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소재한 서강도서관 3층 세미나실에서 소설가 정명섭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의 강연에서는 서울 서순라길, 피맛골, 동묘 일대, 경의선 책거리 등 서울 구석구석 깔린 골목길과 그 역사, 이름의 유래 등이 2시간여에 걸쳐 소개되었다. 미스터리 소설가이면서도 역사와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온 정명섭 작가는, 「오래된 서울을 그리다」(2020), 「골목의 시간을 그리다」(2021)라는 책을 집필하는 등 골목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골목의
MZ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향하고, 그 덕에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맞는 말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레트로 감성을 좇는 MZ가 시장 골목의 음식점들을 찾아가는 건 맞지만, 극히 일부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유튜브에 등장하고 SNS에 멋진 사진이 올라오는 시장에만 해당한다는 거다. MZ 덕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었다는 실상을 들여다보자.“MZ 고객의 방문이 가파르게 늘어난 게 전통시장 매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2019~2023년(1~4월 기준) 5년간 전국 주
온라인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대표 서영택)는 최근 업계 최초로 독립출판물 전문 기획전 '독립출판물은 처음인데요'를 선보였다. 이 기획전을 통해 지난 20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독립출판물들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대형 출판사 위주의 판매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가들의 데뷔 경로와 등단 방식이 변화하는 출판 문화 속에서 독립출판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밀리의 서재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독립출판물과 독자들 사이에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2020년 5월 호텔을 리모델링한 첫번째 청년주택이 입주민을 받았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는 데다 호텔 특성상 주거에 적합한 지역도 아니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 일대에는 공동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주거 용도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더스쿠프가 호텔형 청년주택 ‘숭인 영하우스’를 찾아가봤다. 그 주변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을까.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여행객이 급감하자 중소형 호텔은 위기에 처했다. 어두운 터널에 갇힌 이들의 탈출구는 ‘리모델링’이었다. 호텔을 주택으로 리모델링
'아프니깐 청춘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위로로 통하지 않는다. 매일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청춘들은 새로운 고난을 각자 떠안는다. 그 무게를 덤덤하게 재현해낸 책이 있다. 서이제 작가의 소설집 '0%를 향하여가'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본 도서는 서이제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단편 소설 일곱 편과 이광호 문학평론가의 해설로 이뤄졌다. 소설은 장르 별로 매체의 변화를 보여주며 젊은 층들의 삶을 녹여낸다. 말만 잘 들으면 아우디를 사준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노량진 경찰 학원으로 들어간 ‘나’는 그곳에
납골당 대신 공원 같은 분위기에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수목장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가족을 좋은 곳에 모시고 싶다는 생각에 비싼 가격도 감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수목장 분양 전 확인해야 할 것도 있다. 부동산 선분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서다.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 땅은 부족한데 장례 문화는 오랫동안 ‘매장埋葬’을 선호했다. 그래서 산림 훼손과 토지 부족이 항상 사회 문제로 꼽혔다. 대안도 나왔다. 묘지도 ‘아파트’처럼 배치하는 ‘납골당’이 대표적이다.최근에는 납골당에서 한발 더 나아가 거부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수목장’이
지난 28일, 전 파리정치대 교수 기 소르망이 영국 언론 더 타임즈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가 생전 소년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폭로를 제기했다. 미셸 푸코는 탈구조주의와 근대화에 대한 비판으로 잘 알려진 사회 철학자다. 벤담의 파놉티콘 개념을 도입하여 권력이 개인을 감시하는 체제 등을 탐구하고 포스트 모더니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나, 푸코 자신은 포스트 모더니스트임을 부정했다. 푸코의 초기 대표작 `말과 사물`은 프랑스 신문 르 몽드에서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사후 그의 모든 친필 기록물이 201
사람이 살던 곳엔 흔적이 남는다. 삶, 평범한 일상, 아빠와 엄마, 아이들의 기록이다. 장사하던 곳에도 흔적이 숱하다. 버려진 테이블엔 전화번호부가 적혀 있고, 남은 서랍장엔 낡은 LP판의 잔상이 새겨져 있다. 어디에도 기록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건물의 평범한 기록, 해체공사를 둘러싼 소소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건물에 누런 천을 둘렀다. 수십년간 한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 거대한 구조물은 이제 며칠 후면 세상에서 사라진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 건물은 세워지고 무너진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과 끝이
낡은 계단을 올라간다. 얽히고설킨 계단과 골목길은 구불구불 기차게 연결돼 있다. 집이나 건물을 만난 골목길은 접히고 꺾이면서 또다른 계단과 연결된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층층이 쌓인 계단과 골목길을 바라본다. 소소한 계단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길이 얼마나 유연한지 건축가와 사진가는 새삼 깨닫는다.천국의 계단을 내려와 지봉로를 따라 동묘앞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창신초등학교가 보인다. 그 뒤편엔 좁은 골목과 시멘트계단이 있다. 먼저 옛 항공사진을 통해 이곳 마을이 생긴 시기를 추측해본다. 1947년 항공사진을 보면 흥인지문에서 동묘앞역
11·19 전세대책에서 언론이 가장 관심을 가진 건 다름 아닌 ‘호텔’이었다. 비주택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대책이 나와서다. 많은 미디어와 야권은 이를 두고 ‘닭장’ ‘21세기형 쪽방’을 만든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호텔 개조 임대주택은 그렇게 살 만한 곳이 아닐까. 서울에서 2년째 월세로 살고 있고, 지금은 전세를 찾고 있는 더스쿠프(The SCOOP) 기자가 비주택 리모델링 공공임대주택 중 한곳인 서울 숭인동 영하우스에 가봤다.지난 11월 19일 발표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하 11·19 전세대책)에서 가
