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를 다루는 웹소설에서 국가 건설과 경영은 단골 소재다. 주인공들은 과거로 돌아가 왕이나 귀족이 돼 강력한 국가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패권국으로 자리 잡는 모습에서 독자는 큰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불안이 생긴다. 소설이 끝난 후 주인공이 세운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해서다. 찬란한 문화와 힘을 자랑했던 국가라도 쇠락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무수한 재난, 지도자의 자질 부족, 주변 국가의 발흥 등 수백년에 걸쳐 등장할 위협요소가 가득하다.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은 유훈遺訓을 남겨 후손이 잘못된 역사를
전쟁은 누군가 ‘미사일 스위치’를 눌러야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벌과 풀이 사라지는 시대. 꽃이 피지 않고 과일이 열리지 않고 곡식이 영글지 않는 시대. 그리고 그 모든 멸종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불안해진 식량 수급에 그간 쌓아왔던 민주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사라지고 인간들은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스스로 불러온 전쟁이다.코로나19가 휩쓴 시대에 ‘인류의 절멸’을 다룬 두편의 소설을 다시 펼친다. 이 소설들은 인간이 멸망하기 전에 앞서 사라지는 것들을 응시한다. 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1975년~)의 디스토피아 소설 「
1945년, 1만명의 독일인이 소련의 잠수함 공격으로 나치 간부의 이름을 딴 구스틀로프호號에서 사망한다. 「양철북」으로 나치즘을 비판했던 작가 귄터 그라스는 구스틀로프호 사건을 바탕으로 「게걸음으로」를 썼다. 그가 ‘네오나치’를 옹호했다는 주장이 일면서 독일 사회에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합의점을 찾아갔다. 골목에서 벌어진 참사를 두고도 ‘합의점’을 못 찾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1945년 1월 소련군 공세에 밀린 독일군은 동부전선에서 후퇴를 거듭했다. 소련군은 점령 지역에서 가혹한 보복행위를 일삼았다. 겁에 질린 독일
영화 파고(Fargo)는 ‘스릴러 코미디’ 장르로 분류돼 있다. 아마도 미국 관객들에게는 극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도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비현실적이다 못해 코믹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아내와 장인에게 쌓인 불만이 많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상냥하게 대한다. 제리는 장인이 자신이 힘들게 기획한 사업 아이템을 날로 먹을 때도 그 부당함을 정면으로 따지지 않고 어정쩡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용을 쓴다. 어깨가 축 처져 장인의
제비꽃 연가(緣家)이심훈창고형 마트 높다란 벽과 보도 블록 맞닿은 가장 낮은 모서리하고도 틈새바람 부는 대로 섭슬려 온 막다른 길 제비꽃들 모여 암팡지게 살림 차렸다.지구촌 난민 1억 명이 넘었다. 세계 인구 80명 중 한 명은 난민으로,* 미성년이나 노인이 절반을 넘는다. 새가 넘나드는 길인데 오가지도 못하고, 폭염 재난문자에 묻어오는 미세먼지도 넘는데. 물고기가 오가는 길인데 넘나들지 못하고, 일회용 페트병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나 봐리비아 튀니지 모로코 세네갈 기니, 베네즈웰라에서 콜롬비아로 아르헨티나로, 멕시코를 통과하여 미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간 교전이 3일째를 맞았다. 국제유가는 확전 가능성으로 4% 이상 급등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석유·금·밀 등의 수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국가지만, 이스라엘-하마스간 교전이 중동으로 확전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동 지역 갈등의 경제적 비용을 분석했다. ■ 하마스 목표는 확전=제4차 중동전쟁 발발 50주년인 10월 6일(현지시간) 다음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재래식 소형 미사일, 행글라이더, 드론, 오토바이 등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9일 가자지
임금은 온종일 명나라의 구원만 기다렸다. 백성이 죽든 말든 나라가 위태롭든 말든 그 생각만 했다. 그 무렵, 이순신은 해전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승전을 알아주는 조정 대신들은 없었지만, 이순신은 그 길을 운명으로 여겼다. 혹여 세상이 그때 알아주지 않았더라도 진짜 영웅은 역사에 남는다. 지금 우리의 정치인 중엔 ‘역사’에 남을 이가 있을까.제1차 금산전투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조선 관군과 의병은 왜군의 전라도 진입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전투에 나섰다. 1592년 8월 중순에는 충청도 의병장 조헌이 700명의 의병을 거느
8월 2일, 팔레스타인의 저명한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Zakaria Mohammad)가 세상을 떠났다. 심장 마비로 별세한 그는 향년 73세였다.무함마드는 1950년 팔레스타인의 나블루스에서 태어나 이라크 바그다드대학 아랍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그의 귀국 날짜가 이틀 늦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점령군은 국경을 닫아 버렸다. 그로 인해 그는 25년간 난민으로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등을 떠돌다가 1993년 오슬로협정에 따라 고향의 땅을 다시 밟을 수 있게 되었다.그의 시집은 첫 시집인 『마지막 시들』(1981)부터 『쥐방울덩굴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달라진 건 딱히 없다.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쌈박질 중이고, 경제는 도무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민생을 돌볼 여유도 없다. 어떤 당은 입방정을 떤 사람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고, 어떤 당은 돈봉투에 코인까지 아주 난리다. 이럴 때일수록 진짜 지도자가 필요한데, 그럴 만한 인물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적진포해전을 마치고 여수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대의 탐보선이 달려와 전라도사 최철견의 서간을 전달했다. “4월 그믐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관서지방으로 몽진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
「외계 문학 걸작선」 이갑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과학과 SF, 그리고 온갖 물리학 이론이 가득한 이 소설집은 9편의 소설로 이뤄져 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거대한 부조리극이자 블랙코미디다. 소재만 보면 다소 난해할 것 같은 이야기지만 SF는 결국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낯선 첫인상의 이야기들은 오히려 우리의 익숙한 삶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매니페스토(Manifesto)」김달영·나플갱어·신조하·ChatGPT 외 지음 | 네오픽션 펴냄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했다. 그중 챗
