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로부터 “당신은 누구입니까?”란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대거나 자신이 하는 일 등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좀 더 복잡한 의도가 숨어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당신의 존재 혹은 당신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었다면. 심리학 교수이자 신경과학자인 그레고리 번스는 저서 「‘나’라는 착각」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의 존재를 ‘단수’로 이해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자신을 단지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겠지만, 실제 당신은 ‘하나’가 아니라며 “우리는 몸이라는 실체를 갖고 있지만,
영화 파고(Fargo)는 ‘스릴러 코미디’ 장르로 분류돼 있다. 아마도 미국 관객들에게는 극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도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비현실적이다 못해 코믹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아내와 장인에게 쌓인 불만이 많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상냥하게 대한다. 제리는 장인이 자신이 힘들게 기획한 사업 아이템을 날로 먹을 때도 그 부당함을 정면으로 따지지 않고 어정쩡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용을 쓴다. 어깨가 축 처져 장인의
「듄의 세계」톰 허들스턴 지음·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펴냄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시리즈 「듄」의 모든 세계가 담겼다. 「듄의 세계」는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인터뷰부터 주변 인물의 증언, 그리고 허버트의 청년 시절부터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든 영화 ‘듄’까지 160여장의 사진을 담았다. 고대 트로이 전쟁부터 이슬람 저항, 초심리학과 우생학 그리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새뮤얼 버틀러, 사담 후세인, 프리메이슨 리 등 「듄」을 탄생시킨 수많은 사건과 사상,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민족문학사상 2023년 통권 2호」민
영화 속에서 최악의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가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로부터 청부받은 대로 제리의 아내를 납치하기 위해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 도시 입구에 웬 거대한 조형물과 표지판이 화면 가득 찬찬히 클로즈업된다.그 표지판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폴 버니언(Paul Bunyan)의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home of Paul Bunyan).”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장기간 피해가 확산한 일종의 ‘느린 재난’이다. 1994년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는 1000만개 가까이 판매됐다. ‘가정의 청결과 건강을 관리한다’는 이 제품은 2011년 원인불명의 폐 질환 사례가 수집되면서 전대미문의 환경재난을 부른 주범으로 지목됐다. 2023년 10월 말까지 피해를 신고한 7877명 중 확인된 사망자만 1835명에 달한다. 「재난에 맞서는 과학」은 오랜 시간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연구해온 환경사회학 연구자 박진영이 정치와 과학이 부딪히는 장場에서 서서히 변화해 온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가습
칼국수 마음에 칼을 품고 있는 날에는 칼국수를 해먹자 칼국수 날은 날카롭다 식칼, 회칼, 과일칼 허기 느끼며 먹는 칼국수에 누구나 자상刺傷을 입는다 그럼 밀가루 반죽을 잘해서 인내와 함께 홍두깨로 고루 밀어보자 이때 바닥에 붙지 않게 마른 밀가루를 서너 겹 접은 분노와 회한 사이 슬슬 뿌리며 도마 위에서 일정하게 썰어보자 불 끈 한석봉 붓놀림 같이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 특히 칼자국 난 면발들이 펄펄 끓인 다시물에 뛰어들 때 같이 뛰어들지 않지 않도록 주의하자 고통이 연민으로 후욱 끊어오를 때 어린 시절 짝사랑 같은 애호박 하나쯤 송
「정신머리」박참새 지음 | 민음사 펴냄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 박참새 시인의 첫 시집이 민음의 시로 출간됐다. 상당한 수준에 오른 작품이 많았다고 평가된 올해 김수영 문학상 투고작 가운데서도 박참새의 시는 활화산처럼 들끓는 에너지로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풍부한 문학적 레퍼런스를 토대로 한 과감한 발상과 다채로운 화자, 우회나 주저함 없이 끝까지 시적 주제를 파고드는 정통적인 힘은 비할 데 없이 압도적인 장점이라고 평가받았다.「고백」 김기준 지음 | 실천문학사 펴냄 1980년 후반 독자에게 엽서를 통해 시를 배
도시는 이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거주지가 됐다. 이는 도시 생활을 형성하는 동력이 세계 전체를 움직일 수도 있단 뜻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가 심각한 사회 분열, 불평등, 전염병, 기후변화 등 난제를 풀 수 있는 답을 도시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도시는 줄곧 인류 발전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는 우리의 운명을 되레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규모는 커지는데 거주민은 빈곤해지고,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가상 공간은 사람들을 점차 단절시킨다. 여기에 각종 유행병과 기후위기까지 도시를 위협한다. 「번영하
이니셰린 섬은 아일랜드에서 격리돼 너무나 똑같거나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작은 공동체다. ‘다름’이 없으니 자극이 있을 리 없고, 자극이 없으니 변화가 있을 리 없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은 오늘과 똑같을 것이 분명한 질식할 듯한 따분함과 권태감만이 짓누른다.변화가 없다는 것은 발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퇴화를 뜻하기도 한다. 모두 똑같다고 평화스러운 건 아니다.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이니셰린의 주민들은 모두 똑같이 오리올단 부인이 운영하는 동네 유일의 잡화점에 모여 생사람 잡는 ‘가십(gossip)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부모가 집안일, 심부름, 노인ㆍ친척 돌보기 등에 성인 자녀를 ‘노동자’로 고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풀타임자녀(全職兒女ㆍ전업자녀)’의 등장이다.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이 발행하는 영문 잡지 ‘식스톤(Sixth Tone)’의 보도를 통해 풀타임자녀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이 매체와 인터뷰를 한 22세의 중국 청년 청쥔은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지난해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대신 그는 중국 동부 장쑤성江蘇省에 있는 부모의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쥔은 여
