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프랜차이즈 필수품목이 뭐기에
머리끈 · 쓰레기통 · 세제 구매 강요
가맹점 필수품목 갑질 수단 전락
철퇴 나선 공정위 개선책 내놓자
가맹점주와 가맹본사 엇갈린 반응
가맹본사 실효성 떨어진다 반발
로열티 도입하면 문제 해결될까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가 필수품목을 통해 과도한 폭리를 취해 논란을 일으켰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가 필수품목을 통해 과도한 폭리를 취해 논란을 일으켰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 고깃집 직원이 어떤 머리끈을 사용하는지가 고기의 맛이나 서비스의 퀄리티에 영향을 미칠까. 햄버거 전문점에서 어떤 빗자루를 쓰는지가 브랜드의 통일성을 좌우할까. 우리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가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가맹점에 머리끈이나 빗자루를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가맹본사로부터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필수품목’에 이런 자잘한 것들을 넣었던 거다. 필수품목이 가맹본사의 ‘갑질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그래서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필수품목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이 체결하는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의 항목·가격 산정 방식을 필수 기재하고, ▲가맹본사가 필수품목을 확대하거나 가격을 인상할 때엔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게 골자다.  


# 당연히 반응은 엇갈린다. 가맹점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지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안팎에선 “필수품목 제도 대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 말 많은 필수품목을 없애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프랜차이즈 고질병 ‘필수품목’의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소비자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어느 지점에 가나 동일한 퀄리티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통일성이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인 셈이다. 가맹본사가 ‘필수품목’을 지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수품목은 가맹점이 반드시 가맹본사를 통해 구입해야 하는 인테리어·설비·비품·상품·원부재료 등을 포함한다. 예컨대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면 가맹본사가 공급하는 동일한 빵·패티·소스 등을 사용하는 식이다. 문제는 제품의 퀄리티와 상관없는 자잘한 품목까지 필수품목에 넣거나 과도한 유통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가맹본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사례는 차고 넘친다. 지난 3월 차돌박이 전문 프랜차이즈 ‘이차돌’이 과도한 필수품목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차돌은 가맹점에 머리끈, 손거울, 스마트폰 거치대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구매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차돌이 가맹거래법을 위반했는지 들여다보는 직권조사에 착수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참고: 이차돌 측은 “이후 머리끈, 손거울 등 문제가 된 품목을 필수품목에서 제외하고, 가맹점과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버거킹’도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버거킹은 가맹점에 네임펜, 빗자루, 주방세제 등 필수품목이 아닌 제품까지 구매를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필수품목이 아닌데도 구매하지 않을 경우 가맹점 평가점수를 깎는 방식으로 가맹점주를 압박했다”고 토로했다. 

필수품목은 올해 국감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다뤄졌다. 지난 10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엔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KG할리스F&B)’ 이종현 대표가 소환됐다.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종현 대표에게 “시중에서 34원에 판매하는 일회용컵을 할리스 본사를 통해 구입하면 134원”이라면서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데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필수품목을 둘러싼 문제는 이들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탄산음료를 (가맹본사는) 훨씬 더 비싼 가격에 공급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음료의 원재료는 그렇다 쳐도 제품 퀄리티와 무관한 쓰레기통까지 구매하게 하는 건 지나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처럼 필수품목이 가맹본사의 ‘갑질’ 수단으로 악용되자 공정위가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 9월 필수품목과 관련해 ‘너무 많은 품목 지정’ ‘일방적인 가격 인상’ ‘원가 정보 미공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필수품목의 항목과 가격 산정방식을 가맹계약서에 필수 기재(가맹사업법 개정), ▲필수품목의 확대·변경 및 단가 인상 시 가맹점주와 협의(시행령 개정), ▲외식업종 위주 필수품목 지정 실태 조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는 연내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후 법 개정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엇갈린 반응➊ 가맹점주 = 가맹점주들은 당연히 반기는 분위기다. 박승미 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은 “가맹계약서 조항에 필수품목을 포함하면 가맹본사의 부당한 가격 인상, 품목 확대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야가 이견이 없는 사안인 만큼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에는 필수품목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개정안이 숱하게 발의돼 있다. 2021년 성일종(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김한규(더불어민주당)·양정숙(무소속)·최종윤(더불어민주당)·유의동(국민의힘)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게 202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개선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으면 하는 게 가맹점주들의 바람이다. 

■ 엇갈린 반응➋ 프랜차이즈 업계 =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위한 필수품목 제도개선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정부의 필수품목 개선 대책은 프랜차이즈 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규제”라고 반발했다. 필수품목을 변경할 때마다 가맹점주와 협의하고 계약을 변경하면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날 세미나에선 공정위의 개선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선진 법무법인 KLF 대표변호사는 “필수품목의 수량이 많고, 가격 변동이 잦아 항목과 가격 산정방식을 기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목적 달성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말 그럴까.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에 다시 반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는 계약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동반자적 관계”라면서 말을 이었다. “가맹본사가 필수품목을 악용해 폭리를 취해온 관행을 바꾸기 위한 제도다. 필수품목의 가격을 일일이 기재하는 게 아니고, 가맹본사가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할지 방침을 정하고 가맹점에 공유하는 것이다. 필수품목이 너무 많아서 관리가 어려우면, 취지에 맞고 정말 필요한 품목으로 줄이는 게 맞다고 본다.” 

■로열티는 만능일까 =  공정위의 반박과 별개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필수품목 개선안’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따져봐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렇게 반발하는 건 필수품목을 통해 그만큼 커다란 마진을 남겨왔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업계는 필수품목 개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로열티’를 수취하겠다는 입장을 은근슬쩍 내비치고 있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에 마진을 붙이는 대신 매출액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으면 그만이란 얘기다. 실제로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부분 로열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선 ‘노브랜드버거(신세계푸드)’가 로열티(매출액의 8%)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상호 영산대(외식경영학) 교수는 “정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면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미국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10% 이상의 로열티와 2%가량의 마케팅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논란 많은 필수품목 대신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방향은 맞지만 고려해야 할 점도 많다.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면 가맹본사와 가맹점 간 거래가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시스템을 한번에 바꿔야 한다는 위험이 따른다. 로열티율을 어떻게 정하느냐도 고민이다. 미국의 평균 로열티를 그대로 따를 게 아니라 한국 시장과 개별 브랜드에 맞는 로열티를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로열티는 브랜드의 가치를 일종의 지식재산권으로 인정하고 거기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면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가맹본사의 수익구조를 바꿔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필수품목이든 로열티든 중요한 건 가맹점주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거다. 

이성훈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가맹점주의 매출이 늘지 않고,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데 있다”면서 “가맹점과 가맹본사가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필수품목 개선안을 왜 들고나왔는지 가맹본사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일침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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