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감세다. 기업과 가계의 세부담을 낮추면 투자나 소비로 이어져 경제의 밑단에 활력이 감돌 것으로 봤던 거다. 많은 이들이 ‘감세의 경제학’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지만, 윤 정부는 귀를 닫았다.# 그렇게 2년여가 흐른 지금, 정부의 전략은 통하지 않고 있다. 법인세 인하란 혜택을 받은 대기업은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고소득층도 지갑을 시원하게 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세금만 덜 걷혀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애먼 근로자만 더 많은 세금을 냈다. 정부의 감세정책, 이대로 괜
국내 문구류 업계 1위 ‘모나미’가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모나미의 지난해 매출액은 1415억원으로 전년(1495억원) 대비 5.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3억원 적자를 냈다. 언급했듯 모나미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표➊~표➋). 모나미의 위기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필기구 등 문구류를 판매하는 모나미의 실적은 감소세를 보여왔다. 2012년(2625억원)까지 2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13년부터 1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나미도 반등 기회를 모색해
윤석열 대통령은 올 1~3월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국민들과 만나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을 활성화하며, 부동산 민간기업엔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시행령’을 발빠르게 개정해 바꾼 것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선행해야 한다는 거다. 선택은 윤 대통령에게 달렸다.“다주택자 규제는 풀고, 부동산 공급은 늘리겠다. 재건축은 활성화하고 부동산 기업은 지원하겠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한국경제인협회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같은 날 다른 행사에서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도’를 놓고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평가 기준이 문제였다. 어떤 기준이기에 재계가 미리 반발하고 나선 걸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한 행사에서 ‘자본시장 대전환과 우리 기업·자본시장의 도약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원장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정부가 부담금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 도입 이후 최초의 전면 정비”라면서 “32개 부담금을 폐지ㆍ감면해 연간 2조원 수준의 국민ㆍ기업 부담을 경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부담을 줄여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문제는 세금이 모자라 고민인 정부가 펼 만한 정책이냐는 거다.‘특정한 공익사업에 필요한 경비(일부 또는 전부)를 해당 사업과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에게 부담 지우는 금전적 의무.’ 부담금의 사전적 의미다. 책임 있는 이에게 부과하는 의무인 셈이다.예컨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
166만6000원. 2023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다.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성은 저출산 등 사회 문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8년 18대 총선 이후 민주당 계열(통합민주당ㆍ민주통합당ㆍ더불어민주당) 정당들은 빠짐없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만 남긴 채 번번이 사라졌다.[※ 참고: 22대 4ㆍ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 정당은 이들이 첫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약을 내
제주 감귤 껍질을 활용한 수제맥주로 국내 수제맥주 부흥기를 이끌었던 ‘제주맥주’. 하지만 수제맥주 인기가 고꾸라지면서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이 이어졌고, 결국 새 주인을 맞았다. 제주맥주를 창업한 문혁기 대표는 경영권과 지분을 자동차 수리전문업체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제주맥주는 새 주인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열 수 있을까.‘수제맥주 업계 1호 상장사’ 제주맥주가 창업주의 손을 떠난다. 2015년 창업한 지 햇수로 10년 만이다. 제주맥주는 지난 3월 19일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대표
셰어하우스의 일종인 ‘코리빙(Co-living)’을 운영하는 기업에 임대료 상한선은 수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반대로 청년 세입자들에게는 월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어장치다. 최근 코리빙 업계가 국토교통부에 ‘임대료 상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이 요청을 검토 중인데, 수용한다면 세입자 부담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코리빙(Co-living) 건물.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이 코리빙 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코리빙 종사사들은 두가지를
최근 파산·채무조정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경기침체기 채무의 특징을 구분하지 못하고, 저신용자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한 결과다. 이는 금융회사들의 연체율 등 경영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경기침체기에 금융회사들이 파산을 다루는 방식을 알아봤다.경기침체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신용평점이 낮은 차주, 그리고 소상공인의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연체율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불투명하다. 이런 때 금융회사들은 저신용 대출을 어떻
#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들어선 이통3사를 상대로 “휴대전화 단말기 지원금 경쟁 강도를 높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고객이 번호이동할 때 지원금을 추가로 얹을 수 있도록 시행령도 손질했다. # 하지만 이통3사가 정부의 요구를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시행령까지 개정하면서 판을 깔았지만, 이통3사는 지원금 규모를 찔끔 올렸다. 다만 이통3사 중 한 회사라도 지원금 규모를 늘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땐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3사 모두 이동통신 시장에 돈을 뿌려대야 한다. # 그렇다면 이동통