지난 19일,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소재한 서강도서관 3층 세미나실에서 소설가 정명섭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의 강연에서는 서울 서순라길, 피맛골, 동묘 일대, 경의선 책거리 등 서울 구석구석 깔린 골목길과 그 역사, 이름의 유래 등이 2시간여에 걸쳐 소개되었다. 미스터리 소설가이면서도 역사와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온 정명섭 작가는, 「오래된 서울을 그리다」(2020), 「골목의 시간을 그리다」(2021)라는 책을 집필하는 등 골목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골목의
뭔가 배제된다는 느낌, 차별받고 있단 생각, 불평등에 대한 반감…. 이런 부정적 감정들은 스스로를 좌절과 무기력으로 빠져들게 한다. 우려스러운 건 이들 대부분이 감정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서 변화를 체념하거나, 불평등한 현실에 적응하거나, 혹은 나보다 못한 사람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분출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부정적 감정들이 과연 진일보한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은 차별을 당연시하고 영속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차별받는 감정을 재조명한다. 이 책은
저성장이 이어지던 가운데 2020년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하며 우리의 일상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청년실신’ ‘이생망’ 등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세태를 반영한 자조섞인 신조어가 연이어 등장했고, 치솟는 집값에 내집 없는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다. 코로나19와 신조어 시리즈 1편에 이어 2편에선 2021년부터 현재까지의 신조어를 파헤쳐본다.2019년엔 부富를 과시하는 신조어 ‘플렉스(flex)’가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며 신음했다.
'문학동네', 가 읽는 것만으로도 영상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를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늘날의 문학이 텍스트에 머물지 않고,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구현되는 흐름에 발맞춘 도전이다.문학동네는 대한민국의 문학 전문 출판사이다. 1993년 12월 설립되었으며 동명의 계간 문학동네(1994년), 문예지를 펴내고 있다. 당시 발행인 강태형, 편집위원으로 류보선, 남진우, 서영채, 황종연, 신수정, 신형철, 이문재
정보 및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의 시선을 정밀히 추적하는 게 가능해지고 있다. 가전, IT, 미디어 회사 등이 모바일이나 컴퓨터상에서 시선 추적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임으로써 이제 우리는 카메라가 달린 모든 기기와 환경에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누군가에게 읽힐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번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고 있다. 셀카를 찍을 때, 누군가 사진을 찍어줄 때, 웹툰을 보거나 물건을 주문할 때, 혹은 운전할 때 우리의 얼굴과 눈동자는 디지털 기기에 인식된다.
지난 6월 24일 토요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김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미시령』 출간 기념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맹문재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김림 시인은 2014년 『시와문화』 신인상을 받으며 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의 첫 시집으로는 『꽃은 말고 뿌리를 다오』가 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와 민족문학연구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시인 김림의 두 번째 시집인 『미시령』은 시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월호 참사나 남북 분단 같은 사회적 이슈뿐
민음사의 문예지 《릿터》가 최근 42호를 출간했다. 이번 호에서는 인공지능 AI '챗GPT'와 문화예술의 관계에 대해 깊게 들여다본다.기존의 글쓰기가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온 우리에게 챗GPT는 충격을 주었다. 이번 호에서는 다양한 작가와 비평가들이 챗GPT와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을 펼쳤다. 인간의 글쓰기와 인공지능의 글쓰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공지능의 글쓰기는 인간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러한 변화는 문학과 예술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소설가 듀나는 "인공지능에게 나 대신 소설을 쓰게 할 수 있을까?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후원하는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6월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954년 1회 도서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0년 동안 65회째 도서전을 개최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책 축제이자 한국과 세계를 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인 서울국제도서전은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 더 큰 규모로 많은 독자들을 현장으로 초대한다.도서전에는 36개국 530개(국내 360개사, 해외 170개사)의 참가사가 모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엘라 F. 워싱턴 지음|갈매나무 펴냄 다양성, 형평, 포용을 의미하는 ‘DEI(Diversity‧Equity‧Inclusion)’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키워드다. 구글부터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DEI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한국 역시 ESG 경영 붐이 일면서 여러 기업들이 DEI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여주기 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인력이 평등하게 일하기 좋은 포용적인 기업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식량위기, 이미 시작
민음사와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이 협력하여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프로그램인 '라이터스쿨'을 개설한다. 이 프로그램은 창작에 고민하는 예비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워크숍으로, 10주간 현역으로 활동하는 리더 작가가 참가자들을 직접 지도하고, 완성된 원고는 출판 편집자들이 진지하게 계약을 검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제1기 라이터스쿨의 주제는 ‘과학기술사회학(STS) SF’이다. STS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이를 기반으로 한 SF를 통해 나날이 커지는 과학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