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남침이다. 이 의심할 수 없는 전제에 당시 프랑스 지식인들은 북침과 남침을 놓고 논쟁했다. 공산주의를 둘러싼 시각차 때문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논쟁 때문에 프랑스는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 분위기는 미국발 매카시즘의 광풍을 몰아냈다. 무언가 ‘다른 의견’이 틀어막히는 지금, 우리가 들춰봐야 할 지성의 역사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프랑스는 유엔의 결의에 따라 한국에 지원군을 파병하기로 했다. 다만, 대규모 군대를 편성하는 건 어려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프랑스는 해외 식민지들을 포기하지 않
도심 한복판에 매일매일을 새롭게 기록하는 역사책이 서 있습니다. 국가등록문화재인 옛 백제병원에 만들어진 출판사 창비의 문화공간 ‘창비문화’입니다. 젊은 작가의 작업 공간을 재연한 방과 세월을 품은 ‘창작과비평’ 잡지들, 그리고 1920년대 옛 건물이 함께 있다는 건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팀이 이곳에 가봤습니다.부산역 7번 출구로 나가 5분쯤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 이질적인 건축물을 나타납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옛 백제병원이라고 불립니다. 처음 세울 땐 5층 건물이었
부동산 부양책의 효과는 일반적으로 느리게 나타난다. 집값 하락기엔 특히 그렇다. 주택시장을 관통하는 수요ㆍ공급 곡선과 사람들의 심리가 복잡하게 맞물리기 때문이다. 다만, ‘바람만 불어도 분위기가 바뀌는’ 시장에선 규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1·10 대책을 내놨다. 언뜻 봐도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게 목표다. 1·10 대책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날까. 만약 그렇다면 부작용은 없을까. 부동산 시장의 문턱은 이제 낮아질 만큼 낮아졌다. 지난 10일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으로 윤석열 정부는 크게 3가지
콜름의 ‘절교 선언’으로 시작한 두 절친의 갈등은 예측가능한 궤도를 벗어난다. 가히 안드로메다급이다. 콜름은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듯한데, 아무런 설명이나 양해도 구하지 않고 파우릭에게 일방적으로 절교를 선언한다.파우릭은 콜름의 ‘선언’을 무시하고 계속 접근하고 말을 건넨다. 콜름은 그것을 파우릭의 ‘도발’로 받아들인다. 급기야 파우릭이 말을 걸 때마다 자기 손가락 한개씩 잘라버리겠다고 선언한다. 파우릭은 콜름이 자신을 그토록 미워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분노한다. 복수의 방법은 계속 말을 거는 것이다. 결국 콜름은 자기 손가락 5
# 비상장주식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선 해당 기업의 투자가치를 그럴듯하게 부풀려야 한다. 이를 위해 비상장주식 사기꾼들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기업을 사칭하거나 망해가는 법인과 결탁하는 건 기본이다.# 최근엔 유령법인을 직접 차린 다음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으로 둔갑시키는 꾼들까지 나타났다. ‘금융사건 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에서 꾼들의 수법을 취재했다. 61.35%.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51개 종목(재상장·이전 상장·스팩 상장 제외)이 상장 당일 기록한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다. 100만원을 베팅한 투자자라면 61만원
영화 ‘다우트’ 속에서 감독은 2개의 상반된 식사 장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진보적’인 플린 신부가 사제관에서 다른 신부들과 식사하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보수적’인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이 수녀원에서 수녀들과 식사하는 장면이다.플린 신부는 피가 철철 흐르는 고깃덩어리를 가운데 두고 신부들과 술을 마셔가면서 ‘너절한’ 수다를 떨고 킬킬대면서 식사를 한다. 사제복을 입은 건달들의 회식장면 같다. 반면에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과 수녀들은 사관생도들처럼 경직된 자세로 완전한 침묵 속에서 엄숙하게 ‘깨작’거린다. 사형수들의 마지막
