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는 매코믹 부인(Mrs. McCormic)이라는 노파가 등장한다. 핼러윈에 등장하는 ‘마귀할멈’과 같은 형상이다. 불쑥 마을 사람들을 찾아가 뜬금없이 가족 누군가의 죽음을 예언한다. 이니셰린 섬의 ‘예언자’이다. 영화 제목 속의 ‘밴시(banshee)’가 바로 이분이다.‘밴시’라는 말은 아일랜드 민담民譚에 전해져 내려오는 죽음을 예고하는 마녀다. 우리로 치면 신내림 받은 무당과 같은 존재인가 보다. 아일랜드의 ‘밴시’는 마을 누군가의 죽음을 미리 알고 동구 밖 언덕에서 날카로운 비명 같은 소리로 꺼이꺼이 운
159명(생존 후 사망자 포함)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는 112녹취록 등 다양한 정황을 통해 인재人災임이 드러났다. 그동안 숱한 사고를 겪었음에도 우리나라의 안전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던 셈이다.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도 멍에가 남았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태원 참사의 후속조치를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두달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수습은커녕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수습을 위한 수사를 강조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
9월 28일 레고랜드 사태, 10월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SPL(SPC 계열사) 노동자 사망사고, 10월 17일 푸르밀 사업종료 선언,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2022년 9~10월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터져나왔다. 누군가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짚어봐야 할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하지만 사고가 또 다른 사고 때문에 잊히면서 책임 소재를 밝히는 일도,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도 함께 잊혔다.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가 지난 사건을 다시 들춰본 이유다.■
지난 11월 05일 시청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행사에서 시민 조일권 씨가 추모 자작를 낭송했다.이태원 참사는 10월 29일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핼러윈 행사에 참여한 인파가 몰려 158명의 사망사자 발생한 압사 사고다. 이날 집회는 애초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로 전환됐다. 촛불행동 측은 이날 집회에 6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아래는 조일권 씨가 낭독한 시 전문이다. 다시 살아 오르시길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정말 미안하구나너희가 더 좋은 곳에서더 쾌
잠깐만 생각해보자. 희생과 참사엔 책임 소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사망이나 사고로 명명하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어려워진다. 권력자들은 이태원 참사를 대체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이번 편에선 영화 불릿 트레인 속 주인공들의 ‘무책임론’부터 얘기해봐야겠다. 탄환열차 속에서 살인청부업자들이 좌충우돌한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나온다. 환상의 2인조 킬러 탠저린과 레몬은 삼합회에 납치된 ‘하얀 사신’의 아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처치한 삼합회 조직원이 16명이었는지 17명이었는지를 놓고 다툰다.
# 평범한 일상을 살던 시민이 거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156’이란 숫자에 담기조차 어려운 참사였습니다. 상처는 여기저기 났습니다. 그날 그곳에 있었던 시민들의 마음에도 생채기가 났습니다. # 그날 그곳에 있었던 이민우(33) 뉴스페이퍼 대표에게도 ‘아픈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를 만나 나눈 이야기는 서울시청이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한 10월 29일 23시 56분부터 10월 30일 오전 4시 3차 현장 브리핑이 진행되기 전까지의 내용입니다. 그는 자극적인 말을 삼갔습니다. 자신이 그곳에 있었던 시민을 대표하지도 않는다고 말
참사 전날, 그 골목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고 직전까진 11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이중 ‘압사’를 언급한 신고가 6건이나 됐다. 신고자의 비명이 담긴 전화도 있었다. 참사를 예방할 전조들이었다. 하지만 그 좁은 골목에서 156명이 목숨을 잃을 때까지 공권력은 힘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 8년 전인 2014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고등학생 304명과 함께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침몰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기 두달 전엔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2014년 2월)’가 있었다. 10명의 사망자와 204명의 부상자가
이태원 참사의 책임 공방이 뜨겁습니다. 경찰이 112 신고 전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참사를 사실상 방치한 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11월 3일 공개한 ‘2보: 이태원 참사와 책임 공방, 불편한 쳇바퀴’를 통해 보도했습니다. 8년 전인 2014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고등학생 304명과 함께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침몰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기 두달 전엔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2014년 2월)’가 있었다. 10명의 사망자와 204명의 부상자가 발
# 며칠 전, 집에 들어가니 첫째가 얼굴에 붕대를 둘둘 감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 다친 거냐고 물어보니 핼러윈 때 미라를 할 거라며 연습 중이랍니다. 핼러윈데이는 서양에서 10월 31일 벌어지는 축제입니다. 아이들은 귀신 등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이나 초콜릿을 얻으러 다닙니다. # 저는 핼러윈데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에서 펼쳐지던 화려한 코스튬 플레이, 어린이집 핼러윈 행사를 위해 수십만원의 코스튬 복장을 준비했다는 뉴스 등을 접하곤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습니다. 전통 명절은 챙기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의
언뜻 보니 김완선이다. 90년대 초 히트곡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부르며 격렬하게 춤을 춘다. 그때 모습 그대로다. 금색 드레스에 점퍼를 입은 고령의 여배우가 빛을 낸다. 70년대 배우 문숙이다. 그때보다 기품이 멋지게 흐른다. 김완선, 문숙, 김칠두…. 시니어 모델이 인기다.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니어 모델이 난데없이 소환된 이유는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나이 잊은 마케팅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 지난여름, 가수 김완선씨의 유튜브 채널에 뮤직비디오 한편이 게재됐다. 신곡의 비디오가
올해도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막을 올렸다. 1일 시작한 이번 행사는 22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그동안 관官이 주도한 코세페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쇼핑행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살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올해는 민간 주도로 바뀌었지만 코세페가 진짜 ‘축제’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15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민해야 할 것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세페의 한계를 짚어봤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 쇼핑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부장님도 챙겨야 할까’. 직장인을 고민에 빠지게 하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는 밸런타인ㆍ화이트데이와 함께 대표적인 기념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빼빼로데이는 다소 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가 부쩍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유통업계들은 또다른 ‘데이’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10월 31일 열리는 할로윈데이다. 그 때문인지 할로윈데이에도 ‘상술’이 조금씩 깃들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상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봤다. 1만7818원.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이 빼빼로
10년 만에 경리단길은 뜨는 동네에서 임대료 급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대명사가 됐다.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나선 사람들도 있지만 별 성과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독특한 문화는 사라지고, 상업적인 공간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이곳에 프랜차이즈 토스트 가게가 둥지를 튼 건 대표적 사례다. 남은 자와 들어온 자, 그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경리단길은 또 어떻게 변해갈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경리단길을 다시 가봤다. 900m다. 오르막 때문에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경리단길은 사실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