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쯤 유럽에선 진기한 물품을 가득 채운 ‘분더카머(Wunderkammer)’란 공간이 유행을 탔다. 대항해시대를 거쳐가던 유럽은 전세계에서 진기한 물품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뽐내려는 문화가 형성됐던 것 같다. 분더카머. 좀 낯선 용어인데 어디서 들은 듯하다면 그 느낌이 맞다. 분더카머는 ‘박물관학’에서 다루는 개념이다. 다만, 지금의 박물관보단 아카이브(저장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박물관보단 아카이브, 아카이브보단 분더카머가 이전에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이번에 ‘아트 키다리아저씨’가 소개하려는 전
인쇄기가 없을 때 성경은 사람들의 ‘필사筆寫’로 만들어 배포됐다. 성경 66권을 묶은 ‘1질(일종의 세트)’을 사려면 집 10채값을 지불해야 했다. 당연히 성경을 소유할 수 있는 곳은 돈이 많은 수도원이나 교회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도원이나 교회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교리를 해석해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성경을 널리 확산하는 데 일조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는 1448년 재정가 요한 푸스트(Johann Fust)를 설득해 인쇄기와 800굴덴(Guldenㆍ독일어권 금화 단위)
2009년 1월 20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이 불탔다. 용산 4구역 상가 세입자들이 재개발 철거에 반대해 농성 중이던 건물이었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이날을 사람들은 ‘용산참사’라 불렀다.지난 20일 용산 참사 15주기를 맞았다. 예술은 참사를 어떻게 기록할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 가져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일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생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소설은 기록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하기에 ‘재
1890년대 프랑스에서 출발한 아르누보(Art Nouveau)는 ‘새로운 예술’이란 뜻처럼 순수예술과 응용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이때 등장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나 알폰스 무하는 일러스트와 같은 편안하면서 시선을 빼앗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전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일본 애니메이션들도 아르누보의 작가들이 선보인 그림 스타일을 ‘만화’라는 형태로 받아들인 후 대중예술로 승화해냈다. 현대 미술가 무라카미 다 카시는 이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상업만화 특유의 귀여움에 자신의 철
문득 궁금해진다. 나의 20대는 어땠나. 어디선가 마구 끄집어낸 내 기억의 단면은 이렇다. 일 배운다고 야근을 참 많이 했다. 돈 안 되는 일이라도 경력과 경험만 쌓을 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갔다. 아! 이런 걸 계속 말하면 ‘꼰대 아저씨’가 되니까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겠다. 어쨌거나 내 20대는 기대감만큼이나 막연함도 컸던 것 같다. 그럼 당신의 20대는 어땠는가. 우리들의 ‘20대’를 추억할 만한 전시회가 지난 3일까지 열렸다. 갤러리카페 ‘바탕’이 진행하고 오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 ‘The part of youth: 청춘의
잠깐 르네상스 시절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때 거장들의 조각 작품 중엔 신적인 표현력을 뽐낸 게 많았다. 포도밭에서 발견된 ‘라오콘’, 성모 마리아와 그의 아들 예수를 작품으로 승화한 ‘피에타’를 보면 조각 작품 특유의 품격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조각 작가 중엔 자부심이 큰 이들이 제법 많다. 문제는 이런 웅장한 조각 작품을 보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아트 트렌드가 회화 작품 중심이어서다. 고층 건물의 경우, 법적으로 조형 작품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선 조각 작품을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 강인함과 용맹함의 상징인 호랑이를 모티브로 삼은 미술작품을 코리아나미술관과 안산 김홍도미술관이 공동으로 전시한다. 5월 22일까지 열리는 ‘호랑이는 살아있다 Tiger Lives’전을 통해서다.전시 장소는 김홍도미술관 1관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황종하를 비롯한 10명이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소장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2020년 코리아나미술관에서 개최해 호평을 받은 ‘호랑이는 살아있다’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김홍도미술관 측은 “‘송하맹호도’ ‘죽하맹호도’의 기개를 그린 단원 김홍도의
닥종이인형연구소 대표 박금숙 작가가 고 최명희 작가를 모델로 만든 닥종이 인형 작품 ‘소설 쓰는 여고생 최명희’가 전북 전주시 최명희문학관에 상설 전시된다.닥종이 인형은 닥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를 재료로 만든 인형으로, 가느다란 전선에 한지를 덧붙여 뼈대를 만든 후 닥종이를 한 장 한 장 붙이고 말리는 오랜 과정을 필요로 한다.인형을 만든 박 대표는 “단순히 한지를 덧붙이는 것만이 아니라, 색을 입히고 정교하게 인형을 다듬는 것만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라면서 오랜 시간과 공력, 손길 하나하나에 머무는 온 정성이 가득해야 거둘
낙원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물과 산이 일렁이는 곳, 구름과 돌이 서로 다정한 곳. 하늘은 높은 곳에서 흐르고 웃음소리는 낮게 깔린다. 바람과 햇살이 번갈아 피부를 어루만진다. 낙원에 가까운 미술관, ‘뮤지엄 산’에 다녀왔다. 미술관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 강원도 원주에 도착해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30분, 산 위에 있는 뮤지엄 산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보고는 마음 속도 험난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기본관과 명상관, 설치 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전시까지 모두 관람하면 일반 성인이 39,000원. 그럼에도 외
정지아 작가는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장편소설 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등이 있다.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노근리 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정 작가: 제가 지금까지 소설집 이제 네 번째인데요.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늘 우리 이웃 우리 옆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요. 이것도 마찬가
