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BC카드 전통시장 분석 허와 실
전통시장 찾는 MZ 늘긴 했지만
SNS 맛집 찾는 이들이 대부분
전체 통계 보면 매출 늘지 않아
15곳 대표 시장으로 통계 오해

MZ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향하고, 그 덕에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맞는 말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레트로 감성을 좇는 MZ가 시장 골목의 음식점들을 찾아가는 건 맞지만, 극히 일부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유튜브에 등장하고 SNS에 멋진 사진이 올라오는 시장에만 해당한다는 거다. MZ 덕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었다는 실상을 들여다보자.

전통시장을 찾는 MZ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 덕분에 시장이 살아났다는 분석은 과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전통시장을 찾는 MZ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 덕분에 시장이 살아났다는 분석은 과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MZ 고객의 방문이 가파르게 늘어난 게 전통시장 매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2019~2023년(1~4월 기준) 5년간 전국 주요 전통시장 15곳(서울 경동·광장·동묘·망원·신당시장, 인천 신포국제시장, 강원 강릉중앙·속초중앙시장, 대구 서문·칠성시장, 부산 국제·기장·부평깡통시장, 충남 예산시장, 제주 동문시장)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BC카드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듬해인 2021년을 기점으로 전통시장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2019년을 100으로 기준을 정해 그 변화를 분석하면, 마트의 매출(결제금액)은 2019년 100에서 2023년 80으로 감소한 반면 전통시장은 100에서 149로 증가했다. 매출만이 아니다. 방문 고객도 마트가 100에서 74로 감소하는 동안 전통시장은 100에서 142로 늘었다. 음식점은 결제금액이 증가했지만 방문 고객이 줄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BC카드는 몇가지 분석을 내놨다. BC카드가 꼽은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어난 첫번째 요인은 외식물가 폭등의 반사효과다. BC카드는 “설 차례상 비용이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에서 18%가량 저렴했고, 폭등한 외식물가 영향 등으로 마트 및 음식점 이용 고객 중 일부가 전통시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은 MZ세대다. MZ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방문하면서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는 거다. BC카드가 설정한 MZ 기준은 20~30대다. 분석에 따르면 올해 1~4월 충남 예산시장을 방문한 MZ 소비자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934% 늘었고, 서울 신당시장은 117% 증가했다. 

그렇다면 BC카드의 분석대로 정말 전통시장에 MZ 소비자가 늘었는지, 최근 1~2년 사이 ‘힙당동(힙+신당동)’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 중구 신당동으로 가봤다. 

신당동엔 한때 서울 3대 시장으로 꼽히던 서울중앙시장이 있다.[※참고: 서울중앙시장은 신당시장, 신중앙시장 등으로 불린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하 서울중앙시장으로 통일한다.] 1962년 정식 개설한 이 시장은 양곡(미곡)·포목·채소·과일·해물·순대·부침·식자재·제수용품 등 9개부로 나뉘어 있고, 곱창·보리밥·칼국수 골목도 유명하다. 이런 서울중앙시장이 왜 MZ 사이에서 힙당동 필수 코스로 꼽히는 걸까.

서울중앙시장에서 닭강정 가게를 하는 이경숙(가명)씨의 말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골목 사이사이 새로운 주점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 앞엔 저녁만 되면 줄 서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난해엔 가수 성시경씨가 이 시장에 와서 유튜브도 찍었어요. 저녁 시간대나 주말에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면 이씨도 그 덕을 좀 보고 있을까. “우리요? 우린 대부분 포장 손님이라 퇴근길에 들르는 손님 정도죠. 그래도 시장에 오는 손님이 1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면 우리 가게를 오는 손님도 예전보다 한두명은 늘지 않을까요?”

35년째 족발과 닭내장탕 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진숙(가명)씨 역시 “1~2년부터 젊은 손님들이 하나둘 오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아닌데도 ‘인터넷 보고 닭내장탕 먹으러 멀리서 왔다’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시장 주변으로 새로운 점포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중앙시장 주변으로 새로운 점포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상인들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서울중앙시장을 찾는 MZ 소비자는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가 소개한 맛집을 탐방하러 오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SNS 해시태그(#) 단골손님인 ‘옥경이네 건생선’ ‘산전 이포어묵’ ‘라까예’ 등이 붐비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옥경이네 건생선’에서 친구와 갑오징어구이에 생맥주를 한잔 마시고 나오던 김가예(가명)씨도 “SNS 유명 맛집이라서 한번 와보고 싶었다”면서 “이젠 을지로로 옮겨 2차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씨는 시장 입구에 위치한 맛집만 탐방한 채 다른 곳으로 떠났다.

전통시장을 숱하게 연구해온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MZ 덕에 매출이 늘었다는 전통시장들을 살펴보면 관광형·광역형·특화형 시장에 가깝다”면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사러 가는 근린형 시장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마트 매출이 줄고, 전통시장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마트를 찾던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린 건 아니란 뜻이다. 

실제로 MZ 소비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는 충남 예산시장은 최근 더본코리아 대표이자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의 유튜브 콘텐츠 ‘백종원 시장이 되다’로 한껏 주목을 받아 사실상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강릉중앙시장, 인천 신포국제시장 역시 지역의 대표 관광명소 중 하나다. 

조춘한 교수는 “MZ는 전통시장을 시장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보고 있다”면서 “MZ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실내보단 야외를 더 선호하면서 SNS에서 인기 있는 전통시장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C카드의 통계로 오인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MZ 소비자 덕에 정말 전통시장 전체 매출이 늘어났느냐는 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매출액과 방문 고객 현황을 보자. 

BC카드는 2021년을 기점으로 전통시장의 매출이 급증했다고 분석했지만, 공단의 통계는 그렇지 않다. 시장당 하루 평균 매출액은 2019년 5749만원, 2021년 5746만원으로 되레 3만원 줄었다.

방문 고객 수는 더 많이 감소해 5413명에서 4672명으로 741명 줄었다. 2022년 통계부턴 아직 집계되지 않아 최근의 상황을 비교하는 건 어렵지만, 2019년과 2021년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BC카드는 전체 1400여곳의 전통시장 중 15곳, 그것도 이미 유명한 전통시장을 추려서 통계를 냈다.

조춘한 교수는 “만약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었다면 그건 MZ 덕분이라기보다는 전통시장에서 카드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통시장 매출 증가의 원인이 기존 점포의 매출 증대 덕분인지, 아니면 신규 점포의 매출 덕인지도 봐야 하는데 그런 정보들 없이 ‘MZ 덕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늘었다’고 하면 전체 통계를 오해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MZ 덕에 전통시장 매출이 늘었다고 하기엔, 그로 인해 웃는 사람이 아직까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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