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학교수들이 꼽은 ‘2023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이익을 탐내어 의로움을 망각하다’란 뜻으로 출세와 권력을 좇는 사회 지도층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순신이 살아가던 엄중한 시대에 ‘견리망의’의 처신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은 원균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견리망의’의 늪에 빠진 인물은 누구일까.원균은 세력이 있는 사람을 대하면 우대하고 아첨하지만, 그 사람의 세도가 막히면 배척하고 괄시했다. 애당초 원균은 이순신에게 붙어 있었다. 임진왜란 초기에 왜적과 싸워볼 엄두도 못 내고 도주한 죄에서 벗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혜를 입은 플랫폼 기업과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 심각한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진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녹록지는 않은 모양새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수많은 소상공인이 창업과 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듯, 온라인에서도 상위노출 영역에서 밀려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숱해서다. 소상공인들에게 플랫폼은 오프라인 시장의 한계인 임대료와 초기사업 구축비 등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점점 쌓이고 있다. 초기
#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20여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대통령은 해외로 탈출했고, 아프간 주둔 미군도 완전 철수했습니다. # 세상에 이유 없는 패배는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군 30만 병력 중 대다수가 장부상에서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이었다는 건 충격적입니다. 많은 부패인사가 군대와 경찰에 이름만 올리고 월급만 챙겨왔다는 겁니다. # 늘 그렇지만 사회 지도층의 모럴해저드는 애먼 국민에게만 피해를 안깁니다. 아프간이 그런 상황입니다. 세상에 이유 없는 패배는 없다지만 참 가슴이 아픈 상
영화 ‘가을의 전설’의 서사의 시작과 끝은 ‘One Stab(한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디언의 내레이션으로 이뤄진다. 아마도 미군에게 토벌당하기 전에는 인디언 부락에서 ‘한칼’ 했던 인물인 듯하다. 러드로 대령이 세상을 등지고 몬태나 산자락의 황야에 정착하면서 함께 목장을 일군 ‘창업공신’쯤 돼 보인다. 몬태나의 산자락 목장에 은거한 러드로 대령은 자신이 토벌하던 인디언들과 함께 살아간다. ‘한칼’ 외에도, 러드로 대령의 목장 동료들은 인디언 여자들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러드로 대령은 인디언의 문화와 전통을
부모 ‘뒷배’1위 경제력 성인 10명 중 7명은 부모 능력이 취업이나 성공과 관련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남녀 3289명에게 부모 능력이 취업이나 사회적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76.3%(2511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2511명) 중 75.3%(복수응답)는 ‘경제력(75.3%·복수응답)’을 부모의 능력으로 꼽았다. 그 뒤를 ‘인맥(59.3%)’ ‘사회적 지위(55.6%)’ ‘직업(41.0%)’ ‘가정환경(39.8%)’ ‘정보력(30.9%)’ ‘직장 네임밸류(11.8%)’가 이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지난 7월 11일 뉴스페이퍼 시민기자단과 서포터즈를 위한 하린 시인의 강연이 있었다. 시인은 “문학인이자 교육인으로서 뭘 가르쳐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글쓰기와 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린 시인은 문학과 윤리를 다룰 때 가장 화두가 되는 문제 중 하나가 ‘친일문인기념상’이라는 점을 꼬집으며 친일 문인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과 과거 시대상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흔히 친일 문인을 용서하자는 사람들은 ‘친일 행위는 실수에 불과하고 문학적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그러나 해당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경제침략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100여 년 전을 전후하여 일제에 맞서 싸운 어느 명문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돌아보는 뜻깊은 전시회가 열린다.“나라가 없으면 부자도 없다”는 전시 제목은 9대 진사 12대 만석꾼으로 널리 알려진 경주 최부자의 대를 이은 나라사랑과 독립정신을 한마디로 집약하고 있다.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와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근현대사기념관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11대 경주 최부자 최현식의 국채보상운동과 12대 최준의 백산무역
아파트를 주고받는 거래에선 ‘다운계약’을 하자는 제안이 적지 않다. 매도자는 양도소득세가 줄어드니 좋고, 매수자는 당장 내야 할 취득세 규모가 감소해 좋다. 이를 ‘세테크 전략’이라며 포장하는 부동산 전문가도 많다. 하지만 다운계약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작은 이익을 노리다가 큰코다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란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와 이동주 변호사가 무서운 다운계약의 덫을 분석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19년 개별주택 공시지가를 두고 공정성 시비가 거세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불과 30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베트남 국민들은 얼굴 표정까지 달라졌다. 미국과 북한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활기차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고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절감했다.베트남전이 끝나고 미국과 수교(1995년)를 맺기 5년 전 1990년 하노이의 모습은 흡사 한국전쟁 직후 한국을 연상케 했다. 당 청사처럼 천장만 유난히 높은 호텔에 묵었는데, 바닥은 냉난방조차 되지 않는 초등학교 교실 같은 마루였고, 화장실엔 화장지 대신에 갱지가 놓여있었다. 식사는 달걀 프라이에 쌀국수가 고작이었다.사람들 표정은 어둡고 거리는 온
