살롱 뒤 쇼콜라(Salon du Chocolat)’예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벨기에·스페인·일본 등 전세계를 돌며 열리는 박람회죠. 이 행사를 우리나라에선 3일만 해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두배나 긴 일주일 동안 행사를 하죠. 그만큼 우리나라의 초콜릿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거죠.”

✚ 그럼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그럼요. 국내 시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인 ‘고디바’를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어요. 프리미엄 초콜릿의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죠. 디저트 문화도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어요. 실제로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대량 주문이 꽤 있어요. 기업들이 선물용으로 주문하는데 수요가 적지 않아요.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 쏭푸드시스템의 목표가 궁금해요. 
“쏭푸드시스템이라는 제조업에서의 목표는 수출이에요. 우리가 만든 초콜릿이나 웰빙간식을 수출해 대표적인 K-디저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예요. 한국 전통의 맛을 살리기 위해 천연색소를 쓰지 않고 천연재료로만 색을 내는 방법도 개발했죠. ‘간식여왕’이라는 브랜드를 통해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선 킬러콘텐츠가 필요한데 초콜릿 제품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통과 제조업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창업을 유통업체로 했고, 이제 제조업체로도 성장하고 있어요. 두가지를 모두 잘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자체 몰드로 만든 ‘무궁화 초콜릿 5종(쑥·흑임자·단호박·현미누룽지·팥인절미)’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꼭 그렇게 할 겁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