AI 성우와 함께 귀로 듣는 뉴스페이퍼! 자동 읽기를 원치 않을 시 일시정지를 눌러주세요. 현대 과학이 숨 가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요즈음, 하루아침에도 새로운 개념들이 쏟아진다. 무언가를 이해하기는커녕, 접해보기도 전에 또 다른 것들이 넘쳐흐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제대로 쓰기도 전에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 같은 암호 화폐가 흥망을 거듭하고, 5G 폰을 사기도 전에 인공지능이 병을 진단하고 있다.새롭게 쏟아진 것들 중 하나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이다. 얼마 전 바둑 기사 이세돌 9
여러 장르의 예술은 서로 맞닿아 있다. 우리는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고 하고, 멋진 사진을 보면 그림 같다고 말한다. 명작 영화는 영화 음악이 함께 있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동화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만나야만 진정한 동화가 된다. 그런 만큼,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도 서로 통하는 것들이 많았다. 프랑스의 시골 풍경과 사과가 있는 정물을 그렸던 폴 세잔과 을 쓴 사회주의 작가인 에밀 졸라는 평생을 함께 한 친구였다. 2016년에는 둘을 소재로 이라는 영화도 나왔다. 또, 를 그린
코로나19로 예술계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기획됐던 다수의 전시회가 취소되거나 온라인 전시회로 대체됐다. 수많은 아트 컬렉터와 화랑,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던 아트페어 역시 마찬가지다. 해마다 가을이면 미술 애호가들은 서울 강남구의 코엑스를 찾았다. 미술품의 도매시장을 연상케 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KIAF를 포함한 다수의 아트페어가 온라인 뷰잉룸으로 대체됐다. 갤러리조은이 미술 애호가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두달간 연말연시 선물기획전 ‘소품락희小品樂喜’를 연다. 갤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불리는 앙리 마티스의 국내 최초 단독전시회가 열린다.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이다. 마티스는 혁신적인 회화기법을 발전시킨 인물이다. 여러 공간을 표현하고, 장식적인 요소의 작품도 많이 제작했다. 말년엔 평면화와 단순화를 시도하기도 했다.1954년 니스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유화·드로잉·조각·판화·컷아웃(종이 오리기·Cut-out)·책 삽화 등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는 ‘모자를 쓴 여인’ ‘춤’ ‘붉은 화실’ ‘이카루스’ 등이 있다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역 문화예술계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다양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경우 작가 초빙은 물론이고 마땅한 장소의 마련이나 관객의 모집이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곳곳의 문화예술이 축소되는 지금,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고 지속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하곤 한다. 그중 올해 세 번째 시집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를 재발간하는 등 작가로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희정 시인이 대전에 ‘미룸갤러리’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호랑이일 것이다. 호랑이는 신통력 있는 영물靈物이자, 해학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하고 있다. 단군신화에 곰과 함께 등장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땐 마스코트 ‘호돌이’로 우리 민족을 대변했다. 그런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통유물·회화·현대영상·설치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 ‘호랑이는 살아있다’가 열린다.코리아나미술관·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호랑이 관련 소장품과 현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열리는 ‘호랑이는 살아있다’ 전시는 크게 전통 섹션과 현대 섹션으로 나뉜다.
8월 8일 오전, 5·18민주항쟁 40주년 기념 5월시 판화전을 취재하러 가는 길, 광주 전남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빗소리가 사라진 긴 터널을 지나며 고단했던 5월시 동인의 지난 궤적을 떠올렸습니다. 시를 통해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알렸던 ‘5월시동인’. 이들의 지난 40년은 폭풍우의 연속이었고, 긴 터널을 거치며 잠시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5.18민주항쟁 40주년을 기념해 최근 출간된 오월시동인 제7집 《깨끗한 새벽》은 26년만의 결실입니다. 1981년 1집 《이 땅에 태어나서》를 시작으로 1985년까지 매년 한
[뉴스페이퍼 = 윤채영 기자] 지난 8일, 5.18민주항쟁 40주년 기념행사인 '오월시판화전' 전시 오픈식 및 오월시동인 시전집 출판기념회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었다. 오월시동인은 이번에 26년 만에 동인시 제 7집 "깨끗한 새벽"을 출간했다. 동인들은 시집에 대해 "광주항쟁은 우리에게 단순한 소재가 아니었고, 당시의 시대정신을 발현시키는 하나의 상징"임을 밝히며, 작품마다 시의 특성을 살려 시대정신을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사회는 양기창 광주전남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이 맡아 진행해주었다.오
“각각의 작품은 내 삶의 성장이고 내 감정을 시각 언어로 풀어놓은 것이다.” 2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국제갤러리 K1이 재개관 첫 전시로 고故 최욱경(1940~1985년) 작가를 택했다. 이번 ‘Wook-kyung Choi’ 전시는 나란히 배치돼 있는 K1의 두 공간에서 열린다. 첫번째 공간에선 1960년대 미국에서 일시 귀국했던 작가가 다시 미국으로 간 1975년 사이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추상회화와 컬러 콜라주 작업, 흑백 잉크 드로잉까지 그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다.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마련된
맨발로 춤을 췄다고 한다 발롱! 더 높게 발롱! 한 번의 착지를 위해 수많은 추락을! -「발레리나」부분, 최현우 [뉴스페이퍼 = 유수진 에디터, 시인] 이 시구를 입에 ‘사탕처럼 물고’(「박하사탕」) 다닐 때가 있었다. 입 속에서 오물거리다가 자꾸 입천장으로 튀어 오르려는 글자들 때문에 한동안 최현우를 앓았다. 그의 첫 시집이 나오길 오래 기다렸다. 2014년 조선일보에 당선한 후 첫 시집이 나오기까지 육 년이 걸렸다. 시인의 이십대를 묶었다는 최현우 시인의 첫 시집,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문학동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