김대중 정부 시절 ‘윤태식 게이트’로 알려진 정·관계 로비사건으로 나라가 뒤숭숭했다. 1987년 홍콩에서 윤태식이 부인 수지 김을 살해했는데, 안기부와 짜고 자신은 ‘밀입국 미수사건’의 피해자라고 조작했다.그는 한국에 돌아와 1998년 9월 지문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패스21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벤처열풍에 힘입어 고속 성장했지만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그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이 줄줄이 재판정에 섰다.당시 검찰은 패스21 주주 308명을 대부분 불러 조사했다. 패스21 주식을 보유한 언론인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곤두박질쳤던 당시를 정면으로 비춘다. 경제기자로서 현장을 지켰던 필자는 외환위기가 터진 다음에 위기를 예언했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모두 허풍쟁이라고 단언한다. 누구도 한국이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정도라는 사실을 예단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또 하나. 외환위기의 터널을 그렇게 빨리 돌파할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영화는 미국 정부와 IMF와 한국 정부, 재벌과 서민, 지도층과 국민들을 지나치게 대결구도
당연한데 신선하다. 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57) 전 대법관이 고향인 전남 순천과 가까운 곳에서 판사 임용을 희망해 화제다. 퇴직 대법관이 시골근무를 지원한 게 뭐 대단하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 드물다. 대법원은 1995년부터 원로 변호사들을 시ㆍ군법원 판사로 임용해왔으나 지원자가 없어 2010년을 끝으로 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퇴임 대법관들은 ‘전관예우’라는 무기 하나로 서울에서 밥벌이를 해왔기 때문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변호인 선임서에 도장 한번 찍어주고
채동욱(59) 변호사와 최태원(58) SK그룹 회장은 공통점이 많다. 1살 차이로 동년배인 데다가 50대 중반 인생의 절정기에 사생활 문제로 나란히 큰 시련기를 맞았다. 좌절을 딛고 재기하는 모습도 비슷하다.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당시)은 ‘혼외자 사건’이 터지자 끝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의 과거 정권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수사에서 채 총장이 원칙을 고집하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정권 실세들이 은밀히 그의 사생활을 조사해 터뜨렸다는 혐의다.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18일 오전 11시,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인랑”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지운 감독과 정우성, 강동원, 김무열, 한효주, 최민호 배우가 참여했다.영화 ‘인랑’은 근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SF, 액션 장르의 영화이다. 작중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은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남북한의 정상은 이에 위기감을 느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다. 주변 열강들은 긴장 속에서 가혹한 견제를 시도하고, 내부적으로는 통일 반대 세력인 ‘섹트’가 등장한다. 영화 ‘인랑’은 ‘섹트’와
“여러분이 갖고 있는 무기를 내려놓길 바랍니다. 그것들은 여러분이나 인류를 구하는 데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독일 나치가 영국을 점령하기로 결정한다면, 여러분의 조국을 비워줘야 합니다. 그들이 영국인에게 피신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들 손에 학살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마하트마 간디(1869~1948년)가 1942년 영국인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보고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창작공연 극단 ‘이야기가’는 지난 4일 혜화역 인근에 위치한 선돌극장에서 ‘2017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 최초예술지원’을 받아 제작된 연극 ‘에라, 모르겠다’를 초연했다. 연극 ‘에라, 모르겠다’는 먼지 가득한 공사현장에 처음 출근한 주인공 부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노동에 지쳐 주저앉은 부현의 앞으로, 발을 헛디딘 한 사내가 추락한다. 당장 구급차를 불러야 할 상황이지만, 주변에 모여든 인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부현은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는 “2017년의 그림”을 주제로 한 장강명 소설가의 인문학 강연이 진행되었다. 본 강연은 2017년 세 번째 교보인문학석강인 “소설가의 자화상” 의 일부로 세 번의 석강 중 첫 번째 차례이다. 이 행사는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 교보생명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장강명 소설가는 2011년 소설 “표백” 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장편소설 “호모도미난스” 와 “한국이 싫어서” 등을 출간했으며 수림문학상과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북의 미사일보다 100배 1000배 강하다”면서 “북이 갖고 있지 못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밥이고, 삶이고, 평화”라고 말했다. 자유와 평화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문 대통령의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패권과 무력이 지배하는 현 국제정치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미사일보다 강하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해 보인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년~기원전 44년)는 별로 고결한 인물이 아니었다. 화려한 여성편력과 막대한 빚, 동성애 등 흠이 많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유명한 말과 함께 루비콘강을 건너 무력으로 권력을 쟁취한 그는 냉철하긴 했지만 냉혹하진 않았다.내전을 끝낸 카이사르는 새 질서의 슬로건으로 ‘관용(클레멘티아)’을 내걸었다. 반대파를 처단하
한국인의 재물에 대한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다. 돈 얘기를 대놓고 입에 올리는 건 꺼리지만 행동은 빈 콜라병에 떼지어 들어가는 개미를 연상케 한다. 새 정부 들어 청문회에서 나타난 공직자 후보들의 면면이나 종교계ㆍ교육계를 보면 지도층 인사들이 돈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한 것 같다.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은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소득이 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