Q.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A. 화가가 본 조선화. 이런 책인데요.제 직업이 화가다 보니까 이 책을 쓰는데, 저는 미술사학자도 아니고, 또 미술비평가도 아니고.그러므로 그 화가가 보는 어떤 관점, 그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좀 더 신선할 수도 있고, 이렇게 제 나름대로 접근한 이유는 그 전에, 제가 조선화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한국에서 나온 여러 북한 미술책을 보게 됐어요.그랬더니 아, 이거는 제가 한번 다시 다른 각도로 시작해 볼 그런 여지가 있구나.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어요.Q. 제목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이 지난 8일 강원도 원주의 자택에서 1년여 간의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고 김지하 시인은 박정희 정권 시기이던 1970년, 부패한 사회의 현실을 풍자한 시 ‘오적’을 사상계에 발표하면서 독재에 맞서는 저항시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 일로 시인은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하였으나, 이후로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까지 받는 등 독재 정권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1982년에는 대표작 ‘타는 목마름으로’를 발표하면서 민족 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문화충돌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듯하다. 1960년대 미국사회의 혼란기에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사회의 주류문화와 ‘히피’로 대표되는 미국사회의 비주류문화가 충돌한다. 그렇다면 히피의 반대주의(antism)는 1960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한 미국 사회는 자본주의 원칙이 우악스럽게 장악했다. 그 아래에서 과학기술 제일주의, 경쟁에 따른 성과주의와 업적주의, 금전만능주의, 문명을 향한 맹신에 가까운 찬양이 주류문화로 확
이문구 문학 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창립 기념 제1회 학술 심포지엄이 지난 11월 13일 오전 10시 중앙대학교 303관 및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문구 탄생 80주년 역사의식과 문학공간 탐구”라는 주제로, 연구자들이 모여 이문구 소설가의 문학 텍스트를 살펴보고 그의 미학적 가치와 역사의식을 탐구하였다.이문구 소설가는 1941년 충남 보령 출생으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후 1966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백결’이 추천되어 데뷔했다. 농촌과 어촌, 산업화의 소외 지역에 시선을 둔
지난 2일 개최된 김달진 문학제에서 잭 마리나이가 제12회 창원KC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잭 마리나이는 활발한 국제문학 번역가이자 학자이며 알바니아계 미국 시인이자 작가이고 문학 평론가이다. 철학자이자 평론가로서 그는 평화와 긍정적인 사고를 고취 시키고자 창인한 문학비평의 한 형식인 의 창시자이다.그는 문학, 문학 번역 연구로 인문학 박사학위를, 세계문학연구로 인문학 석사학위를, 그리고 문학연구로 학사학위를 텍사스 주립대학, 달라스에서 취득했으며, 에커만 센터에서 홀로코스트 연구 자격증을 취득했다.이번 시상식은 창
AI 성우와 함께 귀로 듣는 뉴스페이퍼! 자동 읽기를 원치 않을 시 일시정지를 눌러주세요. 문예지 악스트 37호에 이기호 작가가 대한민국예술원을 비판하는 보고서 형식의 소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예술의 창작·진흥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대한민국 원로 예술인을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분야에 각각 선정해 우대·지원하고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을 행하는 기관이다. 예술원 회원이 되면 월 180만 원 수당으로 연 2천 1백 6십만 원을 받게 된다. 예술원의 취지를 보자면 원로 예술가를 우대하고 지원하는 단체로
30대 이하 ‘젊은 집주인’이 크게 늘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탓에 매수심리는 위축됐지만 ‘젊은 집주인’이 집을 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힘들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여기엔 20ㆍ30세대에게 불리한 청약제도의 문제점도 깔려 있다. 최근 청약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올해 1~3월 팔린 서울 아파트 10채 중 4채는 30대 이하가 사들였다(한국부동산원). 이상한 일이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비싼’ 가격에 질려서 부동산에서 이탈하
문재인 정부도 2021년 5월이면 집권한 지 만 4년이 된다. 집권 초기엔 한반도 평화가 무르익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남북은 아직도 멀고, 통일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최근 들어 답답함을 느낀다. 기계적인 남북통일 방법론과 거기서 수반하는 조급증을 이젠 떨칠 때가 됐기 때문이다. 1980년대 서독에 유학갔을 때 겪었던 ‘낯선 경험’ 때문에 더 답답한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87년. 필자는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독일은 동서로 갈라진,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였다