지금에 생각하면 그것은 지극히 부도덕한 일이었다.소재가 분명하지 못한 무덤 하나를 찾느라고여余가 발로써 밟은 수효는 500으로써 헤지 못할 것이었다.그리고 여余가 밟은 곳은 모두 무덤의 마루인지라말하자면 죽은 이의 배, 혹은 가슴의 직상直上일 것이었다.1)세상이여 내가 당신을 떠날 때개천가에 누었거나 들에 누었거나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하시오그래도 부족하거든이다음에 나같은 사람이 있더래도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하시오,그러면 나는 세상에 다신 안 오리다그래서 우리는 아주 작별합시다.2) 1. 들어가며한국 근대문학에서 김동인의 위
높은 곳의 장점은 ‘기막힌 전망’이다. 탁 트인 전망을 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높은 곳’은 피하고 싶은 삶의 공간이자 잊고 싶은 삶의 불편함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높은 곳’을 찾은 이들에게 삶의 한구석을 침범당했다고 느낄지 모른다.나는 풍경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지하철보다 버스를 타고 기차, 비행기를 예약할 때도 창가 자리를 선택하곤 한다. 카페를 가거나, 도서관에 자리를 잡을 때에도 전망이 가장 좋은 창가 자리에 앉는다. 결혼을
처음에는 중국 우한시에서 박쥐와 뱀을 먹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바이러스 감염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대해 다들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매스컴에서는 단순히 “병의 희생자들”에 대해 보도했다. 그저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알린 것이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그 전염병이 번졌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이 너무나도 중요한 사건에 대해 아무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냥 “궁극적으로 치명적인 병이라 해도 아주 먼 곳에서 퍼지고 있는 거니까 우리한테까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1. 문제제기‘한국 문단의 노벨상’이라 자처한다는 (오창은, 문학평론가,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세미나 자료) 동인문학상(조선일보 주관) 수상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령, 제 아무리 교육적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12살 어린이에게 성인영상물을 틀어주는 것이 적절할 수 없는 것처럼, 꼭 그처럼 반민족친일부역행위가 명백한 문인의 행적과 작품을 기리는 행위가 신뢰성과 정당성을 지닌 것인지 간단없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 어떤 행위가 적절한가의 문제는 무엇이 정확하고 옳
[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2년 전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500여 명이 입국했다. 대한민국은 "난민"이란 것은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언제나 우리는 우리가 난민을 받아들이기보단 고향을 떠난 이야기를 그렸기에 우리는 '디아스포라'에 치중하곤 했다.민성아가 연출하고 김광회가 제작한 "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가 2020년 인디애니페스트 독립보행 부분에 초청되었다. 10분짜리 짧은 이 애니메이션은 이영아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이 작품은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난민"의 개념을 던져온다. 실제로 존재하는 부산 아
-초토화 작전영화 초반에 한 젊은이가 총을 들고 산을 달린다. 그리고 산기슭의 좁은 구덩이에 자리를 잡는다. 이때 어디선가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인다. 그러면서 조금은 익살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이념과 사상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그저 폭력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두려움으로 대화가 오간다. 먼저 도망쳐온 만철은 군인에게 잡혀있다 가까스로 총을 훔쳐 도망 온 것이다. 대화 중에 동네 벽에서 뜯어왔다는 종이를 꺼내든다. 서로 읽어보라며 종이를 주며 글도 못 읽는다면서 면박을 주기도 한다. 무동이 ‘소개령’이라 읽으며 ‘초토화 작전’임을
공유숙박인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 ‘지하철 6호선’을 중심으로 둥지를 틀었다. 합정역, 이태원역, 한강진역, 신당역, 동묘앞역이 외국인 관광객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그렇다면 ‘6호선 황금라인’ 주변은 에어비앤비와 외국인 관광객의 수혜를 누렸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동산이 들썩이면서 ‘보이지 않는 피해’를 본 것도 적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에어비앤비가 지하철 6호선에 유독 많은 까닭과 그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취재했다. 2013년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빈집을 내주고 돈
동묘 앞 시장은 이제 패션피플을 자부하는 친구들이 모이는 명소가 됐다. 노인들이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던 그때 그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이 현대화한 것도 아니다. 좁은 길엔 여전히 저렴한 구제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골동품과 잡동사니들도 먼지를 품고 뒤섞여있다. 몇십년째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 가게들은 세월을 탐하고, 그곳 골목길은 황학동으로 안내한다. 그 사이 낡은 동묘 앞 시장엔 활력이 감돈다. 김희민 일러스트레이터 annie3249@gmail.com | 더스쿠프
도시재개발은 특유의 ‘수직성’ 탓에 비판을 받았다. 무차별적인 철거가 원주민을 쫓아내는 전략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도시재생’이다. 늙은 도시를 철거하지 않고 원주민들과 함께 되살리겠다는 콘셉트였다. 하지만 도시재개발이든 도시재생이든 밀려날 사람들은 밀려났다. 중요한 건 용어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도시재생 과정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두번 내몰린 내 인생 = 2005년 10월, 청계천에 새 물길이 열렸다. 콘크리트로 덮인 지 44년 만이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당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가파른 계단에 설치된 ‘안전손잡이’. 그런데 말이 ‘안전’이지 이리저리 휘청이기 일쑤다. 안전손잡이의 지지대가 부식된 탓인데, 겨울철 빙판을 녹이기 위해 뿌린 염화칼슘이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안전손잡이의 재질이 염화칼슘과 상극인 ‘알루미늄’이기 때문이다. 종로구청은 숭인동 등 친환경 계단 정비사업에 무려 31억원이나 쏟아부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안전손잡이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지하철 1호선 동묘앞 역에 내려서 롯데캐슬 천지인의 뒤로 걷다 보면 경사가 가파른 골목(숭인동 지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