■ 공시가격 현실화 = 정부가 19일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전면 폐기한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의 인위적 인상 계획’을 폐기해 국민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공시가는 한국부동산원 등이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시세에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곱한 값이다.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ㆍ기초연금 등 67개 행정ㆍ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도입했다. 부동산 시세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진 데다 지역별ㆍ주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높여온 것을 시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 데 이어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민생토론회에서 “더 이상 국민이 마음 졸이는 일이 없도록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전년도 말 기준 부동산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적용해 산출한다. 이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
아무것도 없는 땅에 건물을 짓기 위해 필요한 건 돈이다. 지금까지 국내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이 돈을 끌어오는 방식은 대출이었다. 허허벌판에 만들어질 건물의 청사진만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끌어다 쓴 대출 잔액은 2020년 92조5000억원에 달했고 2021년에는 100조원을 훌쩍 넘어 11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에는 134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표➊).문제는 대출을 갚을 길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2022년 주택 미분양의 급증과 분양 시장의 냉각은 PF 대출
소비가 실종되고,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 개인들의 소비 여력이 없어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벌어진 일들과 그로 인해 흔들리는 취약계층의 현주소를 자세히 알아봤다. 국내 은행들은 지금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16조9000억원, 2022년 18조5000억원이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결과였다. 유럽에서는 이런 이익을 횡재로 판단해 일회성 부과금인 횡
참은 참이고, 거짓은 거짓이다. 참을 거짓으로 알았든, 거짓을 참으로 알았든, 사실관계를 오인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 지도자도 예외여선 곤란하다. 부서, 회사, 정당, 더 나아가 국가의 지도자라면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아쉽게도 이순신을 미워했던 선조는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네 지도자는 어떨까.이순신은 결국 ‘잘못된 정보로 인한, 잘못된 발끈에 따른, 잘못된 뒤끝 작렬’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그의 파직에는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부산의 적 진영에서 일어난 화재를
# 갭투기꾼들이 벌인 ‘전세사기’가 화두로 떠오른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지난 2월 28일은 전세사기 피해로 목숨을 끊은 첫번째 희생자의 1주기였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 세입자를 속인 임대인이 져야 할 책임은 미미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추가대출의 부담까지 떠안았다. 피해자들은 정부를 향해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지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사기 첫번째 희생자 1주기를 맞아 그들의 목소리와 정부의 태도를 정리해보자. 2022년 9월 1일 정부는 ‘전
우리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인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빼놓았고, 공시 의무도 기업의 자율에 맡기면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일본과 미국 증시가 최고치에 다다른 이유도 알아봤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월 넷째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도 같은 기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나라 증시의 선전은 명확한 이유가 있다
#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곧 발표한다. 이 프로그램엔 일본을 벤치마킹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이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 그런데 일본과 우리 정책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일본 닛케이 지수가 연일 고점을 갱신하는 건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향한 기대감이지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 아베노믹스가 공개됐을 때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세번째 화살에 주목했다. 통화정책 완화,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기업지배
저렴한 가격으로 예식을 올릴 수 있다는 공공 예식장.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예비부부의 수요가 적다. 2016년 여성가족부가 ‘으뜸’이라면서 선정했던 공공 예식장 15곳 중 8곳은 운영을 중단했다. 예식장을 대관 중인 나머지 7곳의 이용률은 저조하다. 왜일까. 더스쿠프가 공공 예식장의 허점을 살펴봤다.1390만원. 결혼 준비 회사 ‘듀오’가 조사한 2023년 평균 결혼식 비용이다. 예비부부가 수개월치 월급을 쏟아부어도 감당하기가 힘든 수준이다. 값비싼 결혼식 비용은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를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합리적인 비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 건으로 기소된 재판(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함께 기소돼 수년간 재판을 받아온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의 피고인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주장은 왜 뒤집힌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 검찰의 판단 = 이 회장 등은 2020년 9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