1965년 작품 로 우리 문단사에 묵직한 업적을 남긴 남정현 소설가의 문인장 모습입니다. 2020년 12월 22일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은 국제PEN한국본부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4대 문인 단체가 공동 주관했습니다.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의 개식선언으로 시작된 이날 문인장은 신현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의 약력 보고, 문학TV가 상영한 고인의 생전 영상 시청, 공동장례위원장인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비롯한 사회 인사들의 조사 낭독 순으로 진행됐습니
세계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둥지를 튼 곳. 경기도 안산시다. 안산시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부문 통합 성과 공유대회’에서 2년 연속(2019~2020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원동력이 뭘까.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폭발하지만, 영세한 공업도시의 그림자가 드리운 안산시. 더스쿠프(The SCOOP)가 그곳의 비밀을 최현수(53)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을 만나 들어봤다. ✚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사례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2년 연속 수상인데요. “감사합니다. 사실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
러드로 대령은 정의롭지 못한 ‘인디언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젊음을 바친 군대를 떠난다. 러드로 대령이 보기에 그것은 ‘전쟁’이라기보단 ‘학살’이었다. 군인의 명예는 당연히 적군과 맞서 싸워 조국을 지키는 것일 텐데, ‘인디언 전쟁’은 그렇지 않았다. ‘인디언 전사’들과의 전투가 아니라 인디언 마을을 덮쳐 마을을 불태우고 인디언 아녀자들을 몰살했기 때문이다. 러드로 대령은 명예롭지 못한 ‘전쟁’에 분노하고, 그 ‘학살명령’을 내린 미국정부에 대해서도 분노한다. 정의롭지 못한 ‘인디언 전쟁’에 치를 떨게 된 러드로 대령은 ‘반전주의자
최현배(1894∼1970) 선생은 국어학자로서 잘 알려져 있다. 국어학자 이외에 다른 면모도 있다. 최현배 선생은 독립운동가, 한글운동가, 사회사상가이기도 하였다. 분명 최현배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맞서 조선말을 수호한 독립운동가였다. 선생이 남긴 "우리말본"(1937)과 "한글갈"(1942)에 잘 드러나 있다. 언어 독립투쟁 때문에 1942년에 구속되었고,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으며, 해방 이후 1945년 8월 17일에 함흥형무소에서 출옥하였다. 아울러 일제 시기 이래 서거할 때까지 문자생활에서 국한문혼용 대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근 10여 년간 SNS는 일상 속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길을 걸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여행하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SNS 업로드를 염두에 두곤 한다. 그야말로 ‘SNS의 시대’에서 현대 미술은 과연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았을까?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지원 선정작인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전시는 SNS가 현대인과 동시대 예술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해당 전시는 총 17인(팀)이 참여해 60여 점의 회화, 영상, 설
[뉴스페이퍼 = 이정현 에디터, 평론가] 문학평론가 권성우의 산문집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은 한 지성인의 메모와 일기장을 훔쳐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산문집에는 SNS의 올린 글, 일기장, 신문에 연재한 칼럼, 특정인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지극히 개인적인 글들이 가득하다. 그의 개인적인 단상의 편린은 단지 “옛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섬광과도 같은 순간”의 감성에 머물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대만감독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비정성시〉(1989)를 회상하는 아련한 감성과 함께 분단과 반공, 압축적 근대화