#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곳’. 세계 도처엔 누려야 할 권리를 강탈당한 채 억압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숱하다. 아이러니한 건 그 가해자가 국가인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얘기인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다섯시간이면 닿는 미얀마, 그곳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눈 건 국가(군부)였다. 하긴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졌던 일이기도 하다. # 2016년 설립한 비영리단체 ‘아디(ADI·Asian Dignity Initiative)’는 아시아 분쟁지역 사람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미
Q. 3부, '아무 쌍 어시'에는 제주어로 쓴 시들로 가득 찼고, 시편 곳곳에도 제주어가 등장합니다. 고집스럽게 제주어로 계속 시를 쓰는 이유는요?A. '제주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제주어'라는 말을 좀 싫어하는 편이에요. '제주'말이 맞지, 제주 언어였을까? 제주 언어로 정착되지 않았을 때 제주 사람들이 소통하면서 내려왔던 제주 말, 이것을 시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되게 어려움이 많아요. 어떤 어려움인가 하면 학자들은 제주어 표준을 만들어요.'요런요런 때는 아래아를
“전쟁 첫째 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팔에도 적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 무서운 사실이지만 그 생각으로 미리 적어두었다.”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직접 겪으며 전쟁의 참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전쟁일기”가 한국에서 출간됐다.책을 쓴 올카 그레벤니크는 우크라이나 하리코프(하리키우)에서 태어나 그림책 삽화를 그리며 활동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로, 9살 아들 표도르와 4살 딸 베라를 키우는 두 아이의 엄마다.책에는 글과 함께 지하 대피소에서 체스를 두는 아이
[英 준비하는 주4일 근무제]임금손실 없는 주4일제 ‘실험’ 영국에서 주4일 근무제 실험이 시작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70개 금융회사와 병원 등에서 근로자 3300명을 대상으로 임금손실 없는 주4일 근무제를 시행했다. 6개월 간 시행하는 이번 실험은 이른바 ‘100대 80대 100’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100%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80%의 시간 동안 근로하고, 100%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한지 점검하는 거다.싱크탱크 오토노미와 비영리단체 ‘주4일제 글로벌’, 케임브리지·옥스퍼드·보스턴 대학 연구원
박영근 시인을 기리는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회장 서홍관)가 제8회 박영근작품상 수상자로 이설야 시인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2022년 5월 14일 오후 4시 인천 신트리 공원 박영근시비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박영근작품상은 박영근 시인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올곧은 정신으로 치열하게 시 작업을 하고 있는 시인들을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박영근 시인의 시 정신을 잇는 작품에게 상을 수여하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 원이 수여된다.박영근 시인은 1980년대 구로공단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1981년 《반시 反詩》 6집에 〈수유
작년 2021년 8월, 근 1개월간 진행되었던 SF-미스터리 작가 9명의 콜라보레이션 이 올해 1월, 그 결실을 세상에 내보였다. (링크)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던 본 행사는, 전자책 플랫폼 와 미스터리 전문 출판사 의 협력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코로나 종식 이후의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주제 하에, SF와 미스터리 각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9인이 참여하여 장르적 상상의 나래를 펼쳐냈다.그리고 올해 1월, 마침내 9명의 작가들이 펼쳐낸 세상이 우
[영국 시위대의 공격 거점]전쟁 옹호한 러시아 재벌 ‘압박’1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영국의 시위대가 런던 벨그레이브 스퀘어 타운하우스 한곳을 점거했다. 이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중 한명인 ‘올레그 데리파스카(석유·금속 재벌)’가 소유하고 있는 집이다.[※참고: 올리가르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이 국유기업의 민영화를 비롯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신흥재벌 집단을 말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벨그레이브 광장 5번가의 타운하우스 발코
이제 대안학교는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할 거예요. 일본은 이미 그런 추세라고 해요. 한국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치유의 공간에서는 상처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상처가 드러나지 않는 치유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의 상처가 터져 나올 때마다 나의 상처 또한 움찔했다. 학생들과 내 상처는 서로 만나 깊은 가을 뱀사골 단풍처럼 활활 불타오르며 지리산을 홀라당 태워 버릴 듯했다. 내게 치유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치유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대꾸에 친구가 대답했다.“이 세상의 모든 치유자들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출판 문학계가 변하고 있다. 출판사에는 작가들을 관리해주는 소속사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으며, 출판사를 거치지 않는 독립적 발행 혹은 작은 출판사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문단 데뷔 방식 역시 다변화가 이루어졌다. 웹, 메일링, 구독서비스, 독립출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작가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이러한 변화들 속에서도 신춘문예는 아직 전통적 방식의 데뷔처로 그 역활을 하고 있다. 새로운 작가들의 데뷔를 축하하며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했다. 또한 뉴스페이퍼는 나이와 성별 학교 등 관련 정보가 편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전세대출 장벽에월세 난민 급증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반전세와 월세 거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11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건수는 5만5334건이었다.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2만924건으로, 전체 거래의 37.8%를 차지했다. 임대차3법 시행 전인 지난해 상반기(1~ 6월ㆍ28.7%)와 비교하면 9.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월세 가격과 보증금 추이를 나타내는 KB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